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대자연의 두 얼굴을 마주하다 ‘쓰촨성’
천국과 지옥, 대자연의 두 얼굴을 마주하다 ‘쓰촨성’
2019.02.18 16:10 by 싸나

드넓은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인간은 굉장히 작은 존재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중국 특유의 광대한 자연과 유구한 역사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쓰촨성(四川省, 사천성)의 구채구(九寨溝)는 물빛의 신비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카르스트 지형 내 100여 개의 호수와 17개 폭포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내가 신화나 전설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든다. 쓰촨성이 중국 안의 작은 천국이라 불리며,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1위로 꼽힐 수 있었던 이유다.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1위, 쓰촨성의 구채구 전경.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1위, 쓰촨성의 구채구 전경.

중국 남서부 양쯔강 상류에 있는 쓰촨성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을 가졌을 정도로 널찍한 곳이다. 양쯔강을 비롯해 4개의 강을 끼고 있어 비옥한 대지를 품었고, 들쭉날쭉하게 뻗은 거대한 산맥이 표현하는 경관도 오묘하다. 우리에게는 매콤한 풍미가 일품인 사천요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영화 쿵푸팬더하면 떠오르는 판다와 대나무로도 유명하다.

 

쓰촨성의 자랑거리들 거대한 산맥, 쭉 뻗은 대나무, 귀여운 판다, 매콤한 사천요리.
쓰촨성의 자랑거리 거대한 산맥, 쭉 뻗은 대나무, 귀여운 판다, 매콤한 사천요리.

자연이 준 다채로운 선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쓰촨성. 하지만 자연은 이 아름다운 지역에 선물만 안겨주지는 않았다. 이곳에 선물이 아닌 재앙을 던져놓는 변덕을 부리기도 한다. 20세기 최악의 지진을 경험한 땅, 작은 천국이라 불리는 쓰촨성이 가진 또 하나의 얼굴이다.

중국 내륙의 쓰촨성은 실제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불과 한 달 전에도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해 2명이 다쳤다. 지난 2017년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0년 간 쓰촨성 지역 반경 250내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약 16차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적으론 6년에 한 번 씩, 건물이 무너질 걱정을 해야 하는 지진 불안지대란 얘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으로 기억되는 지진은 20085월에 있었던 쓰촨성 대지진이다. 베이징올림픽을 3개월 여 앞둔 어느 날, 쓰촨성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했다. 쓰촨성 성도(成都)에서 북서쪽으로 92km 떨어진 원촨 지역이 진원지였는데, 베이징과 홍콩까지 그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무너진 건물과 끊어진 다리. 지진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광경들.
무너진 건물과 끊어진 다리. 지진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광경들.

지진의 피해는 막대했다. 사람들은 주저앉아 서로를 껴안았다. 돌이 굴러다니고 지붕이 힘없이 무너지고, 수백 년 된 나무가 가느다란 나뭇가지처럼 부러졌다.

집계된 사망자는 약 7만 명에 달했고 부상자는 약 374천 명, 행방불명으로 처리된 사람도 18천명을 넘었다. 붕괴된 가옥은 약 216천 동으로 추산되었고, ·간접적으로 재산의 피해를 입은 인원만 4600만 명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희생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실한 학교건물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져 내렸고, 산사태까지 일어나 수많은 아이들이 흙더미에 희생됐다. 쓰촨성의 베이촨현(北川县)은 커다란 바위들이 집과 학교를 덮쳐 건물의 80%가 붕괴됐다. 그리고 진앙지에서 40Km 떨어진 한왕전(漢旺鎭)에선 증기 터빈 공장이 무너져 1만 여명이 매몰되기도 했다.

건물 더미 속에서 68시간 만에 구조됐던 11살 소녀의 사연은, 자연이 주는 재앙이 얼마나 참혹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진으로 학교가 무너져 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다.
지진으로 학교가 무너져 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다.

지진은 고대 문화유적도 삼켰다. 200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유물들이 단 몇 초 만에 무너졌다. 서기 250년에 세워진 제방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이 많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두장옌(都江堰) 지역은 누각, , 사당 등 많은 유적이 훼손되었다.

쓰촨성 부근 난충(南充) 지구에 있는 명나라 유적들도 크게 손상되었다. 12층 석탑은 지진으로 아래쪽 6층만 남았다. 뿐만 아니라, 쓰촨성 진사박물관에 소장돼있던 고대 토기 항아리 역시 줄줄이 깨졌고, 장강 문명의 유적지로 유명한 싼싱두이 박물관의 소장품들도 파손되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은 베이촨현이다. 지진과 산사태로 도시 대부분이 사라져, 그야말로 유령도시가 되어버렸다. 공교롭게도 이 도시는 삼국지의 유적지가 가장 많은 곳으로, 제갈량의 위패를 모신 무후사, 유비 현덕의 묘 등 상당부분이 파손됐다.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의 전경.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의 전경.

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지진전문가들은 쓰촨성 지진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먼저, 지구 표면을 이루는 지각판의 충돌에 의한 것이다. 쓰촨성을 중심으로 남서쪽에 놓인 인도판이 북동쪽의 유라시아판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중앙아시아 동부 지진대가 형성된다. 이중 인도판의 움직임이 활발하여 유라시아판 아래로 파고들어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강한 에너지가 분출되고, 이것이 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판과 판의 경계 지역은 지진 발생이 잦은데,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지역이 바로 쓰촨성이다.

또한, 인근 싼샤댐의 방대한 수량으로 주변 지반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즉 약해진 지반으로 인해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더욱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쓰촨성은 지진에 대비한 건물을 짓거나 안전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지만, 피해를 막을 최소한의 노력조차 소홀했던 것이다.

 

지진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싼샤댐의 전경. 만약 쓰촨성 지진으로 댐까지 무너졌다면, 중국 역사 상 가장 큰 재난이 될 뻔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진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싼샤댐의 전경. 만약 쓰촨성 지진으로 댐까지 무너졌다면, 중국 역사 상 가장 큰 재난이 될 뻔했다는 분석도 있다.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현재 쓰촨성은 참사의 상처를 말끔히 치유한 모습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번화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불안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아름다운 관광명소의 기저에는 또 다시 대자연의 분노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따라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와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이 허락한 아름다운 환경을 인간이 마음껏 누리는 것처럼, 자연이 주는 재앙에 대비하고, 극복하는 것 역시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우린 잘 알고 있다. 이런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쓰촨성의 운치 있는 거리, 이 아름다움이 지켜질 수 있도록.
쓰촨성의 운치 있는 거리, 이 아름다움이 지켜질 수 있도록.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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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

시시詩詩한 글을 쓰고 싶은 새벽형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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