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다나음, 오픈특강' 마지막 수업 현장을 가다
‘그대여,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2018.12.03 11:11 by 최태욱

동그란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이 정겨운 인사를 나눈다. “한 주간 잘 지내셨죠?” “얼굴 많이 좋아보이세요”라며 안부를 묻는 모습에는 친근함이 배어있다.

“여러분, 지난주에 숙제 내드린 것은 다 해오셨지요?”

조영미 강사(중앙대 사회복지학부)가 인사와 함께 질문을 건네자, 대화를 나누던 참가자들의 시선이 강사를 향한다. 암 경험 가족을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된 ‘다나음 오픈특강’. 마지막을 장식할 세 번째 시간에 다시 모인 참가자들의 얼굴은 편안해보였다. 맨 처음 서로 대면했을 때의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다.

 

다나음 오픈특강의 한 장면. 조영미 강사(사진)가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ARCON)
다나음 오픈특강의 한 장면. 조영미 강사(사진)가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ARCON)

한국MSD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아르콘(ARCON)이 주최하는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은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암 경험자 및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암 경험자들의 자립지원교육(상담․사무관리․사진)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실무경험을 제공하는 두 달 간의 인턴십 활동도 마쳤다. 

자립교육과 인턴십이 암 경험자의 재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번 오픈특강은 암 경험자와 함께 아파하며 성심성의껏 그들을 보살펴온 가족들에게 초점을 맞춘 시간이다. 이를 위해 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전 서베이 및 FGI를 실시하여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파악하고, 전문가의 자문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오랜 투병 생활로 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받는 상처가 크고, 급기야 가족 간의 갈등이 야기된다는 점을 파악하여, 가족의 소통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족 소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아르콘(ARCON)의 이미현 차장은 “힘든 시기를 겪어낸 암 환자 가족들을 격려하고, 투병생활 동안 발생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여 건강하게 사회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픈특강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3일 첫 특강을 시작으로 3주 간, 2개 팀으로 나눠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11월 10일이 그 대미를 장식하는 수업이었다.

 

 

다나음 오픈특강은 암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사진: ARCON)
다나음 오픈특강은 암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사진: ARCON)

지난 10일, 마지막 수업이 열린 ‘쿠퍼숍’(아름다운 빌딩 8층)을 찾은 참가자는 총 8명. 가족 수로 따지면 4가족이다. 지난 두 주간 정이 많이 들었는지, 강의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서로 안부를 묻고 건강 상태를 챙기느라 시끌벅적하다. 참가자 김진성(가명․43․간암 경험자)씨는 “암 환자들에겐 환우들과의 교류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면서 “정보도 얻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같은 길을 가는 동지로서 의지가 되는 면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오픈특강은 암을 경험한 환자와 이를 간호한 가족이 짝꿍이 되어 참여하는데, 첫 시간부터 가족들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MBTI’ 등 여러 검사를 통해 가족의 성격을 파악하는 과정도 있었고,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서로 알지 못한 상대의 내면을 탐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수업은 스스로 그렸던 가족의 모습에 자신이 발견한 좋은 점들을 추가해 그림을 완성하는 시간이었다. 강사의 설명을 듣던 참가자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 벽 앞에서 모인다. 그 벽엔 키보다 높은 전지(全紙)가 붙어있다. 엄마의 모습, 남편의 모습, 그리고 딸의 모습… 지난주까지 자신이 그리던 가족의 모습이 담긴 전지다. 

“일주일 동안 봤던 가족의 칭찬하고 싶은 부분을 써 넣어 보세요”라는 강사의 말에 참가자들의 손이 바빠진다. 미정(가명․39․유방암 경험자)씨는 자신의 딸 그림 안에 칭찬거리를 새카맣게 적어 넣는다. 

‘동생에게 김치볶음밥과 스파게티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착한 누나’, ‘일주일 동안 동생과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잘 지내주는 예쁜 누나’… 미정씨의 손이 멈출 줄 모른다. 조 강사가 쓴 것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미정씨가 감격에 겨운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제가 처음 아팠을 때, 아이들 걱정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유미(가명)한테 동생에게 잘해주라고, 내 몫까지 네가 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잔소리를 참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정말 너무 잘해줘서…”

미정씨가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수연(가명․36․유방암 경험자)씨가 등을 토닥인다. 평소 무뚝뚝했던 유미, 엄마가 병에 걸린 후엔 대화가 거의 없었다는 딸도 엄마의 손을 꼭 잡아준다.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를 진행 중인 참가자(왼쪽)와 사랑하는 가족을 그려보는 실습에 나선 참   가자의 모습(사진: ARCON)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를 진행 중인 참가자(왼쪽)와 사랑하는 가족을 그려보는 실습에 나선 참 가자의 모습(사진: ARCON)

참가자들에게 이번 오픈 특강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병에 걸린 후 친정엄마의 지나친 걱정과 불안으로 다소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진성씨는 이번 특강이 엄마를 바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MBTI를 통해 엄마의 성격을 정확히 깨닫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고, 편지를 쓰고 하면서 제 안의 엄마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지나치게 불필요한 걱정을 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서 ’내가 안심시켜 드려야 할 고마운 사람”으로 말이죠. 특강 이후엔 서로간의 대화가 불안이 아닌 ‘노력과 안심’으로 채워졌습니다.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김진성 씨)

지난 4월부터 시작해 토크콘서트, 자립교육, 인턴십 등으로 이어지며 암 경험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었던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은 이번 오픈특강을 끝으로 1기가 모두 마무리 됐다. 아르콘(ARCON)의 장래주 국장은 “교육을 진행하면서 암 경험자와 가족들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느꼈다”며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한 만큼, 보다 건강한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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