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투자 이끌어 낸, 중국의 로봇 천재
세계 최대 규모 투자 이끌어 낸, 중국의 로봇 천재
2019.05.23 16:20 by 제인린(Jane lin)

‘로봇 괴물’, ‘로봇 천재’, ‘리틀 마윈’… 

모두 약관의 나이로 스타트업을 일구고, 전 세계에서 사상 유래없는 투자를 받아 낸 ‘상탕커지(商汤科技, SenseTime)’의 창업주 쉬즈헝(徐持衡) 씨를 이르는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칭화대학교에 입학한 이공계 수재로, 창업 5년 만에 아시아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상탕커지’의 공동창업주 쉬즈헝(徐持衡) 씨(사진: 웨이보)
‘상탕커지’의 공동창업주 쉬즈헝(徐持衡) 씨(사진: 웨이보)

| 압도적인 기술, 압도적인 투자

쉬즈헝 씨가 자신의 스승인 탕샤오어우(湯曉鷗) 홍콩중문대 정보공학과 주임교수와 지난 2014년 창업한 ‘상탕커지’는 일종의 로봇 개발 회사다. 특히 컴퓨터 영상 인식 분야 연구진과 보유 기술은 구글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불과 창업 5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힘은 공동창업자 개개인의 역량과 이들의 시너지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쉬즈헝 씨는 학부를 졸업한 후에 홍콩 중문대학교 실험실에서 연구를 이어갔는데, 이때 탕샤오어우 교수와 뜻을 도모하게 된다. 탕 교수는 중국의 이공계를 대표하는 권위자로 통하는데, 미국 MIT공대를 졸업한 이후 중국과학원 소속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선전(深圳) 선진기술연구원 부원장과 홍콩 중문대 교수 등을 지냈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중국 과학원과 홍콩 중문대의 공동연구팀을 이끄는 등의 성과를 높이 평가받으며 글로벌 10대 인공지능 연구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검증된 권위자와 혁신적인 젊은 피의 만남이 만든 시너지는 폭발적이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면 인식 서비스’와 관련하여 가장 최신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상탕커지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시장은 비교적 늦은 시작에도 불구, 강력한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인프라를 확보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시장은 비교적 늦은 시작에도 불구, 강력한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인프라를 확보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상탕커지가 보유한 안면 인식 기술력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딥페이스 기술로 분류, 무려 99.55%를 넘어서는 식별력을 자랑한다. 참고로 사람의 눈으로 인식하는 정확도가 98% 수준, 즉 사람의 인식력을 능가한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현재 상탕커지는 다양한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자본 투자와 협력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전 세계 휴대폰 판매율 1위를 기록한 화웨이(华为)가 스마트폰 내부에 탑재하는 안면인식 기기를 상탕커지 기술력으로 제조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안면 인식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 기업의 성장 잠재력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 잠재력 1위 기업으로 꼽힌 곳은 라디오 전용 팟캐스트 ‘히마라야(喜马拉雅)’였고, 2위가 바로 상탕커지였다.(여담으로, 필자 역시 히마라야 내에서 ‘언니들의 수다’라는 한중 라디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안면 및 사물 인식 분야에서는 따라올 기업이 없을 정도의 월등한 입지를 구축한 상탕커지의 쉬즈헝 씨(사진: 웨이보)
안면 및 사물 인식 분야에서는 따라올 기업이 없을 정도의 월등한 입지를 구축한 상탕커지의 쉬즈헝 씨(사진: 웨이보)

상탕커지는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일명 ‘센스타임’이라고 불리는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운영 중이다. 해당 기술력은 중국 내 베이징 외곽, 텐진, 장쑤성, 저장성 등에 건설 중인 ‘스마트시티’ 사업의 주요 기술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화웨이, 비보, 샤오미 등 중국 내 주효 휴대폰 제조사가 이 기술을 자사의 기기 내부에 탑재하고 있다.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상탕커지의 이름값을 높인 일등공신이다. 실제로 상탕커지를 향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 현지 언론은 “압도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린다. 지난 2017년,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4억1000만 달러 규모(시리즈 B)의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6억 2000만 달러 규모(시리즈 C)의 투자까지 성사시켰다. 이는 중국 인공지능 기업이 유치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다. 11월에는 마윈이 이끄는 알리바바 그룹에서도 15억 위안(약 2500억원)을 투자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의 혼다 측이 개발하고 있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개발 사업에 공동 개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기준, 기업 시가 총액은 45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젊은 피 쉬즈헝 씨에게 쏟아지는 관심 

쉬즈헝 씨와 탕샤오어우 교수는 현재 동업자 신분, 이들이 처음 만난 건 쉬즈헝 씨가 칭화대 3학년 시절 무렵이다. 탕 교수는 이 시기 칭화대에서 컴퓨터 시각 강의를 진행했는데, 쉬 씨는 유독 그 수업과 연구 성과에 매료됐다고 한다. 사실 그는 로봇의 시각적인 인식과 지능 연구 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양한 로봇을 수집, 분해하고 조립하는 등의 취미를 10년 넘게 이어왔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최고의 대학 중 한 곳에서 수학했지만, 스스로는 “학벌에 대해 큰 관심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것에 더 깊이 몰두하고, 연구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쉬즈헝 씨가 로봇을 처음 접했던 건, 원저우 실험중학교 2학년 재학 시절이다. 동급생 친구가 가져온 로봇에 관심을 느꼈고, 이후에는 선배, 동급생들과 함께 로봇을 분해‧조립하는 취미 생활을 즐겼다.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조직해 주말에는 줄곧 로봇 프로그래밍을 조작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를 통해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리모콘 센서로 조정하는 로봇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원저우 중학이과 실험반에 조기 합격하는데 성공한다. 그의 월반 경력이 이 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쉬 씨는 이후에도 줄곧 로봇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로봇 축구 경기를 개최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에는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 이 상을 계기로 칭화대학교 조기 입학에 성공했다.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받은 장학금으로 꾸린 동아리 ‘테크놀로지 제작사’는 보다 본격적으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사랑방이었다. 당시 쉬 씨가 창설한 이 동아리는 현재까지도 해당 고등학교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동아리로 남아있다. 

 

로봇 마니아였다는 쉬즈헝 씨는 로봇괴물, 로봇천재 등으로도 불린다.(사진: 웨이보)
로봇 마니아였다는 쉬즈헝 씨는 로봇괴물, 로봇천재 등으로도 불린다.(사진: 웨이보)

칭화대에 진학한 이후 그는 무려 1m가 넘는 큰 규모의 로봇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드리블과 슈팅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만능 스포츠’ 전용 로봇으로, 당시로는 두 발로 직립하는 로봇 가운데 가장 활발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마치 운명처럼 탕 교수의 연구팀 연구원으로 함께하게 됐고, 이 인연은 현재의 ‘상탕커지’ 설립까지 이어졌다. 로봇의 안면 인식 기술력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쉬즈헝 씨는 탕 교수와 함께 공동 창업자의 지위를 취득, ‘상탕커지’의 1호 직원이자 창업자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성공적인 창업을 이뤘지만, 쉬즈헝 씨는 여기에 안주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지속적인 개발 의지는 물론, 상용화 시 예측하지 못한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발로 뛰는 창업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상탕커지의 직원 상당수가 연구 기술직이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서 불편을 접수하기 위한 직원이 부족할 때마다 직접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내 은련카드(중국의 대표적인 신용카드로, 상탕커지가 개발한 기술이 탑재돼있다.)를 사용하는 은행 지점을 찾아 자사 안면 인식 기술이 가진 문제점을 테스트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창업주가 직접 현장을 찾아 기기 사용 시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은 중국에선 대단히 생소한 기업 문화다. 그는 자신에 대해 “90년대 출생자답게, 발로 뛰는 젊은 청년 사업가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실전에 강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쉬즈헝 씨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게 창업에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쉬 씨는 “창업은 꿈을 현실로 이뤄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쉽지만 돌아가는 길 대신 어렵지만 정면 돌파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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