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의 목소리를 UP시킨 스타트업들
사각지대의 목소리를 UP시킨 스타트업들
2019.08.07 16:33 by 이기창

더 빠르고 편리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도, 평균 75분을 기다려야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들이 있다. 모두가 돈 벌 궁리에 여념이 없는 세상에서 혼자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미혼모들도 있다. 이들이 거하는 세상은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탄생한 스타트업이 하나로 모인 곳. ‘하나 소셜벤처 LIVE’ 현장을 다녀왔다.

 

8주간 진행된 하나 소셜벤처 아카데미의 성과발표회, 하나 소셜벤처 LIVE
8주간 진행된 하나 소셜벤처 아카데미의 성과발표회, 하나 소셜벤처 LIVE

지난 2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8주 동안 하나 소셜벤처 아카데미에서 갈고 닦은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환경, 이웃, 생활의 3개 분야에 총 14개 스타트업(BCBC, DE스튜디오, 로운, 빛날, 온네스트, 허들링, 오마이룸, 이유, 위드라이버, BODY-W, 플레이포, 윌슨, 바를정, 로드로드)이 참여했다. 현장에는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이들이 있었다. 어떤 스타트업이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했을까?

 

│교통약자에게 이동의 자유를, ‘이유’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이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교통약자라 한다. 정부 관련부처에선 교통약자의 이동을 위해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평균 75분을 대기해야 한다는 것. 차량의 부족과 열악한 배차시스템 때문이다. 교통약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 역시 점점 배가된다. 

최재영 ‘이유’ 대표가 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지체장애 3급인 어머니를 모시고 교통약자 지원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그가 먼저 집중한 문제는 배차시스템이다. 전국 생활이동지원센터는 대부분 비효율적인 배차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몇몇은 액셀을 이용해 수동으로 배차하고 더 열악한 경우는 메모지를 이용해 수기로 진행하기도 한다. 배차를 신청할 때마다 번번이 주민센터와 콜센터에 신원확인을 해야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최 대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동배차시스템을 개발했고, 이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바로 ‘이유’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부산시 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내 15대 차량으로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기시간을 평균 45분 정도 절감했고 덕분에 하루 평균 74명을 더 태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지원 차량의 대수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발표를 맞은 양윤정 공동대표는 “하염없이 버려지는 교통약자의 시간을 이유가 꼭 지켜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양윤정 이유 공동대표
양윤정 이유 공동대표

│미혼모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동행자, ‘온네스트’
좋지 않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미혼모. 하지만 그들을 위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도 경제적 자립방법에 대해서는 똑 부러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는 ‘온네스트’의 김수현 대표가 6년 동안 지원센터에서 직접 경험한 현실이다. 미혼모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의 부족현상. 이는 미혼모의 40%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드는 결과가 되었다. 

김 대표는 세무회계를 전공하고 경리, 노무, 세무 업무에 종사했다. 일하면서 비전공자도 교육만 잘 받으면 충분히 경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중소기업에 경리 사무대행 업무를 제공하는 아웃소싱 플랫폼 ‘온네스트’를 창업했다. 기업은 5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경리업무를 맡길 수 있고 미혼모는 6개의 기업을 동시에 관리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뤄낼 수 있다. 이 업무를 위해 대상자는 기본 이론교육과 1:1밀착교육까지 총 4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을 맡긴 회사에서 대상자의 업무 수행능력이나 근무태도 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비스의 품질 관리도 이뤄지는 셈이다. 김수현 대표는 “미혼모 가정의 동행자가 되는 것이 온네스트의 비전”이라며 “미혼모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온네스트 대표
김수현 온네스트 대표

│버려지는 맥주박의 건강한 재탄생 ,’BCBC’
맥주 양조 과정에서 맥아의 당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맥주박’이라고 한다. 이 맥주박은 양조 후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되어 버려진다. 2017년 한 해 동안 생산된 맥주의 양은 연간 180만킬로리터. 이만큼의 맥주를 생산하고 버려지는 맥주박은 약 90만톤이다. 이 과정에 드는 사회적 비용만 무려 9000억원에 이른다. 

취미로 홈브루잉(맥주를 직접 집에서 양조하는 것)까지 할 정도로 맥주를 사랑하는 ‘맥덕’ 서성원 대표는 모두가 버려지는 맥주박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맥주박의 영양분. 당분이 추출되고 남은 맥주박은 열량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았다. 서 대표는 이런 특성을 살려 맥주박을 이용한 그래놀라바(견과류를 바 형태로 만든 식품)를 만들었다.

사람들의 기호가 중요한 식품군. 찌꺼기가 원재료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서 대표는 시제품을 개발해 96명을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맥주 찌꺼기가 원재료로 사용된 것을 알고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은 20%정도 뿐. 시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견도 과반수를 넘겼다. BCBC는 오는 9월, 오픈마켓을 통해 제품을 정식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지속적인 업사이클링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며 “지속가능한 맥주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BCBC의 비전”이라고 전했다.

 

서성원 BCBC 대표
서성원 BCBC 대표

오늘 이들이 섰던 크고 화려한 무대에 비하면, 이들의 성과는 아직 미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열정과 이 목소리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어 내겠다는 꿈의 크기는 그 어느 무대보다도 훨씬 크다. 
 

필자소개
이기창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Wiz&biz를 운영중이며, 스타트업 소식 및 칼럼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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