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모르는 전략가는 왜 위험할까?
읍참마속(泣斬馬謖)과 맥도날드 밀크쉐이크 실수(Milkshake Mistake)
현장을 모르는 전략가는 왜 위험할까?
2019.05.24 16:14 by 문태용

중국의 역사에서 촉나라의 제갈량이 위나라 정벌을 위해 총 7차례에 걸쳐 북벌을 하는 장면은 소설 삼국지 연의에서도 극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할 정도로 매우 비중이 높다. 결론적으로 제갈량은 위나라 정벌에 실패하게 되는데, 그중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고 평가받는 1차 북벌은 마속의 실수가 패전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렇다면 촉의 1차 북벌은 어떤 전쟁이었을끼? 전쟁 초기 촉은 중원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 '장안'에 이르기 전까지 관중 지역을 점령하고 천수, 남안, 안정 3군의 항복을 받아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촉의 군대가 기세를 몰아 장안성을 함락하면 되면 위나라 수도 정벌이 가능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의 입장에서도 장안이 뚫리는 것은 결사로 막아야 했다. 

위나라와의 대치 상황에서 제갈량은 장안으로부터 오는 위나라 원군을 차단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에 마속을 파견하여 요격 태세를 갖춘다. 가정은 농산의 기슭인데다 이전에 항복을 받아냈던 천수, 남안, 안정(국경지역)의 후방 안정성을 위해서도, 이후 장안을 공격하기 위한 병참로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길목을 지키기만 하라고 당부했지만 마속은 지시를 무시하고 산 위에 진을 친다. 이때 부장 왕평이 '승상의 말씀대로 길목에 군영을 세워야 한다'고 말리자, 마속은 “병법에 이르기를 높은 곳에 의지해 아래를 보면 그 형세가 마치 대나무를 쪼개는 것과 같다고 했다”라며 병법을 내세워 왕평의 기를 죽이고 끝내 산으로 기어 올라간다.

 

사진 : 드라마 신삼국
(사진: 드라마 삼국)

명령을 어기고 산위에 진을 친 마속은 결국 수로가 끊겨 위나라 백전노장인 장합에게 궤멸되고, 왕평이 따로 빼둔 1000명의 병사 덕분에 목숨만 겨우 건져서 본영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정 전투의 패전으로 승승장구하던 촉군은 전략적 요충지를 잃어 어쩔 수 없이 군대를 물리게 되고,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았다고 평가받는 1차 북벌은 실패로 끝이 난다. 이때의 책임을 물어 제갈량은 평소 아꼈던 마속을 눈물을 흘리며 참하는데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유명한 고사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제갈량은 영민한 마속을 항상 곁에 두고 매우 아꼈다고 한다. 마속은 백미(白眉)로 유명한 마량의 다섯 형제 중 한 명으로, 기록에 따르면 제갈량과 함께 병법에 대해 토론을 할 정도로 이론에 정통했다. 그러나 현장 경험이 없이 책 속의 지식에만 빠져있던 마속의 일화는 '헛똑똑이'들이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사같은 큰 일도 그르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천묵수적 이결전사(以決戰事 踐墨隨敵)' 
적에 따라 먹줄을 튕겨 일을 기민하게 행한다는 뜻으로, 임기응변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손자는 전략가라면 이론과 맥락을 전부 고려해서 상황에 맞는 전술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에선 '전략(戰略)이라는 단어는 경영학에서 더 많이 쓰일 정도로 비즈니스 상황도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기획자가 전략을 세울 때, 마속과 같은 우(愚)를 범하기도 한다. 과거 맥도날드의 밀크쉐이크 판매전략은 이같은 실수의 대표적 사례다. 

맥도날드는 밀크쉐이크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고심한 적이 있다. 그들은 밀크쉐이크 시장을 여러 개의 세그먼트로 나눈 다음  각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고객들을 초청하여 어떤 밀크셰이크를 좋아하는지를 묻는 통상적인 절차로 마케팅을 수립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고객들이 얼음이 많이 들어가 차가움의 정도나 농도의 진함, 당도의 선호도 등을 알아내는 것이 전략의 핵심 포인트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밀크쉐이크 판매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당시 맥도날드의 마케터였던 제럴드 버스텔은 하루 종일 매장에 앉아 어떤 고객들이 밀크쉐이크를 구입하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버스텔은 밀크쉐이크 판매의 40%가 특이하게도 사람들이 출근을 서두르는 이른 아침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밀크쉐이크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드라이브스루(Drive-Thru)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테이크 아웃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오전에 밀크쉐이크를 구입해서 나가는 고객들에게 왜 이른 아침에 사람들이 밀크쉐이크를 사는지, 왜 그들은 매장에서 먹지 않고 테이크아웃을 해서 나가는지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고객들은 출근을 위해 먼 거리를 자동차로 달리는 동안, 아침식사를 대신하기 위해 손에 잡고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필요로 했다. 커피는 너무 뜨겁고, 감자칩은 기름이 많아 불편했으며, 햄버거는 먹는데 정신이 팔리면 사고를 부를 수 있어 위험했다. 밀크쉐이크는 옷이나 운전대를 더럽히지 않고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밀크쉐이크가 이른 아침에 통근자들에게 잘 팔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맥도날드의 마케팅팀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판매전략을 세웠다면 애초에 이른 아침 통근자가 좋아할 만한 밀크셰이크를 출시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 되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최초 마케팅 전략에서 쉐이크에 과일을 첨가하든지, 운전자들이 쉐이크를 먹으며 더욱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또 이른 아침과 낮에 파는 밀크쉐이크의 특성을 다르게 조절할 수도 있었다. 오후에는 학생이나 주부 등이 주요 판매 대상이기 때문이다.

 

IT 전문가인 클레이 셔키는 이 일화를 통해 '밀크쉐이크 실수(Milkshake Mistake)'라고 정리했다. 이 표현은 현장(상황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적인 전략을 내놓는 마케터들을 비꼬는 말이다. 또한 경영학자 헨리 민츠버그는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전략을 멋대로 예측하거나, 실제의 상품과 고객의 접촉하지 않고 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이 '자전거 타는 이론'에 대해 아무리 잘 알아도 자전거를 잘 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전거를 타기 전 넘어지기를 두려워해선 진정한 전략가가 될 수 없다. 탁상공론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현장에서 직접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발로 뛰어봐야 한다. 그래야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맥락을 고려해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현장을 모르는 이론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위즈앤비즈 문태용 에디터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문태용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운영. 건강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디지털 미디어 마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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