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팀과 3M 혁신의 비밀
접근-회피 갈등이 높은 조직에 혁신은 나오지 않는다
안전한 팀과 3M 혁신의 비밀
2019.05.07 17:22 by 문태용

1948년 심리학자 닐 밀러는 가느다랗고 좁은 통로에 쥐를 넣고 통로 끝에 치즈를 두었다. 그리고 쥐가 치즈를 먹기 위해 통로 끝으로 접근하면 지속적으로 전기 충격을 가한 뒤 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였다. 쥐들은 곧 흰색 구역으로 뛰어들기를 매우 꺼렸으며, 고통받은 쥐들은 통로 쪽만 바라보며 오도가도 못하고 중간에서 극도의 스트레스 증세를 보였다. 밀러는 음식에 접근하고자 하는 동기와 전기 충격을 피하고 싶은 사이의 갈등을 '접근-회피 갈등'(approch-avoidance conflict)라고 명명했다. 접근-회피 갈등은 어떤 대상에게 다가가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때 겪는 갈등을 의미한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지 않은가? 

우리도 조직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접근-회피 갈등에 처하곤 한다. 경영자들은 조직원들에게 항상 '도전하라'라고 주문한다. 왜 우리 조직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혁신적인 인재가 없느냐고 한탄한다. 그러나 그런 조직에 유독 위 실험과 같은 '불쌍한 쥐'들이 많다.  

혁신이 힘든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든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데 있다. 조직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실패에도 불구하고'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은 기본적으로 '보상'에 따르는 만족감 보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심리학 용어로 '손실회피'라고 한다.) 경영자가 아무리 도전하라고 주문해도 실제로 조직원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을 만들어내는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상품 중 하나인 '포스트잇'을 발명한 3M의 사례는 위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3M의 스펜서 실버는 연구실에서 아주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아주 약한 접착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패를 비밀로 하지 않았다. 3M의 조직 문화는 실패를 치부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성능이 떨어지는 접착제를 회사 사람들과 공유했다. 몇 년 후 3M의 또 다른 과학자인 아트 프라이는 교회 성가대 연습을 하다가 좌절하고 있었다. 책갈피가 도무지 한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갈피는 자꾸만 책을 빠져나와 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프라이는 실버의 약한 접착제가 기억났다. 이렇게 해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브랜드 하나가 탄생했다. 이 발명품은 100개국 이상에서 4000종 이상의 파생상품이 판매됐던 '포스트잇'이라는 브랜드다. 

3M의 혁신은 단순히 학위나 전문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사이먼 사이넥'은 저서인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서 포스트잇의 사례를 들며 창의적 혁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3M의 직원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자기 프로젝트를 위해 마음 편히 일을 품앗이할 수 있어야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안다. 혁신은 협업과 공유라는 기업문화의 결과다. 
(중략) 
서로 다른 제품 라인 간에도 공유를 강조하고 아이디어의 이종교배를 유도함으로써 협업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에 3M의 창의적 혁신이 발생할 수 있었다. '상호 교류를 통한 혁신'이 이 회사의 가장 큰 모토 중 하나다. 이 모든 협업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3M의 특허 중 80퍼센트 이상에서 2명 이상이 발명가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안전과 혁신에 대한 인과율은 심리학자 앳킨슨의 연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앳킨슨이 1960년에 진행한 실험은 인간에게 '성취 욕구'가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어린이 집단을 대상으로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과 활동에 참여하게 하여 두 가지 상반된 방식으로 과제에 반응하는 모습을 기록했다.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는 성공을 기대하는 쪽이었고, 다른 하나는 실패를 예상하는 쪽이었다. 앳킨슨은 이런 구분이 목표 달성에 있어 개인의 접근 방식과 성과,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앳킨슨의 결론에 따르면 개인의 태도 및 성과는 '성취동기'가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된다.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욕구'와 '성공에 대한 기대'라는 두 가지 요소 모두가 추진력이 되어 성취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며 성공을 거둘 것처럼 행동한다. 반면 성취동기가 낮은 사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지배를 받아 조금만 어려워도 과제를 피하려고 한다. 이들은 실패가 두려워서 아예 과제를 회피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일련의 전략을 사용하곤 한다. 눈여겨볼 점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작은 사람들은 실제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과제에 대한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과제들은 설령 실패하더라도 덜 굴욕적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유형은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일이거나 누구라도 실패할 것이 명백한 일들만을 고른다. 

앳킨슨의 실험은 '안전권'이 확보되지 못한 조직원들이 도전적인 과제를 대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 암시해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안전'과 '체면'이다. 이런 환경에서 혁신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일 것이다. 조직에서 안전권이란 실패에 대한 보험과 같다. 보험이 없는 운전자는 먼 곳으로 운전하는 것을 꺼린다. 이것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3M의 탁월한 성과는 조직원들의 '손실 회피'에 대한 감정은 줄이고 '성취 욕구'는 높이는 환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매번 혁신을 강조해도 회사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회사 또한 직원들에게 접근-회피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위즈앤비즈 문태용 에디터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문태용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운영. 건강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디지털 미디어 마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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