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팩터’를 간직한 음악, ‘바 애니멀(BAR ANIMAL)’
‘힐링 팩터’를 간직한 음악, ‘바 애니멀(BAR ANIMAL)’
2019.03.15 15:45 by 전호현

10여 년 전 군대에서 다소 황당한 이유로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대구에 있는 국군통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치료가 예상 외로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대구에서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었다. ‘아팠던’ 기억이 애틋했었는지… 한참을 고민한 끝에 LP Bar 지방순회의 마지막 장소로 이곳을 택했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대구에 위치한 BAR ANIMAL. 요사이 부쩍 늘어난 SNS 홍보업체 때문에 처음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시던 사장님도, 자초지종을 들이시곤 흔쾌히 피날레를 장식해주셨다. 

 

Bar 한쪽 구석에 자리한 기타
Bar 한쪽 구석에 자리한 기타

동대구역 근처는 아파트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흐린 기억 너머에 있던 대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걸어 목적지로 향했다. 일찍 도착해 불이 켜져 있던 BAR ANIMAL은 깔끔한 외관에 넓은 실내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으로 봤을 때보단 훨씬 넓었고, 나무로 이루어진 실내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뽐내고 있었다.

 

입구에서 본 풍경
입구에서 본 풍경

사장님은 이곳에서 LP BAR를 시작한지 1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이전에 MUSIC BAR를 7년 정도 운영하다가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가게가 위치한 대구 삼덕동은 서울의 ‘망리단길’같은 분위기로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동네다. 가게 전체에는 사장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천장의 조명까지 직접 설치하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가게보다 더욱 정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술과 음악이 좋아 스스로 가고 싶은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는 사장님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장소였다.

 

아담하게 자리한 LP
아담하게 자리한 LP

가게 이름이 특이하다. 'ANIMAL'로 지은 이유를 물으니, 잠시 머뭇거리던 사장님이 이렇게 대답한다. 

“요새 세상이 솔직하지 않잖아요. 숨기기도 하고, 거짓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많죠.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걸 추구하는 이름을 쓰고 싶었어요.”

가게 문을 작게 만들어 한 눈에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게 이중구조로 만든 것도,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손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랄까. 지역 특성상 젊은 손님들이 대다수지만 의외로 나이대가 다양하다고 한다. LP Bar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장님은 ‘도구’에는 그리 연연하지 않았다. LP든 다른 재생 매체든 음악 자체를 즐기는 손님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했다.

 

클립쉬 콘월3 스피커(왼쪽)와 마란츠 턴테이블
클립쉬 콘월3 스피커(왼쪽)와 마란츠 턴테이블

스피커는 앞서 서촌 ‘음악의 숲’에서도 사용하던 클립쉬 제품 중 콘월3 모델. 혼을 중심으로 따뜻하고 풍부한 저음역이 퍼지는 건 앞서 보았던 헤레시 모델과 다름없다. 세밀한 재생능력은 덤. 매킨토시 앰프와 토렌스 턴테이블과의 궁합도 좋은 편이다. 가게 전체의 넓고 아늑한 분위기와도 정말 잘 어울린다. 사장님의 음악적 취향도 이런 스피커를 살릴 수 있는 포크락, 블루스, 재즈 계열이다. 조금씩 모아놓은 LP가 꽤 되지만, 꾸준히 모은 음원도 상당해서 웬만한 곡들은 다 들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신청곡을 받지는 않는다. 가게의 흐름을 잘 아는 손님들로 채워질 때면 신청곡을 받지 않을까?

 

다음 곡을 올려놓는다
다음 곡을 올려놓는다

10여 년 전, 이곳에서 수술을 받았던 부위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희미한 자국만 남아있다. 그러나 삭막한 병실에서 긴긴밤을 달래서 들었던 노래들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남아있다. 시간은 그 당시의 상처는 지우고, 위로가 되었던 음악들을 남겨두었다. 부드럽고 낮게 깔리는 이곳의 음악은 치유력이 있다. 사장님이 지은 가게 이름처럼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런 BAR가 모든 이들의 집 앞에 있었으면.

 

건물 벽에 전시해 놓은 LP
건물 벽에 전시해 놓은 LP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길다면 길게 이어온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덕분에 전국일주도 한 번 하고, 새로운 형식의 BAR도 구경할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고, 위로를 받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다. 아직도 처음 문을 열고 LP BAR를 들어서던 순간이 생생하다. 그 때 용기가 없어 들어가지 못했다면 아마도 아직까지 이런 행복들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밤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혼자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싶다면, 근처 LP BAR를 방문해 보길 권한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찾아온 LP BAR 옆자리에 내가 앉아서 한잔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까지 글을 읽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덧- 사진은 적당히. 음악에 집중하자.
덧2- 생맥주가 맛있다.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

FOR 포크락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BAD 인싸가 될거야!

 

대구 중구 삼덕동3가에 위치한 BAR ANIMAL
대구 중구 삼덕동3가에 위치한 BAR ANIMAL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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