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지진이자 정신의 쓰나미, 영화 '마약왕'으로 본 마약의 폐해
영혼의 지진이자 정신의 쓰나미, 영화 '마약왕'으로 본 마약의 폐해
2019.02.11 15:27 by 이창희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베개언제부터인가 중독성이 높은 먹거리나 제품에는 마약이란 단어가 종종 사용되곤 합니다. 그만큼 끊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나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마약이란 존재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쉽게 사용해도 될 단어일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단순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 무엇 때문에하면 안 되는 것인지 인지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마약(痲藥). ‘악마의 약이란 뜻이죠. 마약을 하는 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마약으로 인한 쾌락은 악마로부터 얻는 부와 권세와 같고, 이후 몰려드는 금단현상 및 심신의 비참함은 영혼을 빼앗겨 파멸에 이르는 것과 일치합니다. 마약으로 막대한 부를 얻었지만 결국은 마약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마약왕>을 통해 마약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나 이두삼이야.”(사진: 네이버 영화)​
“밥은 먹고 다니냐? 나 이두삼이야.”(사진: 네이버 영화)​

┃마약으로 흥한 자, 마약으로 망한다

때는 1972년 부산. 금 세공업자 이두삼(송강호 )은 아내와 아이 셋을 부양하고 살아가던 중, 밀수 조직의 의뢰로 밀거래되는 금을 감정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그렇게 밀수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일본 오사카에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을 수출하는 운반책 노릇까지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조직의 배신으로 덜컥 체포되고 맙니다.

 

“여기가...아닙니까?”(사진: 네이버 영화)​
“여기가...아닙니까?”(사진: 네이버 영화)​

이두삼은 갖은 로비를 통해 가까스로 출소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투옥 중 극심한 고문과 매질을 겪어야 했던 그는 부와 권력의 필요성, 무엇보다도 뒷배경(일명 ’)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죠. 그리고 이를 구현할 도구로 마약을 선택합니다. 밀수를 통해 마약이 큰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출소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매수입니다. 경찰서 마약단속반에 연줄이 닿는 사람에게 달려가 거액을 건네며 사업을 제안합니다. 안전장치부터 마련한 셈이죠. 그리고 마약 제조 전문가와 원료 운반책을 섭외해 팀을 만듭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이두삼은 한국과 일본의 폭력조직을 등에 업고 일본으로 대량의 필로폰을 수출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마약의 제조, 일본으로의 수출(사진: 네이버 영화)​
마약의 제조, 일본으로의 수출(사진: 네이버 영화)​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죠. 마약으로 부자가 된 이두삼은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정계와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게 연줄을 대고 뇌물을 헌납해가며 상류층 진입을 시도하죠. 하지만 자신을 투옥하고 고문했던 중앙정보부 실장과 우연히 대면한 뒤, 그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면서 모든 일이 꼬이게 됩니다. 살인에 대한 자책감과 괴로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필로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죠. 이때부터 이두삼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필로폰 중독을 이기지 못하고 몰락한 이두삼(사진: 네이버 영화)
필로폰 중독을 이기지 못하고 몰락한 이두삼(사진: 네이버 영화)

┃흥분시키거나 혹은 속박하거나

이처럼 마약은 강렬한 중독성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물질입니다. <마약왕>의 주인공 이두삼처럼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단 한 차례 마약에 손을 댔다가 그길로 마약의 노예가 돼 버립니다. 그렇다면, 마약은 어떻게 강력한 중독성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마약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마약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흥분제와 환각제, 그리고 억제제죠.

 

영혼을 파괴하는 마약(사진: rta.org.af)​
영혼을 파괴하는 마약(사진: rta.org.af)​

먼저, 흥분제 성향의 마약은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을 흥분시켜, 호흡과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들어 억지로 긴장 상태를 유지시킵니다. 또한, 에너지를 과하게 공급하여 쾌락을 극에 달하게 만들고 이유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치솟게 해줍니다. 영화에서 다루는 메스암페타민, 그리고 코카잎으로 만드는 코카인이 대표적이죠.

환각제는 인지 작용과 의식을 변화시켜 감각의 왜곡을 가져옵니다. 말 그대로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가 들리는 정신착란 증상을 유발하는 거죠. 대마초로 알려진 마리화나,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런 환각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사진: Solutions Recovery)​
이런 환각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사진: Solutions Recovery)​

마지막으로 억제제는 흥분제와 반대로 호흡과 심장 박동을 느리게 만듭니다. 자극적인 짜릿함 대신 느긋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죠. 대표적인 마약으로는 영국과 중국 간 전쟁을 초래한 아편, 그리고 모르핀을 아세틸화해 만든 헤로인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마약은 종류에 따라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마약에 빠져드는 이들도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파티를 더 짜릿하게 즐기려는 이들은 흥분제를, 예술적 영감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환각제를, 그리고 우울하고 희망이 없는 이들은 억제제를 주로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방증합니다.

 

┃왜 재해이고 재난인가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은 상당수가 파멸의 길에 이릅니다. 그러나 마약의 폐해가 개인의 육체와 정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의 모든 마약은 중독성을 갖는데, 중독성의 가장 큰 이유는 쾌락입니다. 짧은 기간에 극한의 쾌락이 찾아왔다 사라지면 다시 이를 갈구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어 중독에 이르는 것이죠.

마약의 기운이 사라지고 난 뒤 겪게 되는 공허함과 좌절감, 박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우발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타인에 대한 묻지마 공격과 같은 것이죠. 게다가 금단현상으로 마약을 구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고, 이를 충당하려 범죄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특히 주사기를 통해 투약하는 마약의 경우, 위생적이지 못한 도구들로 인해 전염병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마약과 범죄는 불가분의 관계.(사진: The Stream)​
마약과 범죄는 불가분의 관계.(사진: The Stream)​

마약은 기본적으로 신경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물질입니다. 따라서 약물 투약자를 비롯해 주변인까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마약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황의 사람은 무슨 일이든 벌여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영화에서는 필로폰의 부작용으로 의처증이 언급됩니다. 제조 전문가인 백 교수(김홍파 )는 이두삼에게 제조법을 전수한 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필로폰)에 빠지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뭔지 알아? 마누라를 잡는 거야. 나는 그게 정말 싫어."

 

필로폰 투약의 부작용 중 하나인 의처증을 언급한 백 교수(사진: 네이버 영화)​
필로폰 투약의 부작용 중 하나인 의처증을 언급한 백 교수(사진: 네이버 영화)​

이를 증명하듯 이두삼의 사촌동생 이두환(김대명 )은 필로폰에 중독돼 아내를 의심하고 학대합니다. 이두삼 역시 마약에 손을 댄 뒤 조강지처인 성숙경(김소진 )을 버리고 몰락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는 단순히 영화적 설정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부산에서는 40대 김모 씨가 필로폰 투약 후 아내 A씨를 마구 폭행해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김씨는 투약할 때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며 의처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어딜 가도 마약은 중대 범죄

이러한 이유로 인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마약의 복용과 유통, 판매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투약이나 관련 범죄에 휘말리는 것입니다.

외국에 나갔을 때, 공항 등에서 선의로 남의 짐을 옮겨주다 마약이 발견돼 고초를 치른 예는 무척이나 많습니다. 어느 나라건 마약 관련 범죄는 엄중하게 취급하므로 체포와 구금은 물론, 재판을 받아 징역을 선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공항에서 모르는 사람의 물건 보관 및 전달은 무척이나 위험한 행위.(사진: CBS Denver)​
공항에서 모르는 사람의 물건 보관 및 전달은 무척이나 위험한 행위.(사진: CBS Denver)​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 공관에서도 도와줄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무조건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짐의 전달이나 보관을 부탁받더라도 거절하고 공항 요원이나 경찰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학생이나 주재원 신분으로 해외에 머무를 경우, 파티 및 모임에서 권하는 음료나 음식도 조심해야 합니다. 몰래 탄 마약 성분을 자신도 모르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더욱이 우리나라는 속인주의(그 나라의 국적을 가진 국민이라면 어느 곳에 있든 자국의 법률을 적용하는 원칙)를 채택하고 있어, 외국에서 실수로 마약을 복용하더라도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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