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난 내 여자니까…” 대륙의 결혼관이 바뀌고 있다?
“누난 내 여자니까…” 대륙의 결혼관이 바뀌고 있다?
2019.03.19 19:06 by 제인린(Jane lin)

한 달 전 설 명절을 기억하십니까? 누군가에겐 모처럼 쉴 수 있는 연휴지만, 또 누군가는 엄청난 노동 강도로 곤욕을 치러내야 하는 시기였을지도 모릅니다. 명절의 곤욕이 노동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대학은? 직장은? 결혼은?"으로 시작되는 가족들의 오지랖 역시 제 발 저리는 이들에겐 크나큰 곤욕입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의 설날이라 불리는 ‘춘지에(春节)의 풍경을 살짝 들여다보죠.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가족과 친지들의 '걱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가족과 친지들의 '걱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올해 초, 중국 대표 소개팅 전문 업체가 꼽은 결혼 적령기 연령대는 1992~1993년생이다. 만 26~27세에 접어든 청춘 남녀에겐 올해가 결혼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인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실제 중국의 분위기는 자못 다르다. 자유로운 연애를 오래 즐기려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며, “결혼은 서른이 넘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새로운 풍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젊은 층들의 그 같은 연애관이 암초를 만나게 되는 때가 바로 ‘춘지에(春节, 중국식 설날)’ 시기다. 온 가족이 모이는 중국 최대 명절을 앞두고, 장성한 자녀들은 부모‧친지들의 융단폭격과도 같은 결혼 독촉을 받는다. 중국의 설날 연휴가 짧게는 2주, 길게는 40일까지 계속 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설 명절을 앞둔 중국 청년들은 매우 분주하다. ‘소개팅’ 업체를 통해서라도 배우자감을 만들어 내야, 길고 긴 명절을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기 중국의 소개팅 시장이 언제나 ‘만석’인 이유다. 

 

중국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둔 시기는 소개팅 시장도 대목이다.
중국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둔 시기는 소개팅 시장도 대목이다.

她说, 그녀의 시선

그렇다면, 소위 ‘결혼 적령기’로 지목된 중국의 남녀 청춘들이 선호하는 배우자상은 어떨까? 최근 중국의 연예 프로그램이나 각종 포털에선 연상 여성과 연하 남성의 만남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정 반대로 나왔다. 결혼 적령기 여성들은 “마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담당해줄 수 있는 상대 남성을 선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매스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트렌드와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사이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해당 소개팅 업체는 “젊은 여성들이 어렸을 적부터 경제적, 심리적으로 자신을 지원하고 성장시켜줬던 ‘아빠’와 같은 역할을 배우자감으로 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놀라운 것은 남성의 조사 결과다. 결혼 적령기 남성의 경우, 자신의 삶의 방향성과 지표를 밝혀줄 수 있는 지혜로운 ‘연상녀’에 대해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는 동갑 내지는 3~4살 이하의 연하를 선호하던 과거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진 결과다. 90호우(90년대 출생) 남성들은 결혼하기에 가장 적합한 여성에 대해 3~4세 이상 연상의 여성으로서,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고 짚어 말했다. 상당수 남성들이 자신의 배우자감으로 ‘경제 능력’을 보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90년대 후반 출생한 20대 초반의 남성은 이 같은 ‘누나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한 남성은 “최대 5~10세 이상의 나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연애 경험이 있는 연상의 여성이 함께 지내기에 훨씬 편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탁월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한 “많은 사회 경험과 안정적인 직업, 경제적으로 탄탄한 미래 등이 동시에 담보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와. 누나가 책임질게.
따라와. 누나가 책임질게.

이 같은 현상에 해당 소개팅 전문 업체 측은 과거 수 년 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업체 측은 “최근 소개팅 시장에 나서는 젊은 남성과 여성들은 모두 상대 배우자 선택 시 최우선 과제로 경제적인 안정성을 꼽고 있다"라며 “과거에는 가난했지만 한 두 푼 씩 모은 돈으로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는 경험을 ‘인생의 재미’라고 여겼다면, 현재의 중국 청춘 남녀들은 이를 고생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결혼 시 양가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자유’를 갈구하는 90호우들도 결혼이라는 중대사에 있어서는 ‘부모님’과 ‘가족의 결정’에 대해 의존성을 크게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90호우가 참여하는 맞선 혹은 소개팅의 경우 상대 이성을 선택할 시 사례자들의 부모가 결정한 이성과의 만남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는 과거와 달리 빈부 격차가 커진 중국 사회에서 배우자의 됨됨이는 물론, 상대 배우자 집안의 수준과 사회적인 배경 등이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 두 푼 씩 모아서 언제 이런 아파트에서 살아보겠습니까?
한 두 푼 씩 모아서 언제 이런 아파트에서 살아보겠습니까?

이번 조사에 참여한 소개팅 업체에서 근무하는 모 맞선플래너는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베이징 외곽 지역인 ‘팡산취(房山区)’에 거주하고 있는 한 여성의 어머니는 맞선 상대자를 선택하는 자리에 직접 와서, 상대 남성의 부모가 몇 평짜리 집에 거주하는지, 심지어 방의 구조가 어떠한 지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묻고 확인했어요. 그러다 결국 자신의 집과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고는 만남을 취소시켰죠.”

소개팅 시장의 현 주소가 이렇다보니 배우자 혹은 배우자 부모가 가지고 있는 부와 권력, 사회적인 위상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일종의 등급표가 암암리에 제작, 공유되기도 한다. 학력과 나이, 거주 지역, 소유 주택의 실거래 가격, 해외 유학 경험 및 자차 보유 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 1~6가지 등급까지 나뉘어 운영되는데, 실제 1등급 점수를 받는 이들은 베이징에 8~10억 원대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거나, 베이징 중심지 3개 지역구에 본인 명의의 주택 1채 이상을 소지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물질적’, ‘경제적’ 기준을 우선으로 두는 중국 청년들의 분위기가 향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내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의 수는 약 2억 명을 넘어섰다.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이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스레 이들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소개팅 업체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업체들은 점점 더 경제적인 ‘조건’들을 꼼꼼히 따지는 추세다. 가입 시 나이와 거주 지역 외에 연봉, 소유 주택, 실거래 매매가격, 자차 소유 여부, 해외 유학 경험, 부모님의 경제력, 가족 사항, 보유한 현금 규모 및 주식 가격 등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는 이런 경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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