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5년 간 100명의 창업가 만나보니…
대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5년 간 100명의 창업가 만나보니…
2019.07.10 15:23 by 제인린(Jane lin)

중국에는 ‘처쿠카페(车库咖啡)’라는 기업이 있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자는 목적으로 지난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창업 전용 인큐베이팅 기업이다. 기업의 명칭 ‘처쿠(车库)’는 차고를 의미하는데, 미국의 성공한 창업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볼품없는 차고에서 큰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데서 착안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간만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창업 전문가 초빙을 통한 컨설팅, 창업가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각종 이벤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 상하이, 선전, 항저우, 시안, 쑤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191곳의 지점이 운영 중이다.

이 기업에는 매우 특징적인 면이 있는데, 바로 자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라디오 팟캐스트를 통해 예비 창업가들에게 각종 창업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주인공 샤오칭(晓庆) 씨는 일명 ‘처쿠덴타이(车库电台)’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자사 라디오 팟캐스트를 5년 간 줄곧 맡아온 메인 앵커다. 

 

처쿠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처쿠덴타이’ 라디오 방송의 대표 앵커 ‘샤오칭’ 씨.
처쿠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처쿠덴타이’ 라디오 방송의 대표 앵커 ‘샤오칭’ 씨.(사진: 웨이보)

지난 2015년 11월 처쿠카페에 입사한 샤오칭 씨는 차고 2층 로비에 설치된 작은 책상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 책상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유명해진 창업가들이 대거 배출된 자리”라며 웃었다. 샤오칭 씨의 주 업무는 성공한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지금까지 샤오칭 씨가 만난 창업가의 수만 해도 약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창업자들의 사연과 꿈, 그리고 그 과정을 전해 들을 수 있었어요. 그중에는 90년대 생으로 연매출 1000만 위안(한화 약 17억원)을 달성한 청년도 있고, 80대 나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어르신도 계셨죠.”(샤오칭 씨)

그녀는 모든 인터뷰가 배움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만난 창업가들의 얘기를 일기처럼 적어놓곤 했는데, 그 속에는 많은 창업자들을 만나며 함께 웃고 울었던 그간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샤오칭씨는 “수많은 창업가들의 독특한 이야기가 실현되는 것을 목격하며 나 역시 열정과 희망을 갖게 된다”고 했다.
샤오칭씨는 “수많은 창업가들의 독특한 이야기가 실현되는 것을 목격하며 나 역시 열정과 희망을 갖게 된다”고 했다.(사진: 웨이보)

샤오칭 씨는 가장 인상 깊은 인터뷰이(Interviewee)로 81세 창업가 조 씨를 첫 손에 꼽는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일명 ‘체감온도계’. 처쿠덴타이는 조 시의 제품이 기존 온도계와 비교해 수 십 배 이상의 정확성을 가졌다는 것이 입증되자, 그를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했다. 특히 기존의 온도계가 상온의 온도를 측정하는데 그쳤다면, 이 체감온도계는 사람의 체온을, 그것도 탈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샤오칭 씨는 “조 할아버지께서 입버릇처럼 ‘이 제품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제품’이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진정한 창업가의 정신이라는 점에서, 할아버지의 창업 정신은 젊은 창업가들이 보고 배울 만 하다”고 회상했다.

 

직접 개발한 체감온도계로 81세 나이에 창업에 나선 조 씨의 모습(사진: 웨이보)
직접 개발한 체감온도계로 81세 나이에 창업에 나선 조 씨의 모습(사진: 웨이보)

그의 기억에 오래토론 남아 있는 또 다른 창업가는 말단 사무직 직원에서 수 십 억 자산가로 우뚝 선 23세의 청년 창업가 송리쥔 씨다. 일명 '송 사장'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그녀의 창업 성공 아이템은 ‘샤오팡지(小方鸡)’라는 브랜드의 어린이 전용 식기 제품이다. 외관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어린이 전용 식기 제품 같지만, 여기엔 아이들이 식사 시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식기류라는 특징이 숨어있다. 상당수 학부모들에게 아이의 밥 투정을 해결해주는 ‘고마운 제품’이라며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어린이 전용 제품을 제조‧납품해오고 있는 ‘송리쥔’ 사장. 일명 ‘송 사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사진: 웨이보)
어린이 전용 제품을 제조‧납품해오고 있는 ‘송리쥔’ 사장. 일명 ‘송 사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사진: 웨이보)

송 사장은 대학 초년생 때 회계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결혼을 위해 과감히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결혼보다 앞 선 임신 소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회인으로서의 경력이 완전히 ‘단절’되는 느낌을 받았고, 가장 자신 있는 ‘육아’ 관련 품목으로 창업에 뛰어 든 것이다. 샤오칭씨는 “송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가 가진 끈끈한 모성애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아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 가득한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창업가는 류팅 씨다. 류 씨는 칭화대학교 정밀기기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엔지니어 분야에서 알아주는 석학이었다. 샤오칭 씨가 류 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6년 4월 무렵. 당시 ‘처쿠카페’가 창업 5주년 행사를 진행할 시기였는데, 이 때 류 씨가 직접 제작한 커스텀 키홀더를 현장 참여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에 대해 샤오칭 씨는 “처음 봤을 때 직접 맞춤형 키홀더를 제작해 내는 기술력에 놀랐었는데, 나중에 결국 이런 기술을 활용해 각 개인이 선호하는 맞춤형 제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창업에 나서더라”고 회상했다. 

류 씨는 일명 ‘6공방’이라는 간판을 단 맞춤형 제품 제작실로 창업가의 길을 열었다. 각 개인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다양하게 제작하여 판매하는 곳이었다. 제작 상품의 종류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었다. 그가 가진 주조술과 전자기기 엔지니어링 기술만 있으면, 간단한 가구부터 전자 기기 튜닝까지 전 영역에 걸친 제품을 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샤오칭 씨는 그중에서 ‘갓난아이를 위해 엄마가 직접 제작 주문한 맞춤형 아기 팔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이의 손에 도장을 찍은 후 그 모형으로 맞춤 제작한 디자인 제품으로, 간단한 제작 과정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정성이 너무 특별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라면 그 종류에 제한없이 자체적으로 제작‧판매하는 ‘6공방’ 운영자 ‘류 팅’ 사장.(사진: 웨이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라면 그 종류에 제한없이 자체적으로 제작‧판매하는 ‘6공방’ 운영자 ‘류 팅’ 사장.(사진: 웨이보)

지난 5년 동안 약 100명에 달하는 창업가를 만나 온 샤오칭 씨. 그녀는 “창업은 삶의 방식이자 선택이며 용기를 가진 이만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점에서, 내가 만난 분들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두 성공적인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는 사람도 많고,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재수, 삼수 창업가도 꽤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배움의 과정이다. 

“창업의 결과가 어떠하든 그들은 이미 창업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요. 시도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값진 것들이죠. 창업은 결국,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자 결과인 것 같아요.”(샤오칭 씨)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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