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사는’ 여성이 아직도 있다고?
‘맞고 사는’ 여성이 아직도 있다고?
2019.01.02 15:29 by 제인린(Jane lin)

중국에서는 남자가 밥을 한다

중국 가정은 남녀가 평등하게 가사 노동을 분담한다

중국 여성의 사회 진출과 관리직 진출 사례는 전 세계 국가 중 최고

중국의 여성 인권 현황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상황을 표현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그럴까?

 

여성 인권이 높은 중국에서 최근 대두된 가정 폭력 문제.(사진: 웨이보)
여성 인권이 높은 중국에서 최근 대두된 가정 폭력 문제.(사진: 웨이보)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인권 단체 중화전국부녀연합회(전국부련)’가 펴낸 2013~2015년 기준 중국 성평등과 여성발전보고에 따르면 중국 가정에서는 남녀평등 및 각 분야에서의 여성의 사회적 업무, 정부 정책 등에서 지속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은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 지위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 1949년 헌법 제정 당시 남녀평등을 명문화했다. 또한 여성 인권 보장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기 위한 특별 기구로 전국부련을 전국 31개 도시에 설치했고 여기에는 30세 이상 여성 중 80% 이상이 가입돼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외지 호적이라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눈길이 쏠렸다. ‘맞고 사는 여성의 이야기 따위는 이미 사라진 중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도시로 시집온 외지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사진: 웨이보)
대도시로 시집온 외지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사진: 웨이보)

她说, 그녀의 시선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쓰촨성 원장(溫江) 지역에 거주하는 33세 리모 씨는 최근 아내 손모 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남편 리씨가 다른 여성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을 발견한 손씨가 외도를 추궁하자 리씨는 아내를 향해 사과가 아닌 폭력을 휘둘렀다.

공안국의 추가 조사에 따르면 리씨의 외도와 폭행은 결혼 초기부터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리씨는 외지 호적자인 손씨가 친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악용해 수시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접수됐던 당일 손씨는 자신을 폭행하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근에 소재한 파출소로 도망쳤다. 맨발로 도착한 손씨는 온몸에 멍 자국이 가득했으며, 얼굴 피부조직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과 집 주소 등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할 정도로 정신이 혼란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는 사건 조사에서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아직도 중국 3~4선 도시와 농촌 출신 여성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타 지역에 거주하면서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친인척이 없어 폭행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비슷한 사례가 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외지 출신의 송모 씨 역시 상하이 호적을 가진 남편으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송씨의 남편은 임신 중인 그녀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도망갈 곳이 있으면 가 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고향을 떠나 머나먼 외지 남성과 결혼해 터를 잡은 적잖은 여성들은 상당수가 가정 폭력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외지 호적자의 경우 교육과 의료 등의 복지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해당 지역 배우자와 결혼할 경우 곧바로 권리를 얻게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일부 남성들이 아내에게 폭행을 휘두르고, 아내는 이를 감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내의 출신지가 낙후지역이고 남편이 대도시일 경우 이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대도시의 생활과 복지 수준은 상대적으로 무척 높은 데다 결혼이 아닐 경우 호적을 취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부련의 활동.(사진: 웨이보)
중국부련의 활동.(사진: 웨이보)

이 같은 이유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국 각 성급 정부는 외지 호적을 가진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25개 성시에서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제지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 법규와 의견 등을 공고했으며, 23개 성시에서는 일명 여성권익보장법의 시행을 약속했다.

이에 발맞춰 전국부련에서도 공무원법, 치안관리처벌법, 노동계약법, 사회보험법, 마약금지법, 농민권익보장법 등 중요 법률 제·개정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인권과 관련해 공세와 간섭이 극심한 서방 세계는 중국의 여성 인권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 인권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중국에서 이번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인권 논란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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