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중국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중국에 있다?
2019.08.07 16:30 by 제인린(Jane lin)

입학의 관문이 ‘바늘구멍’보다 좁은 학교하면 어디가 떠오르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나 스탠포드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이 두 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입학 경쟁률을 기록하는 최고의 명문대로 꼽힌다. 

그런데 설립 5년 만에 이들의 치열한 입학 경쟁률을 매년 경신하는 대학이 바로 중국에 있다. 이 대학의 입학률은 4%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장학금이 빵빵한 것 아니냐고? 전혀 아니다. 오히려 교육비 저렴하기로 소문난 중국에서 1년 학비 36만 위안(한화 약 7천 200만 원)의 고가 정책을 운영 중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저장성 항저우 시에 소재한 ‘후판대학교’. 지난 2019학년도 입학식에서는 2.93%라는 입학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1400명의 지원자 가운데 단 41명 만이 입학이 허락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저장성 항저우시에 소재한 후판대학교 캠퍼스 모습.(사진: 웨이보)
저장성 항저우시에 소재한 후판대학교 캠퍼스 모습.(사진: 웨이보)

후판대학의 소유주이자 설립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인물 ‘마윈’이다. 중국에서는 ‘마윈 빠빠(马云爸爸)’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성공한 창업가인 그가 경영 일선에서 은퇴를 준비하며 설립한 대학이 바로 이곳이다. 후판 대학의 ‘후판’은 그가 알리바바 그룹을 창업하기 전에 머물렀던, 낡고 저렴한 공동 주택의 명칭이었다. 자신의 성공 이후 교육자이자 ‘선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로 이 명칭을 사용했다고 한다. 

알리바바 마윈이 직접 만든 학교, 치열한 입학경쟁률과 고가의 학비, 입학한 이들의 명성 등은 세계인의 관심을 이 학교로 쏠리게 했다. 실제로 중국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 대학교 이공계의 학비는 연평균 5000위안(한화 약 80만 원, 자국인 기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이는 의료, 교육, 식비에 대해서 만큼은 저가 또는 무료로 운영해야 한다는 중국정부의 절대 원칙에 의한 것. 하지만 후판 대학의 학비 수준은 미국의 여느 주립 대학교의 등록금 수준과 유사하게 책정되어 있다. 놀라운 점은 중국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고가의 학비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후판대학교 캠퍼스 모습(사진: 웨이보)
후판대학교 캠퍼스 모습(사진: 웨이보)

사실 이 학교는 평범한 대학과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 지원자의 기본 조건이 창업 3년 이상인 기업가로서, 연간 매출 3000만 위안(한화 약 50억원) 이상, 직원수 30명 이상의 조건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후판 대학 지정 추천인 1명을 포함해 총 3명에게 추천을 받아야만 입학 조건을 얻을 수 있다. 현재 1대 교장으로 취임해 있는 마윈은 “미래의 중국은 앞선 사고를 할 수 있는 기업가들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면서 “이 학교는 한겨울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고 설명했다. 

 

후판대학교 1대 교장 마윈의 모습.(사진: 웨이보)
후판대학교 1대 교장 마윈의 모습.(사진: 웨이보)

이 곳에 입학한 학생들은 후판 대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좋은 인맥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지 유력 언론에서는 지금껏 약 170여 명의 유명 기업가가 이곳을 졸업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AI개발업체 커다쉰페이(科大讯飞)와 아이플라이테크의 창업주인 후위(胡郁)가 포함돼 있다. 특히 아이플라이테크는 우리나라의 한글과 컴퓨터 그룹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 은행을 대상으로 한 AI 콘택트 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중국의 대표적인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창업자 리우칭(柳青) 대표, 영상물 공유 플랫폼 ‘콰이쇼우(快手)’의 창업자 수화(宿华) 대표,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어러머(饿了么)’의 창업자 장쉬하오(张旭豪) 대표 등이 후판 대학 출신자로 알려져 있다.

 

올해로 설립 5주년인 후판대학에서는 입학식 당일 교장이 입학생 전원에게 직접 휘장을 달아주며 독려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사진: 웨이보)
올해로 설립 5주년인 후판대학에서는 입학식 당일 교장이 입학생 전원에게 직접 휘장을 달아주며 독려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사진: 웨이보)

지난 2019학년도 입학식에서는 마윈 교장이 41명의 입학생 전원에게 휘장을 달아주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는 이 대학의 전통이다. 이날 입학식에 모습을 드러낸 신입생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션펑(沈鹏)이 꼽힌다. 1987년생의 션펑은 ‘수이디공쓰(水滴公司)’의 창업주이자, 성공한 80호우(80后,80년대 출생자)의 대표 격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포브스가 꼽은 ‘30 under 30’, ‘40 under 40’에 연달아 선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약 5억 위안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션펑 창업주 외에도 유명 가수 후옌빈(胡彥斌)씨와 중고차 전문 유통 플랫폼 ‘UXIN’의 다이쿤(戴琨) 대표, 샤오미 그룹이 운영하는 공기청정기 전문 제조업체 즈미(智米)의 쑤쥔(苏峻) 사장 등이 입학생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대륙에서 큰 유명세를 얻은 국민 가수 ‘후옌빈’은 그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음악 관련상품 개발 전문업체 ‘니우반문화(牛班文化)’ 대표 자격으로 후판 대학에 입학했다. 이 같은 ‘쟁쟁한 입학자’ 명단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한 수업에서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각 분야 리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후판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쟁쟁한 입학자들이 모인 후판 대학의 입학식 전경.(사진: 웨이보)
쟁쟁한 입학자들이 모인 후판 대학의 입학식 전경.(사진: 웨이보)

한편, 후판 대학의 졸업 연한은 ‘무한대’로 알려져 있다. 이는 평생 교육을 지향하는 마윈 교장의 의견에 따라, 기업이 완전한 사회적 책임을 다 할 때까지 입학생이자 창업가에 대한 피드백과 교육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Story 더보기
  • 베이징·상하이는 옛말…이젠 ‘쑤저우’를 주목하라
    베이징·상하이는 옛말…이젠 ‘쑤저우’를 주목하라

    기회의 대륙, 중국.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중국 진출을 꿈꾸는 이유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시장성과 구매력, 최근 수년 간 이어지는 국가적 장려·지원...

  • 스타트업이여, 전환사채를 알면 투자가 보인다
    스타트업이여, 전환사채를 알면 투자가 보인다

    투자를 갈망하는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투자의 디테일.

  • 정직한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달인 114’
    정직한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달인 114’

    중장비 중개 플랫폼 '달인 114'. 그런데 그 거친 곳을 누비는 대표가 20대 중반이라고?

  • 심사위원 마음을 얻기 위한 정부지원사업 계획서 작성법
    심사위원 마음을 얻기 위한 정부지원사업 계획서 작성법

    스타트업에게 '양날의 검'인 정부지원사업. 성공에 앞서 중요한 건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 “내가 창업한 이유는…” 새내기 청년 창업가의 고백
    “내가 창업한 이유는…” 새내기 청년 창업가의 고백

    중국 후베이성 출신의 서른 두 살 장청씨. 그에게 창업이란?

  • 온 국민이 여가로 행복한 그날까지, ‘프렌트립’
    온 국민이 여가로 행복한 그날까지, ‘프렌트립’

    고리타분하고 시시한 모임은 가라. 재미와 의미를 보장하는 플랫폼이 여기 있으니까.

  • ‘당신을 위한 밥상 주치의, 마켓온오프’(후편)
    ‘당신을 위한 밥상 주치의, 마켓온오프’(후편)

    더 건강한 내일을 위해 요리하고 연구하는 식생활 혁명의 현장.

  • 중국 내 스타트업 창업, 2030이 절반!
    중국 내 스타트업 창업, 2030이 절반!

    중국의 청년 창업가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중국 창업 붐의 속내를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