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만나는 아픔 그리고 염원, ‘비무장지대(DMZ)’
발길 따라 만나는 아픔 그리고 염원, ‘비무장지대(DMZ)’
2019.02.13 15:37 by 이창희

한국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3629, 강원도 철원 평야의 화살머리 고지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다. 고지에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는 국군 제2사단을 향해 중공군 제 73사단이 엄청난 공세를 가해온 것이다. 전투는 무려 2주 간 이어졌고, 국군과 중공군은 고지를 뺏고 뺏기는 혈전을 거듭했다. 자고 일어나면 고지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었다. 이 기간 동안만 1천500명이 넘는 전사자가 나왔다. 하지만 어느 한 쪽도 영토를 늘리지 못한 채 결국 휴전에 돌입하게 된다.

 

한국전쟁 후반부에 주를 이뤘던 치열한 화살머리 고지전.(사진: thinglink)
한국전쟁 후반부에 주를 이뤘던 치열한 화살머리 고지전.(사진: thinglink)

그로부터 65년 만인 2018, 남북한 공동으로 화살머리 고지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유해 발굴이 시작됐다. 남북의 군인들이 함께 지뢰를 제거해가며 선배들이 피 흘렸던 곳을 누비게 된 것이다. 그렇게 화살머리 고지를 품은 비무장지대(DMZ)는 한국전쟁의 치열함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에서 평화의 염원이 담긴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픔에서 염원으로, 비무장지대(사진: VDB Photos/Shutterstock.com)
아픔에서 염원으로, 비무장지대(사진: VDB Photos/Shutterstock.com)

얼굴에 와서 닿는 북녘의 바람임진각 평화누리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임진각 평화누리는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다. 한해 6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찾는 곳으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반도 평화무드가 조성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몰리고 있다.

과거에는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고향을 바라보고자 찾는 곳이었다. 명절이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분단의 역사가 궁금한 젊은 세대들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전쟁의 흔적을 쫓아 이곳을 찾는다.

 

임진각 평화누리의 이모저모.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열차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장단역 증기기관차, 각종 공연과 전시가 펼쳐지는 평화누리 공원, 실향민이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 3만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어울터&음악의언덕(사진: 경기관광포털)
임진각 평화누리의 이모저모.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열차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장단역 증기기관차, 각종 공연과 전시가 펼쳐지는 평화누리 공원, 실향민이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 3만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어울터&음악의언덕(사진: 경기관광포털)

임진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증기기관차. 분단 전 경의선 철도를 달리던 기관차는 잔뜩 녹이 슬어버린 채 60년이 넘도록 멈춰 서 있다. 열차에 수없이 나 있는 실제 총탄 자국이 전쟁의 처절함과 참혹함을 일깨운다.

안보 관광의 일번지답게, 새로운 볼거리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3, 임진각 내 독개다리를 개조해 만든 스카이워크 전망대 내일의 기적소리가 대표적이다. 독개다리는 원래 파주시 문산읍과 장단면 노상리를 잇는 경의선 철로였는데,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돼 교각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이를 철골과 강화유리를 활용해 관광형 인도교(스카이워크)로 새 단장한 것. 관람객들은 과거현재미래 3개 구간으로 이뤄진 105m의 다리를 걸으며, 역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한다. 이 다리 위에서라면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자유롭게 넘는 경험도 가능하다. 비록 북쪽으로 연결된 길은 끊겼지만, 북녘에서 불어온 바람은 얼굴에 와서 닿는 곳이다.

 

북한이 한 눈에 보이는 스카이워크 ‘내일의 기적소리’(사진: 경기관광포털)
북한이 한 눈에 보이는 스카이워크 ‘내일의 기적소리’(사진: 경기관광포털)

열차는 아직도달리고 싶다도라산역의 기다림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

역에 적혀 있는 문구 그대로, 남한 최북단이자 북한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 바로 도라산역이다. 통일대교를 통해 임진강을 건너면 만날 수 있다.

연결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통일 염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지만, 겉으로 보기엔 그냥 작은 시골역의 모습 그대로다. 각종 안내 표지부터 매표소, 플랫폼까지 언제라도 열차에 올라 탈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플랫폼으로 나가면 한없이 이어진 철길이 눈에 들어온다. ‘평양 205km’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이 길의 끝을 알려준다. 이 열차에 직접 오르기 위해선,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도라산역입니다.(사진: 경기관광포털)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도라산역입니다.(사진: 경기관광포털)

도라산역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도라산 전망대가 나온다. 판문점을 제외하면, 북한을 가장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동전을 넣으면 작동되는 망원경을 통해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 초소의 병사들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날이 화창한 날에는 개성공단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잘못된 만남이 될 뻔 했던 그곳, 3땅굴

도라산 전망대에서 동쪽을 따라 이동하면 제3땅굴과 만난다. 화살머리 고지가 한국전쟁의 상징이라면 땅굴은 그 이후 벌어진 냉전의 잔재다. 서울에서 불과 50km 거리인 데다 총 1635m, 시간당 3만 명의 병력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남침 루트다.

 

제3땅굴 내부 모습.(사진: pinterest)
제3땅굴 내부 모습.(사진: pinterest)

다행히 1978년에 발견됐고, 현재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관람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하고, 간단한 안내와 교육도 필요하다. 개인 차량은 출입이 불가능하며, 내부는 사진촬영도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주로 안보여행 상품을 통해 이곳을 방문한다.

내부는 꽤 좁고 또 어둡다. 덩치가 조금이라도 큰 사람은 이동에 불편함이 따를 정도다. 거동이 여의치 않은 노약자의 경우, 미리 모노레일을 신청하면 보다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다.

땅굴 안에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한 공기가 흐른다. 천장에 맺힌 물이 떨어져 목덜미에 닿으면 괜스레 놀라곤 한다. 아마도 사람을 억누르는 이 공간의 의미와 그로 인한 분위기 때문이리라.


에필로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기에

시대는 변했고, 또한 변하고 있다. 남북의 지도자가 손을 맞잡고 평화를 약속했고, 반세기 동안 척을 지었던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들도 두 번째 만남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 또한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어쩌면 다시금 역사의 퇴보가 이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그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60여 년 전 민족의 대참사가 절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한반도에서 벌어진 그 어떤 재난재해도 그보다 처참하진 않았다. 이제 평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고, 아프지 않을 권리와 아프지 말아야 할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 우리 민족의 빼앗긴 들’ DMZ에 봄이 오는 그날까지 말이다.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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