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투자자가 말하는 '진짜' 실리콘밸리 스토리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말하는 '진짜' 실리콘밸리 스토리
2019.05.09 17:02 by 이기창

미국 실리콘밸리는 혁신 창업의 최전선이다. 그런 실리콘밸리의 투자자가 바라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 7일 고려대학교 스타트업 연구원에서 윤필구 빅베이슨캐피탈 대표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성공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강연이 열렸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빅베이슨캐피탈은 윤 대표가 2013년 창업한 투자사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회사다. 윤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카네기멜론 대학교 석사를 졸업한 엔지니어다. 하지만 이후 와튼스쿨 경영대학원(MBA)을 다니면서 인텔 캐피탈, 월든 인터내셔널 VC를 경험하며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걸어왔다. 빅베이슨캐피탈은 그런 그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윤 대표의 강의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두 스타트업인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의 창업기부터 현재까지의 스토리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려대학교 스타트업 연구원.(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우버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시작됐다. 2008년도 파리에서 열린 웹 컨퍼런스에 참여한 트래비스 캘러닉과 개럿 캠프는 컨퍼런스가 끝난 후 호텔로 돌아갈 택시를 잡는데 실패한다. 연쇄창업가였던 둘은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아이폰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우버캡(UberCab)’, 즉 택시보다 조금 더 비싼 고급차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 자체는 개럿 캠프가 주도했지만, 첫 번째 CEO는 캘러닉도 캠프도 아닌 새로 영입한 라이언 그레이브즈였다.

세 사람은은 2010년 1월 뉴욕에서 3대의 차로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 일반 택시보다 1.5배 비싼 가격이었지만 앱으로 편하게 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고 이것이 초기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6개월이 지난 7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도 동일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됐고, 10월에는 13억원 가량의 시드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서서히 지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라이선스 문제로 영업정지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2010년 12월 CEO로 부임한 트래비스 캘러닉의 주도하에 시애틀, 보스턴, 워싱턴 등으로 공격적인 확장을 펼치게 된다.

2012년 7월, 드디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 차량 서비스인 ‘우버엑스(UberX)’가 출시된다. 이제는 높은 편의성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도 갖춘 우버는 빠르게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나갔다. 서비스를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나갈 때마다 많은 규제와 부딪혔지만 캘러닉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2013년 8월에는 인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까지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27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금과 함께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모빌리티 서비스 안에서 경쟁중인 우버와 리프트
모빌리티 서비스 안에서 경쟁중인 우버와 리프트.(사진: Unsplash)

성장기 우버의 CEO를 맡은 트래비스 캘러닉의 공격적인 성격은 우버의 행보 및 기업문화에도 상당히 많이 반영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부 회의실인데 우버의 내부 회의실은 모두 'War Room'으로 명명돼 있다. 대외적으로도 경쟁사인 리프트(Lyft)가 투자받는 것을 방해하거나 다른 경쟁업체인 겟택시(Get Taxi)에게는 콜 취소 후 운전자를 빼가는 형태의 영업방해행위를 저질러 왔다.

2017년에는 캘러닉이 각종 스캔들때문에 CEO에서 물러나고 다라 코스로샤히가 새 CEO로 부임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쳐 최근 IPO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예상되는 기업가치는 90~110억원 정도로 알리바바 이래 최대 규모의 IPO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표는 우버의 성공사례에서 O2O 서비스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요소들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요소는 온디맨드 형태의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사용자 경험, 즉 UX가 월등히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요소는 UberX의 가격이 일반택시보다 저렴한 것처럼, 가격이 기존 서비스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O2O서비스를 만드는 창업자들이 둘 중 한 가지 요소만을 갖추려 하는데 중요한 것은 두 요소 사이에 ‘&’가 있다는 점"이라며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강 중인 윤필구 대표.(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다음으로 소개한 사례는 공유숙박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다. 디자이너였던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개비아는 부족했던 형편의 개선을 위해 본인들이 거주하던 복층 구조 원룸의 위층을 손님들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기로 한다. 결코 편한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되자 두 사람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방을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때는 2008년 미국 대선 선거철, 덴버 주에서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었다. 몰려든 인파에 비해 숙박시설은 턱없이 모자랐고 두 사람은 이곳에서 침대를 빌려주고 아침으로 시리얼을 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선거 시즌에 맞춰 자체 제작한 오바마, 매케인 시리얼이 인기를 끌면서 3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돈으로 즉시 창업을 진행하기에는 자금이 모자랐고 두 사람은 남은 시리얼을 먹으며 창업을 이어나가게 된다.

배고픈 창업과정을 겪고 있는 두 사람에게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모집이 들려왔고 이들은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폴 그레이엄은 두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너희들은 바퀴벌레구나!”라며 그들의 생존력을 높이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게 된다.

2009년 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에어비앤비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로부터 시드투자를 받게 된다. 이후 두 창업자는 뉴욕에서 빈 방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이는 비록 사업의 크기를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기존 아이디어가 갖고 있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현장을 체험하면서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에어비앤비의 두 창업자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Pexels
에어비앤비의 두 창업자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사진: Pexels)

이런 고생끝에 2011년에는 전년대비 800%라는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으며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한 결과 현재는 600만 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고, 190여 개 국가의 약 8만 개 도시에서 매일 200만 회 이상의 숙박을 달성하고 있다. IPO를 한다면 기업가치는 45조원 정도로, 집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매리어트 호텔보다 기업가치가 높은 세계 최대의 공유 숙박 서비스로 올라서게 됐다.

윤 대표는 에어비앤비 창업기에서 배울 수 있는 3가지 교훈을 이야기했다. 첫번째는 에어비앤비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호스트 커뮤니티를 집중 관리한 것, 두번째는 누가 비난하든지 미친 아이디어를 밀어붙일 수 있는 용기와 끈기다. 세번째는 폴 그레이엄도 감탄했던 바퀴벌레같은 생존력과 집념이다. 그는 “창업에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 모두 이런 의미"라며 "아이디어나 아이템은 바꿀 수 있지만 창업자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성향을 갖고 있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강의가 끝나고 개인적인 질문을 받고 있는 윤필구 대표
강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 중인 윤필구 대표.(사진: 더퍼스트미디어)

 

필자소개
이기창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Wiz&biz를 운영중이며, 스타트업 소식 및 칼럼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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