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역습, 영화 '인 더 더스트'는 우리의 미래?
미세먼지의 역습, 영화 '인 더 더스트'는 우리의 미래?
2018.12.04 14:41 by 이지섭

걔네는 왜 만날 화가 나 있어요?”

5살짜리 조카랑 휴대폰을 가지고 놀던 중에 나온 대화입니다. 휴대폰 앱 중에 '미세미세'(그 날의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다른 표정의 이모티콘이 나타나는 어플)의 캐릭터가 귀여워 그걸 보여줬는데, 자기도 그 어플 안다면서 이런 말을 건넨 겁니다.

씁쓸했습니다. 어느샌가 미세먼지는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5살 어린 아이도 은근슬쩍 오늘날 이 땅의 대기상태를 걱정할 정도라니우린 이제 외출하기 전에 미세먼지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거리에 마스크로 무장한 사람들을 마주치는 것도 낯설지 않습니다.

하루는 아침에 집을 나서려고 보니 바깥에 안개가 많이 낀 듯, 흐릿하더군요. 그저 안개이겠거니 생각하며 나왔는데 이상하게 목이 따끔따끔 아팠습니다. 그 날 오후, 휴대폰에는 외출을 자제하라는 경보음이 세차게 울렸습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안개처럼 온 하루를 뿌옇게 뒤덮는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고작 몇 년 새에 국가적 재난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간 이 미세먼지가, 정말로 세상을 덮치는 날이 올 수도 있을까요?

 

┃영화 <인 더 더스트, In the Dust, 2018>

영화 '인 더 더스트'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인 더 더스트'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부천 국제 영화제에서 공개된 프랑스의 재난영화 <인 더 더스트>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초거대' 규모의 미세먼지가 세상을 덮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파리. 몽마르뜨 언덕이 보이는 집에 사는 마티유와 안나에겐 딸이 하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스팀베르거라는 선천적 희귀병에 걸려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캡슐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죠. 여느 부모가 그렇듯, 그들은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어느 날 마티유는 딸의 병에 대한 확인 차 장기 출장을 다녀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따뜻한 샤워로 묵은 피로를 풀었죠. 뜨거운 물에 육체와 피로가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 순간,

 

소리가 들리고, 지진이 일기 시작합니다. 유리조명이 떨어져 불쾌한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납니다. 지진은 이내 멈추지만 불안한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대강 몸을 닦고 거리에 나가 분위기를 살피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거리의 사람들이 겁에 질린듯,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교차로에 도달해 옆을 본 순간, 마티유의 머리속은 단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찹니다.

 

도망쳐야 해!”

가족들을 향해 도망치는 주인공의 뒤로, 주인공을 집어 삼킬듯한 폭포처럼 덮쳐오는 것. 그것의 정체는 바로 '미세먼지' 입니다.

 

도시를 집어삼키는 미세먼지 (사진: 네이버 영화)
도시를 집어삼키는 미세먼지 (사진: 네이버 영화)

마티유와 안나는 3층 높이에 달하는 미세먼지를 피해 보다 높은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둘은 가까스로 생존했지만, 아뿔사! 딸은 여전히 한 층 아래 캡슐에 갇혀 있습니다. 캡슐은 희귀병에 걸린 딸을 지켜주는 보금자리였지만, 실상은 기계 장치에 불과합니다. 만약 캡슐의 전원이 꺼진다면, 딸은 그대로 살인적인 미세먼지에 잡아 먹히고 말겠죠. 캡슐의 전원이 꺼지지 않게 하려면, 누군가는 미세먼지를 뚫고 내려가 배터리를 갈아야 합니다. 온 세상을 덮은 미세먼지 속에서 마티유와 안나는 무사히 딸을 구할 수 있을까요?

 

캡슐 속 아이를 구하라! (사진: 네이버 영화)
캡슐 속 아이를 구하라!(사진: 네이버 영화)

 

┃재난 영화의 새로운 소재로 등극한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덮친 파리의 모습 (사진: 네이버 영화)
미세먼지가 덮친 파리의 모습 (사진: 네이버 영화)

사실 '재난영화'라는 타이틀이 붙는 영화들은 영화의 전개가 대동소이합니다. 보지 않고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죠. 또한 비슷한 유형의 재난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합니다. 빙하기나 해일, 토네이도의 습격, 화산 폭발 혹은 유성 충돌 등이 그렇죠. 각 재난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소위 대박 영화들이 한 두개 이상씩은 꼭 있죠. ‘새롭다할 만한 요소가 제한적이란 뜻입니다. 재난영화의 공식에 따라, 재난의 규모만 키워가는 식이 대부분이죠. 물론 최근 들어 바이러스같이 신종 재난으로 분류될 만한 것들도 심심찮게 등장하긴 하지만 이 또한 흐름은 비슷합니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죠.

하지만 영화 <인 더 더스트>는 자주 접하지 못했던 재난인 '초거대 미세먼지의 습격'을 담고 있습니다. 도시를 집어삼킬 듯 쏟아지는 미세먼지는 현실이 아닌 만화 속 한 장면 같죠. 지붕보다 높은 각도에서 미세먼지로 뒤덮인 마을을 내려다보는 앵글은, 도시가 미세먼지에 뒤덮인 게 아니라 어두운 구름 위에 붕 떠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영화는 말 그대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죠.

 

구름 위에 떠있는 집 같은 착시효과(사진: 네이버 영화)
구름 위에 떠있는 집 같은 착시효과(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인 더 더스트>에서는 미세먼지가 프랑스 인구의 약 60% 가량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히 무시무시한 위력의 재난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구를 통째로 이사시켜야 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영화 인터스텔라도 그 원흉은 바로 미세먼지였죠. 이 대목에서 매일 아침 미세먼지 주의보에 이목을 집중하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기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에이, 그래도 설마 영화처럼 되기야 하겠어?”라고 말하면서 영화관을 나섰지만, 바깥은 여전히 미세먼지로 뿌옇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미세먼지의 침공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 위력은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말 그대로 '미세'한 먼지는 인체를 크게 망가뜨립니다. 각막염과 비염, 기관지염, 심지어는 폐암까지도 유발하죠.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사진:http://dreamgulls.com/110)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사진:http://dreamgulls.com/110)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폐암과 방광암의 원인이 되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1급 발암물질이란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물질들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간접흡연도 이 '1급 발암물질'에 해당하죠. 다시 말하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밖에 마스크 없이 나가는 건, 흡연부스 안에 들어 앉아 있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새로운 형태의 재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크게 나누면 '국내배출감축''국제협력', '민감계층 보호' 그리고 '정책 기반' 부문으로 나누어 구체적인 추진과제들을 두고 있죠.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핵심내용 (사진: 환경부)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핵심내용.(사진: 환경부)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확실히, '재난'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미 재난체계를 설립하고 단기부터 중장기 대책까지 수립을 해놓은 상태이죠. 어떻게 진행되는 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미세먼지가 정부가 나서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는 반증입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 중에는 의외로 그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재난 경보가 울린 날에도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심지어 평소처럼 야외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죠. 국가가 진행하는 정책적인 차원의 것과는 별개로, 인식개선과 예방활동을 위한 민간의 움직임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국내 유일의 법정 재해구호단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미세먼지의 정의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 이에 대한 대처 및 실천방안을 정리해 여러 채널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했고, '2017 서울안전체험 한마당'에선 미세먼지와 황사가 왔을 때 안전요령을 알려주는 '안전부채 만들기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올해 여름에 제일기획과 함께 증강현실을 활용해 미세먼지를 시각화하여 경각심을 제고한 미세먼지 캠페인 더스트 씨(Dust See)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아울러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워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 대신 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재난위기가정 어린이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미세먼지와 황사 시의 안전요령이 적혀있는 '안전부채' (사진:희망브리지)
미세먼지와 황사 시의 안전요령이 적혀있는 '안전부채' (사진:희망브리지)

희망브리지 이외에도 다양한 단체들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세먼지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분명한 재난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예방하고, 대비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출발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문제임을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이지섭

미스터빈 닮은 꼴. 멍청한 글을 멀쩡하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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