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꽌시’와 ‘가짜뉴스’의 콜라보, ‘법치언론망’ 사기 사건의 전말
‘꽌시’와 ‘가짜뉴스’의 콜라보, ‘법치언론망’ 사기 사건의 전말
2019.02.27 04:10 by 제인린(Jane lin)

“많이 변했다고는 해도, 중국은 아직 OO야."
“중국에선 제도가 아닌 OO이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지난 2014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미생’의 대사입니다. OO안에 들어갈 말은 바로 ‘꽌시’죠. 꽌시(关系ㆍguānxi). 사전적 의미로는 ‘관계’를 뜻하는 이 말이 드라마상에선 연줄이나 뒷돈 같이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됐는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오늘은 실제 중국에서 있었던 꽌시를 활용 범죄 사건에 대해 들여다볼까 합니다. 

 

관계라는 의미의 ‘꽌시’는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말하는 것일까?
관계라는 의미의 ‘꽌시’는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말하는 것일까?

他们说, 그들의 시선

전 세계 어느 국가든 ‘아는 사람’을 동원하면 일의 진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처럼 ‘안 되는 일’을 ‘되는 일’로 성사시킬 수 있는 나라는 드물 것이다. 중국에서는 사건 관계자 또는 사업 상 관련이 있는 조력자의 힘을 빌려 일을 진행하는 것을 가리켜 ‘꽌시(关系)’라는 별칭을 붙인다. 그런데 현지에서는 이 같은 꽌시 문화 탓에 오히려 막대한 손해를 입는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이를 테면 중국 중앙당 관계자로 알려진 인물이나 당 간부 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요구하는 것에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이다. 물론 목적은 더 큰 사업상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지만 말이다. 

때문에 당 간부나, 중앙당 관계자 등의 신분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거나하게 차려진 식사 대접부터 꽤 큰 금액의 촌지를 전달받는 등의 경험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꽌시 문화를 숭상하는 현지 분위기 탓에 종종 이를 악용해 대규모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이것 때문인가...
결국 이것 때문인가...

她说, 그녀의 시선

#지난 2015 8년 장쑤성(江苏)에서 모 과학기술업체를 운영하는 교 모씨는 동창 친구를 통해 전(前) 국가 지도자의 비서이자 조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성 육 씨를 소개받았다. 육 씨는 국가가 머지않은 시기에 일명 ‘중앙사회관리 혁신연구센터’로 불리는 국가기관을 비밀리에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은 이를 위해 국가로부터 위임을 받아 사회 각 분야에 종사하는 경영자들로부터 모금 중이라고 설명했다. 육 씨의 설명에 따르면, 교 씨가 국가 기관을 위해 일부 금액을 출자할 경우, 교 씨는 국가사업 진행과 관련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이는 곧장 교 씨의 현재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시 육 씨는 교 씨와의 첫 만남에서 빨간색 공작증(당 간부 신분증)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샀다. 교 씨는 “인터넷 언론사로 알려졌던 ‘법치언론망(法治传媒网)’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 등에서도 육 씨는 분명한 당 간부 신분을 가진 이로 소개됐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평생을 자신의 사업 규모를 키우는데 헌신적이었던 교 씨는 그 제안이 자신의 사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그리곤 곧장 육 씨가 계획 중이라는 국가사업에 큰 돈을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몇 주 후 베이징으로 육 씨를 만나러 온 교 씨는 곧장 그에게 500만 위안(약 8억 5천 만 원)을 현금으로 기부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교 씨는 육 씨로부터 새롭게 창설될 것이라고 했던 국가기관의 ‘대안 조사실 조사원’이라는 임명장을 수여 받았다고 했다.

 

당 간부이자 지도부와 밀접한 꽌시를 맺고 있는 것으로 속이기 위해 악용된 위조 신분증(사진: 웨이보)
당 간부이자 지도부와 밀접한 꽌시를 맺고 있는 것으로 속이기 위해 악용된 위조 신분증(사진: 웨이보)

하지만 웬일인지, 곧장 설립될 것이라고 했던 국가기관은 수 개월이 지난 후에도 진척이 없었고, 급기야 교 씨는 육 씨의 신분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이에 교 씨는 그에게 자신이 기부했던 거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2016년 이후 육씨와의 연락이 돌연 끊어졌다고 했다.

상하이에서 제법 규모가 큰 건설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는 진 사장 역시 같은 인물에게 똑같은 피해를 당했다. 육 씨의 수상한 거동을 눈치 챈 진 사장은 그를 공안국에 신고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를 간파한 육 씨가 "신고를 할 경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앙 당 지도부와의 꽌시를 이용해 진 씨의 사업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회유와 협박을 시도했다고 한다. 사업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 없었던 진 사장은 결국 신고 계획을 포기해야만 했다. 

 

#같은 시기, 후베이(湖北)에서 중대형급 건설 회사의 중간 관리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부 씨. 그는 지난 2015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 중년 남성에게 133만 위안(약 2억 5천 만 원)의 사기를 당했다. 지인의 권유로 만난 한 남성은 스스로를 중앙당 간부로 소개, 향후 국가에서 진행하는 네이멍구(内蒙) 지역에 대한 대규모 간척 사업과 칭다오(青岛) 매립 공사 등에 대한 계획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당시 부 씨가 일하던 건설 회사가 대형 건설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 급 대형 사업 수주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만약 그게 이 일을 해낸다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지위는 크게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 

부 씨는 건설 회사 사장과 해당 남성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133만 위안이라는 대규모 금액을 ‘꽌시’의 대가로 해당 남성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남성은 돈을 받아 챙긴 후로 자취를 감췄고, 그일로 부 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에서 파면당할 수 밖에 없었다. 

부 씨는 자신을 중앙당 소속의 간부라고 소개한 해당 남성의 신분에 쉽게 신뢰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온라인 뉴스 매체인 ‘법치언론망’ 탓이라고 했다. 사실 해당 언론은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모의해 만든 가짜 언론이었다. 안타깝게도 상당수 피해자들은 실제로 법치언론망에 소개된 가해 남성에 대한 취재 기사를 100% 신뢰했다. 그 사건 이후로 대중의 신뢰를 받는 언론의 순기능을 악용, 사기를 치는 일당에 대해 중국 내 주의보가 내려진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국가급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접근하는 이들의 경우 대부분 ‘중앙사회 관리혁신 연구센터’라는 그럴 듯한 명칭을 소개, 꽌시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중국인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현지 공안국은 전담반을 꾸리고 해당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적발하기 위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가 됐던 가짜 언론, 일명 ‘법치언론망’이 탄생한 건 지난 2013년이었다. 당시 교도소 담당 공안이었던 덩 씨는 베이징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회사를 세웠고 같은 해 12월, 해당 미디어 업체를 ‘법치언론망’이라는 명칭의 IP주소로 개설했다. 이 매체는 각 지역의 시정 기사와 법원 소식 등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관상으로는 일반 법률 기사를 다루는 전문 언론으로 오인하기에 쉬운 홈페이를 운영했던 셈이다. 

 

사기 행각 시 신뢰를 주기 위해 악용된 신분 세탁용 언론사 ‘법치언론망’의 명함.(사진: 웨이보)
사기 행각 시 신뢰를 주기 위해 악용된 신분 세탁용 언론사 ‘법치언론망’의 명함.(사진: 웨이보)

덩 씨와 그의 일당들은 자신들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해당 사이트 내에 홈페이지 운영자들이 과거 공신력 있는 국가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거짓 사실을 게재하고 이를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 조작된 국가 공작증 등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들은 보다 광범위한 사기 행각에 나서게 된 시기는 앞서 설명했듯 2014~2015년이다. 이들은 신장(新疆), 광둥(广东), 산둥(山东), 후베이(湖北), 하이난(海南) 등을 찾아다니면서 이른바 자신들이 국가기관의 지도부와 긴밀한 관련성을 가진 인물인냥 행세했고, 해당 지역에 소재한 다수의 사업체들과 ‘홍보 협약’을 맺으며 수 십 억 원에 달하는 뒷돈을 챙겼다. 

사건을 수사했던 공안국에 따르면 덩 시의 자택 내에는 위조된 중앙당 관리증과 당 간부 명의의 도장 300건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해당 사이트는 가짜 기사를 작성, 게재해주는 대가로 원고 1건 당 최소 1만 위안(약 170만 원)부터 최대 15만 위안(약 2700만 원)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링크, 홍보물을 게재해주는 연간 계약을 체결해, 부당 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두시(成都市) 공안국은 인터넷 범죄 전담반을 구성했다. 공안 인력 230명을 동원해 약 8개월에 걸친 수사를 펼친 끝에, 총 140명에 달하는 배후 인물을 추렸고, 현재까지도 이들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3월, 해당 지역 법원은 1심에서 사건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3명에게 사기죄로 각각 6~14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 열린 2심 판결 역시 1심 형량을 유지토록 했다. 해당 법원 측은 “최근 몇 년 사이 ‘중앙’, ‘중국’, ‘전국’ 등의 명칭을 한 인터넷 사이트와 온라인 홍보 그룹, 인터넷 주소를 가진 계정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중앙 국가기관 및 합법적인 단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며, 해당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 가운데는 거짓으로 확인된 내용이 상당하다”며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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