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국적자들은 대륙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까?
외국 국적자들은 대륙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까?
2019.05.08 17:39 by 제인린(Jane lin)

“큰물에서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

필자가 주변 지인들한테 심심찮게 듣는 말 중에 하나다.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덕분에 중국 진출을 꿈꾸며, 대륙에서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포부를 접할 때가 많다. 재미있는 건 중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인만큼, 한국인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어하는 중국인 지인들도 꽤나 많다는 점이다. 

주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 노하우를 가졌을 법한 것들이 사업 아이템이 되는데, 예를 들면 한국 브랜드의 화장품 사업, 반영구 화장 사업, 한국어 교육 사업, 한국 소재의 학교들과 학생을 연계하는 유학 업체 같은 것들이다. 이들 중에는 제법 진지하고 꼼꼼하게 사업에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필자에게도 이런 사업체를 함께 운영해보자는 제안이 종종 들어오기도 한다. 

 

한국인은 중국에서, 중국인은 한국과의 비상을 꿈꾼다.
한국인은 중국에서, 중국인은 한국과의 비상을 꿈꾼다.

필자에게 사업 파트너를 권유했던 중국인 가운데는 나름 성공한 이들도 몇몇 있다. 필자의 경우엔 사업을 할 만한 그릇이 아니라 판단해 고사했지만, 그들의 성공을 볼 때면 아주 약간의 동요가 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이번 회차에서는 외국인 신분으로 중국 각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해 유의해야 할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인과 혼인 등의 관계를 맺지 않은 ‘순수’ 외국 국적자에게 꼭 필요한 것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한국식 반영구 화장’을 홍보하는 중국 업체의 전단지.
’한국식 반영구 화장’을 홍보하는 중국 업체의 전단지.

| 중국에서 외국인 사업가로 살아남기

중국 산둥성 지난(济南)에서 한국식 노래방 등을 운영했던 이진웅씨. 이 씨는 중국 거주 10년 차로 외국인 사업가로 살아남기에 제법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그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국인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면서 현지인들에게 사기도 당했고, 그 결과 사업체를 공중분해시킬 아찔한 위기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을 떠나지 못하며 버텼고, 그 덕분에 이제 그만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가 소개하는 노하우 중 하나는 사업을 펼칠 때 되도록 여러 명의 명의를 공동으로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주식 투자 시 ‘과일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고 조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이 씨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도 7명의 중국인 명의로 등록된 곳이다. 다만 그는 공동 명의자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중국 국내법 상 외국인이 소유한 기업체에게 할당하는 세금이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날 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행여 외국 국적자가 소유한 사업체와 중국 정부의 관계가 불편해지기라도 하면, 해당 지역 관할 공안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씨처럼 서비스업을 운영할 경우, 이런 상황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경험자들은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경험자들은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물론 이 경우, 사업체의 의사결정권과 명의자들끼리의 분쟁 여지를 최소화해둘 필요가 있다. 이씨 역시 공동명의자들을 주주 형식으로 두고, 해당 사업장에 대한 권리를 본인에게 적시한 계약서를 만들어 두었다. 

사실 이씨의 사업 방식은 중국에서 꽤 흔한 사례다. 숨어 있는 주주로 권리 행사를 하는 이들을 가리켜 ‘은명주주’라고 칭하는데, 중국에는 이 씨처럼 보이지 않게 권력을 행사하는 진짜 소유주가 꽤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명의를 빌려준 중국 국적의 직원들, 즉 해당 사업체의 전면에 나서는 이들을 ‘현명주주’라고 부른다. 중국 회사법상, 현명주주는 해당 사업체에 대한 100% 주권을 가지는 등 막강한 권력을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은명주주인 외국인 사장은 반드시 현명주주와의 계약서에 상세한 내역과 각종 증거 문서 등을 공증 받은 상태로 소지해야 한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시,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다.

대개 은명주주와 현명주주의 관계는 꽤 가까운 것이 보통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면서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이들을 믿고 거금을 투자해 회사를 설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맹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형제처럼 지냈던 사람들이, 사업이 성공한 이후 틀어지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중국 내 사업에 잔뼈가 굵은 이진웅씨는 “회사 경영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고,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계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서류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변수 많은 경영, 최악 상황 대비한 서류작업 필수 

가장 우선적으로 외국인이 자금을 투자했다는 내용을 서류상으로 명문화 한 뒤, 현명주주와 은명주주 양측이 현지 법률 사무소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공증받은 문서를 보관해야 한다. 또한 해당 서류에는 한국인의 투자 행위에 대해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물을 첨부하는 것이 향후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투자 자금 및 사업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기에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현명주주와 은명주주 사이의 자본출자 규모에 대한 약정이 존재한다면 해당 약정 역시 문서화 한 뒤 공증받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계약서가 완료된 후에도 은명주주로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운영 전반에 대한 참여도를 높여가는 것이 좋다. 쉽게 얘기해 사업체에서 고용, 재직 중인 다수의 중국인 직원들에게 해당 사업체의 사실상의 주주(사장)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 역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것인데, 예를 들어 해당 사업체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사업체의 직원이 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은명주주는 실제 출자의 각종 증거를 수집, 보존해야 한다. 예컨대, 회사에 대한 송금 증빙 서류와 기계 설비 등을 구입한 영수증, 회의에 참석했다는 기록 등을 문서로 보존해야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송금기록이나 영수증 등 해당 문서에는 은명주주 본인 명의가 기록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분쟁 발생 시 은명주주가 오직 회사에 대한 채권 일부 소유자로만 여겨질 지도 모른다. 

 

| Unsung CEO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지분은?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내에는 까다로운 중국법과 번거로운 일들을 피하기 위해 은명주주로 활동하는 사업가들이 많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사업체 내에서 실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필요한 주식 지분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은명주주로서 지배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분의 양은?
은명주주로서 지배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분의 양은?

중국 회사법 상의 규정에 따르면,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지분 규모는 최대 67% 이상, 51% 이상, 33.4% 이상, 10% 이상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은명주주 소유의 사업체가 가진 최고 권력 기구가 중국 회사법에서 규정한 ‘주주회’일 경우, 해당 사업체가 가진 지분의 67% 이상을 소유해야 절대적인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 이는 51% 이상의 지분만 소지하면, 해당 사업체에 대한 현실적인 장악이 가능한 우리 실정과 조금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허점을 노려 완전한 권리 행사를 막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같은 내용은 ‘중화인민공화국 회사법’ 규정에 따른 것으로, 해당 법규에서는 ‘주주회에서 주주는 출자비례에 따라 표결권을 행사하고, 주주회의 의사규칙과 표결절차는 회사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제외하고 정관에 따른다’고 규정해오고 있다. 이때 회사의 정관 수정과 합병/분립/해산 혹은 기업 형태의 변경에 관한 주주회 결의는 3분의 2 이상의 표결권을 가진 주주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표결권 3분의 2 이상이 곧 67% 이상의 지분 보유와 일맥한다.

이어 회사 지분의 51%를 소지한 경우다. 이 때의 주주는 앞서 67% 이상의 지분 보유와 같은 절대적인 권리 행사는 불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배권 행사가 가능하다. 중국 회사법은 ‘정관의 2분의 1이상이 표결권자’에게 ‘주주회 결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다수의 사안’에 대해 결정권자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33.4%와 10%의 지분은 모두 상대적인 지배권을 인정받는 수준이다. 이들은 해당 사업체가 타사에 대해 매각 또는 합병되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는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혹자는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을 외국인 신분의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외국인 배우자가 품었던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자신이 가진 한국인 배우자의 재물을 가지고 그를 떠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잘 될 거야’라는 기대보단, 현지 관례 및 사업체 운영에 대한 상세한 현지 조사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이런 부분을 간과한 채 큰 꿈을 위해 큰돈을 쏟아 붓는다면, 중국은 자칫 악몽의 땅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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