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이 ‘진짜’ 재난인 이유, 영화 '연가시'
인간의 탐욕이 ‘진짜’ 재난인 이유, 영화 '연가시'
2019.03.12 15:25 by 이창희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성경 야고보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특정 종교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곱씹어볼 만한 의미가 있죠. 특히 탐욕으로 인한 폐해를 수없이 겪어온 인간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자연에 의한 응징이라 일컫는 재난·재해들도 사실 알고 보면 인간의 그릇된 욕심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또 하나의 인재(人災)’인 셈이죠. 지난 2012년 개봉한 재난영화 <연가시>는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감염이 가지고 온 참상을 그려낸 영화 ‘연가시’. (사진: 네이버영화)
감염이 가지고 온 참상을 그려낸 영화 ‘연가시’. (사진: 네이버영화)

┃물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떼죽음

어느 날, 서울의 한 하천에서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익사한 것도, 유기된 것도 아닌 시신에서는 특이하게도 영양실조 증상이 나타납니다. 곧이어 전국의 하천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변사체가 줄줄이 나타납니다. 그 수는 점점 늘어났고, 급기야 물가에 시신들이 둥둥 떠다니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양실조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도통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멀쩡하던 사람이 물에 들어가면 갑자기 말라 비틀어져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 말이죠.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밤마다 물가로 달려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원인규명에 착수합니다.

 

하천에서 발견된 변사체들.(사진: 네이버영화)
하천에서 발견된 변사체들.(사진: 네이버영화)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놀랍게도 원인은 변종 기생충 연가시였습니다. 주로 곤충에게만 기생하던 연가시가 변종되어 사람에게도 같은 증상을 유발시켰던 것입니다. 물에 뛰어든 사람들은 익사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사람 몸에 기생하던 연가시가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쇼크로 사망한 것이란 것도 밝혀졌죠.

전국의 병원과 약국은 치료를 받고 약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영화는 극중 유일한 치료제로 설정된 구충제 윈다졸을 구하기 위해 탐욕 일변도가 되어 가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치료제는 이미 생산 중단된 제품이라는 장치를 활용해 사람들 간의 갈등을 극대화시키죠. 이후 주인공이 치료약의 다른 제조법을 만들어 보급하면서 갈등은 해소되고, 이렇게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아수라장이 된 병원.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은 재난영화의 대표적인 클리셰다.(사진: 네이버영화)
아수라장이 된 병원.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은 재난영화의 대표적인 클리셰다.(사진: 네이버영화)

┃소수의 탐욕이 빚어낸 다수의 재앙

지금까지의 설명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 영화를 단순히 전염병 재난영화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서운 반전이 숨어있었죠. 변종 연가시 감염 발생 5년 전, 한 제약회사의 연구팀은 뇌 계통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신약 개발에 한창이었습니다. 이들은 임상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 포유류에 기생하는 변종 연가시가 필요했고, 마침내 변종 연가시를 만드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경영 악화로 회사가 투자사로 넘어가면서, 신약 개발을 담당했던 부서도 해체됩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부서 해체에 앙심을 품은 몇몇 연구진들이 위험한 계략을 세운 것이죠. ‘포유류에 기생하는 변종 연가시를 일부러 퍼뜨린 후, 윈다졸이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다면?’ 이들은 제약회사의 주가를 폭등시키고, 미리 사둔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길 심산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계략은 즉시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개들을 하천에 풀었고, 개의 몸에서 빠져나온 연가시는 물에 알을 낳았습니다. 그 알은 피서철을 맞아 물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부화하게 되죠. 그 뒤에 벌어진 일들은 앞서 언급했던 대로입니다.

영화의 소재로 활용된 연가시는 실제로도 존재하는 기생충입니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 기생하는 종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죠. 영화 속 변종 연가시는 당연히 영화적 설정에 따른 상상 속의 기생충일 뿐입니다.

 

영화 속에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응급구호세트도 만날 수 있다.(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응급구호세트도 만날 수 있다.(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는 소수의 사람들이 갖는 그릇된 욕심이 얼마나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죠. 사실 영화까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대기의 재앙 미세먼지를 현실세계에서 늘 만나고 있으니까요.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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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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