“교육 통해 다시 뛸 용기 얻었어요.”
암 환자 자립교육 프로그램 ‘다나음’ 성료
“교육 통해 다시 뛸 용기 얻었어요.”
2018.11.28 16:11 by 송희원

“그동안 혼자라고 느꼈는데… 함께 해보니, 역시 혼자보단 여럿이 훨씬 좋더라고요.”

길게 늘어져 있는 가로수를 멋들어지게 찍은 사진. ‘나란히’라는 작품명을 가진 액자를 들여다보던 A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 모인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한 후 비슷한 목적으로 모인 만큼, 이 나무들처럼 나란히 걸어온 셈이죠.” A씨는 이 사진을 직접 찍은 다나음 참여자. 현장에 전시된 십여 점의 사진들은 모두 A씨와 같은 다나음 참여자들의 작품이다.

지난 8월의 마지막 날, 서울 마포구의 한 사진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바람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는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 사진전이다. 이 사진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사회로 진출하려는 암 경험자들. 이날은 지난 14주간의 교육을 마무리하는 수료식이자, 그간의 노고를 자축하는 축제와도 같았다.

그보다 앞선 7월 27일에는 다른 소질을 가진 암 환우들의 수료식도 있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작돼, 참가자들에게 정서적 강인함을 안겨줬던 상담교육의 마지막 일정이 그것. 교육을 수료한 B씨는 “이번 교육을 통해 사회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첫 단추를 잘 낀 기분”이라고 했다. 동기생 C씨는 “배움의 길은 희망이자, 행복한 꿈”이라며 “앞으로 사는 내내, 내가 받은 희망과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7월, 공공선연구소에서 열린 ‘다나음’ 상담교육 수료식(오른쪽), 8월31부터 9월2일까지 ‘바라봄’에서 진행된 ‘다나음’ 사진전에 출품된 A씨의 사진 작품 ‘나란히’.(사진: ARCON)
지난 7월, 공공선연구소에서 열린 ‘다나음’ 상담교육 수료식(오른쪽), 8월31부터 9월2일까지 ‘바라봄’에서 진행된 ‘다나음’ 사진전에 출품된 A씨의 사진 작품 ‘나란히’.(사진: ARCON)

최근 의료기술 발달과 항암제 개발로 암 완치율과 생존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체 암 완치율(5년 생존율)이 70%를 넘을 정도. 하지만 암 경험자들에겐 ‘완치판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투병생활이라는 긴 터널 끝에 찾아오는 경제·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자신감 하락, 사회부적응, 복직 혹은 구직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암 경험자 D씨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투병 이상의 스트레스”라며 “생활 전반에서 움츠러지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은 바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암 투병 이후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과 인턴십을 제공하는 교육과정으로, 한국MSD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아르콘(ARCON)이 주최한다. 

사실 암 환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적지 않다. 하지만 ‘교육의 장’에 직접 나서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항암치료 후 떨어진 자존감과 체력이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복귀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당사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암 경험자 E씨는 “완치 후 이런저런 교육을 들어봤지만, 교육을 마친 후 (일하라고) 불러주는 데는 없었다”고 했다.

 

암 환자의 재기를 돕는 교육은 많지만, 직접 나서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암 환자의 재기를 돕는 교육은 많지만, 직접 나서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다나음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상담, 사진 두 가지 교육 이후에 일정 기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 이 시간을 통해 실무를 익히며 해당 분야 자신감을 얻고, 이후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 먼저 상담 교육의 경우, 교육을 담당했던 ‘공공선연구소’에서 약 두 달간 집단상담 교육, 직업상담사 프로그램, 청소년 진로교육 등의 외부일정에 보조자 역할로 투입된다. 현재 인턴십에 참여하고 있는 B씨는 “상담 보조강사로 일하며 큰 용기를 얻었다”면서 “아픔마저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심리상담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아르콘(ARCON)의 이미현 차장은 “수료생들끼리 따로 모여 상담 관련 스터디를 지속하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사진교육생들도 수료 후 현장실습을 경험한다. ‘장애인일자리 정보한마당’에서 취업용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등 다양한 인턴십에 참여한다. 사진교육생 A씨는 “사진을 새로 배우며, 내게 딱 맞는 업이란 걸 깨달았다”면서 “열심히 연마해서 더 감동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은 한국MSD와 (사)아르콘(ARCON)이 올해 처음으로 출범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부터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과 인턴십을 제공해 건강한 사회복귀와 자립을 지원했다. 김소은 한국MSD 전무는 “프로그램을 통해 암 환우 본인과 가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암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생각”이라 고 밝혔다.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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