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그림은… 중국 보따리상들의 꼼수
내가 그린 그림은… 중국 보따리상들의 꼼수
2019.04.21 22:18 by 제인린(Jane lin)

'차이나는 業템포'는 청년 창업의 메카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창업 현주소를 진단해하는 시리즈 콘텐츠입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를 ‘따이공’들이 올려줬다고 한다. 그 액수가 무려 13조원에 달한다. 따이공(代工), 일명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이들은 쇼핑 여행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중국에서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과거 중국 국경선과 맞닿은 한국과 동남아의 상품을 직접 보따리에 담아와 판매해오던 형태가 진화한 것. 이는 중국에서 매우 보편화된 ‘투잡’의 형태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따이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결제 방식이 발달하면서 주로 웨이신, 웨이보 등 중국의 대표적인 SNS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들의 제품 판매 방식에서 이상한 기류가 포착된다. 잘나가던 따이공들이 변화를 도모한 까닭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뀌고 있는 것일까? 중국에서 가장 손쉬운 창업으로 알려진 온라인 쇼핑몰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몇 가지 논란과 현상, 오해에 대해 소개한다.

 

중국의 ‘따이공’ 중에는 월평균 수 천 만원의 고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중국의 ‘따이공’ 중에는 월평균 수 천 만원의 고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 ‘뛰는’ 정부 규제 위에 ‘나는’ 따이공 변칙 영업

따이공들은 웨이보·위챗 같은 SNS를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한다. 이들의 정식 명칭이 ‘웨이상’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해당 SNS채널에서도 자사 채널에서 활발히 판매활동을 전개하는 웨이상의 존재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웨이신(微信) 측은 이들의 입점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모바일 플랫폼 내에 ‘웨이디엔(微店)’이라는 채널을 공식적으로 개설, 운영해오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몰릴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플랫폼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는 자연스런 처사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중국의 사업자등록증인 ‘공상등기’가 없이도 SNS채널에서 쉽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었다. 판매자 입장에서 SNS채널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고수익이 보장되는 최적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법이 크게 바뀌면서 SNS채널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이들 역시 사업자등록이 필요하게 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물건 판매 금액에 따른 세금 납부의 의무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9월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중국 정부는 8600억 위안(약 141조 원) 규모로 커진 따이공 시장의 ‘탈세’ 행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부터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고, 그에 따라 해당 시장 규모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다.

재미있는 것은 법 개정과 맞물려 그동안 SNS채널에서 하루 평균 수백 건씩 올라오던 제품 사진들이 일제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따이공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품 사진이 빠진 자리를 채운 그림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각종 제품을 표현한 우스꽝스러운 그림들. 해당 그림은 따이공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알려져 있다.(사진:웨이보)
각종 제품을 표현한 우스꽝스러운 그림들. 해당 그림은 따이공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알려져 있다.(사진:웨이보)

‘전자상거래법’ 개정되어 온라인상의 거래 내역을 등록, 관리, 감독 받게 됐다는 것은 단순히 세금 납부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짜 상품 판매와 가격 부풀리기 등 일체의 악습들이 정부에 의해 걸러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따이공 위기설의 진짜 정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실 속의 따이공들은 또 다른 비책을 마련해냈다. SNS에 게재했던 물건 사진 대신 따이공들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들을 등장시킨 것이다. 과거에는 상품 이미지와 브랜드명, 판매 가격이 낱낱이 공개돼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따이공들은 해당 제품 브랜드의 홈페이지 또는 면세점 사진을 그대로 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그림을 넣는다는 건, 법 시행 이후의 규제를 교묘히 피하면서도 과거와 같이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임시방편인 셈이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이 아닐 수 없다.

해당 그림들은 비록 유치원생 수준이지만, 제품에 대해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해당 그림이 설명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또한 그림마다 제품에 대한 설명이 마치 암호처럼 뒤따르는데, 이 또한 해독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개중에는 도대체 무엇을 그린 건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기는 하다.(사진:웨이보)
개중에는 도대체 무엇을 그린 건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기는 하다.(사진:웨이보)

문제는 현재의 전자상거래법이 이러한 변칙영업 행위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범칙금 부과가 어렵다는 것이다. “판매 규모 면에서 보면, 법 시행 이후에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여기에 해당 법안이 시행된 이후 다양한 오해마저 양산되고 있다. 어떠한 오해가 있는 것일까?

 

| 중국의 신(新) 전자상거래법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중국 정부는 이번 전자상거래법 제정 취지에 대해 “끼워팔기, 짝퉁 상품 유통, 상품 후기 위조, 바가지 씌우기 등 오랫동안 야만적으로 성장해 온 온라인 유통업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규정을 통한 규제 정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시행 중인 중국의 신(新) 전자상거래법은 의도했던 순기능은 미미한 가운데, 여러 소문과 오해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가장 많은 오해를 가진 부분은 바로 소규모 구매 대리상에 대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작은 액수로 구매 대행을 하는 사람은 전자상거래법이 규정한 정부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이 파다한 것.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전자 상거래법이 규제하는 주체는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모든 형태로, 그 규모 또한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 사항은 있다. ‘자가생산농산물’, ‘가내수공업제품’ 등을 개인이 스스로 판매할 경우에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자체적으로 생산한 농산물과 부산물, 가내수공업제품, 소액교역활동과 같은 개인의 기술을 활용해 물건을 제조하고 이를 직접 판매할 경우에는 대리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법률가들은 “단칼에 해석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며,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먹거리와 건강식품에 대한 구매 대행 금지 여부, 수입 상대국가의 등록증 발급 여부도 갖가지 소문이 무성한 이슈로 꼽히는데, 두 가지 사안 모두 바뀐 전자상거래법의 추가 규정으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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