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부터 인공장기까지 뚝딱…한계에 도전하는 장비들
메이커 장비 열전 특집
요리부터 인공장기까지 뚝딱…한계에 도전하는 장비들
2019.07.30 18:18 by 이창희

지금까지 메이커에 대한 개념과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해 세세히 알아봤다. 하지만 메이커의 꽃은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해주는 각종 장비들이다. 눈썰미가 좋은 독자라면 지난 기사에서 다뤘던 메이커 스페이스에 어떤 장비들이 있는지 눈여겨봤을 터. 간단히 다루고 넘어갔던 장비들을 보다 자세하게 소개한다. 나중에 직접 맞닥뜨리더라도 당황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물론 이런 장비들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물론 이런 장비들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만들기’의 혁명, 3D 프린터
문서나 이미지를 출력하는 프린터는 모두들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3D가 붙으면 평면이 아닌 입체물을 뽑아내는 특수한 프린터가 된다. 사실 이 정도는 아주 무지하지 않다면 대부분 모르지 않는 내용이다.

3D 프린터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RP(Rapid Prototyping)라 불리는 프린팅 기술이 그 시초로, 일본 나고야 공업연구소에서 개발됐다. 그러나 특허 출원은 그로부터 7년 뒤인 SLA(광경화성 수지 적층 조형) 기계를 만든 척 헐(Chuck Hull)에 의해 이뤄졌다. 이는 이듬해 3D 프린터의 상용화로 이어졌다.

 

성수 메이커 스페이스에 있는 3D프린터 룸.(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성수 메이커 스페이스에 있는 3D프린터 룸.(사진: 더퍼스트미디어)

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1개의 작업물을 출력해내는 데 길게는 24시간이 걸린 탓에 널리 쓰이지 못했다. 결국 비교적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빠른 제작 시간이 가능해진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이 상용화된 90년대 이후가 돼서야 3D 프린터는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3D 프린터는 크게 절삭형과 적층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절삭형은 원재료를 넣고 프로그래밍 값에 따라 깎아내는 방식이다. 품질 완성도는 높으나 재료 소비가 많고 굴곡이 많은 형체는 제작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1차 출력 이후 채색 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는 점도 마이너스다.

적층형의 경우 원재료를 켜켜이 쌓아올려 조형하는 방식으로, 절삭형에 비해 훨씬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분말 재료에 접착제를 넣어 적층하거나 컬러 용액을 분사해 색을 입히기도 한다. 열로 녹여 적층하고 금속 파우더를 분사하는 방식도 있다.

현재 3D 프린팅에 사용하는 소재는 300가지, 사출용 스프레이 노즐은 3만가지가 넘는다.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을 수 있으며, 인공 장기도 생산이 가능하다. 3D 프린터를 통한 생산의 한계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그리고 ‘페이스 오프’에 좋은 예가 나온다. 변장을 목적으로 주인공은 실제 안면과 유사한 질감의 마스크를 착용한다. 반전의 짜릿함을 제공하는 그 마스크, 3D 프린터의 산물이다.

 

3D프린터로 만든 작품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3D프린터로 만든 작품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다만 복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나 불법 무기 제작 우려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 3D 프린터로 총기를 제작한 20대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아울러 완성품의 내구성이나 원재료 가격 등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격은 최소 30~40만원에서 수천만원대로 성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가의 3D 프린터는 메이커 스페이스에 가면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자격증으로는 마스터, 조립 전문가, 전문강사 등 3가지가 있다.

 

|광선으로 자르고 다듬는다, 레이저 커터
어렸을 적 분필 크기만한 레이저 포인터를 친구의 눈에 쏘아대며 낄낄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단순한 장난이었지만, 요즘 기술을 감안하면 엄청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행위다. 레이저로 금속까지 척척 잘라내는 시대니까.

 

팹 랩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 레이저 커터.(사진: 더퍼스트미디어)
팹 랩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 레이저 커터.(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레이저 커터는 레이저 발진 장치 내의 이산화탄소에 전기에너지를 가해 플라즈마화(化)와 전자와 분자의 충돌, 궤도 팽창을 거쳐 만들어진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는 장비다. 어렵게 서술했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강한 힘을 가진 레이저 광선으로 무언가를 자르고 다듬는 방식이다.

 

물론 이걸 말하는 건 아니다.(사진: 영화 ‘스타워즈’)
물론 이런 걸 말하는 건 아니다.(사진: 영화 ‘스타워즈’)

일러스트 등으로 사전에 작업한 도면을 기반으로 목재부터 가죽, 종이, 아크릴, 금속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자르거나 새겨 넣는 제작에 쓰인다.

3D 프린터에 비해 작업 속도가 훨씬 빠르고 대량 생산이 손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 스타트업에서 거의 필수로 사용하는 장비다. 빠르고 값싸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결정적으로 2D 평면 작업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레이저 커터로 만든 MDF 조각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레이저 커터로 만든 MDF 조각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종류는 크게 3가지다.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CO2 레이저는 출력이 낮고 상대적으로 연성 재료만 가공할 수 있으나 가격이 저렴하다. 네오디뮴 레이저의 경우 두껍고 강한 재료를 가공할 수 있는 반면 부품 교체가 잦고 가격이 높다. 파이버 레이저는 유지·보수가 용이하지만 절삭력과 가공 속도가 다른 레이저에 비해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3D 프린터와 마찬가지로 가격대는 다양하다. 수십만원짜리도 있지만 억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이 역시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흔하게 접해볼 수 있다.

 

|위험한 만큼 정교하다, CNC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와 함께 3대 메이커 장비로 꼽히는 CNC는 Computer Numerical Control의 약자로, 컴퓨터 수치 제어라고도 한다.

CAD로 그려낸 디자인을 CAM 프로그램으로 수치화시켜 좌표 값을 입력하면 드릴이 X·Y·Z 축으로 움직이면서 재료를 깎아 제작하는 방식이다.

적층형이 대부분인 3D 프린터, 레이저로 가공하는 레이저 커터와 달리 물리적으로 직접 깎아내는 방식이라 잔여물 발생이 많고 그로 인한 위험도가 높다. 실제로 작업 도중 열과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금속 조각들이 튈 수 있어 보안경을 착용해야 하며, 말려들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장갑은 사용하면 안 된다.

 

용산 디지털 대장간에 있는 CNC.(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용산 디지털 대장간에 있는 CNC.(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위험한 만큼 정교하고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며, 기술의 적용 범위도 넓다. 이 때문에 군사적 활용이 가능해 미국에서는 한때 공산권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최초의 CNC는 195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으며 자연스럽게 관련 기술도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1967년, 한국은 1977년에 이르러 각각 개발에 성공했다.

가격대는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소 수백만원에서 시작하며 수억원대 장비도 숱하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 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 컴퓨터응용가공산업기사, 사출금형산업기사, 기계조립기능사 등이 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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