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부터 대만을 이끌고 있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미혼의 여성으로는 최초로 대만 최고 지도자가 된 그를 둘러싸고 최근 다양한 이야기가 현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차이잉원은 역대 총통 중 오랜만에 재등장한 ‘독립파’다. 그는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이 거대한 중국 정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임 지도자인 마잉주 총통은 이와 달리 대륙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과 대만을 이르는 ‘양안’ 관계는 당시 훈풍이 불었으나 차이잉원의 집권으로 다시 얼어붙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차이잉원이 내세우는 독립은 중국 대륙 정부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다. 이를 위해 자체 연호를 사용하고 공식적인 국가 명칭을 제정했다. 이어 중국 대륙과의 연결성이 담긴 내용을 삭제한 개정 교과서를 통과시켰다. 이르면 2019년부터 독자적인 군사 훈련의 일종인 X-5 ‘Blue Magpie’를 강행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당연히 중국 입장에서는 차이잉원의 이 같은 움직임이 거슬릴 수밖에 없는 상황. 미국과 함께 ‘G2’로 올라서며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의 중국’을 기조로 내세운 중국 정부는 여차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식석상에서 미국 정부가 대만 독립 세력을 지원할 경우 미국과의 항전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차이잉원과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동시에 그 개인 내력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그 중에서는 차이잉원이 일본인이라는 뜬소문도 포함돼 있다. 근대를 지나는 동안 반일 감정이 팽배한 중국에서 이는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뉴스다.
她说, 그녀의 시선
중국 언론 ‘하이와이망(海外网)’은 최근 차이잉원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은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할 권리가 있으며 자유롭게 꿈을 꾸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대해 ’자유로운 여성이라면 그 책임을 지고 총통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내놨다.
이처럼 그를 겨냥한 중국 언론의 일방적인 ‘때리기’는 그 강도를 날로 높여가다 못해 이제는 무분별한 신변잡기 수준까지 나아가는 모양새다.
이에 차이잉원이 수그러드는 기색도 없이 맞대응에 나서자 언론들은 ‘친일·친미’ 행보로 해석, 급기야 그가 일본인이라는 주장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에는 차이잉원의 연관 검색어로 ‘차이잉원은 일본인’이라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더욱이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일본 출신의 대만 남성이 발로 차는 등 훼손을 시도한 데 대해 차이잉원이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자 비난의 수위는 극에 달했다.
그런데 차이잉원의 가정사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중국 언론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보도에 따르면 차이잉원의 아버지인 차이지에셩(蔡洁生)은 지난 1918년 대만 출생으로, 당시는 일제가 대만을 점령했던 시기였다. 차이지에셩은 줄곧 식민지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비행기 수리 기술을 배운 이후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기술자로 일했다.
차이지에셩은 일제의 만주국 수립 과정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패망으로 끝나자 이번에는 미국에 부역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돈을 부동산 투기에 쏟아 부어 부호가 됐다.
여기에 차이잉원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리덩후이 전 총통은 대표적인 친일 인사로, 과거 일본군에 자원입대한 바 있다. 심지어 그의 형은 일본군 신분으로 참가한 전투에서 전사, 현재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를 100% 신뢰할 순 없지만 사실로 드러난 부분도 적지 않은 만큼, 차이잉원의 대외적 수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의 위세가 갈수록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그가 밝힌 강경 정책들 또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