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커머스의 중동 상륙작전 ‘아부하킴’②
한국 이커머스의 중동 상륙작전 ‘아부하킴’②
2019.08.17 02:25 by 이창희

※전편 요약
아랍어를 전공하고 사우디에서 4년 동안 온갖 경험을 한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중동과 무슬림의 '진짜' 모습을 생생하게 겪고 지켜봤다. 서구의 시각으로 본 여성 차별과 테러리즘 집단이 아닌, 바로 눈앞에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중동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아랍 국가들이 남녀를 엄격히 구분하고, 종교적 율법을 철저히 고수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 유덕영 대표. 아이러니하게도 유 대표는 그러한 현실에서 비즈니스의 지점을 캐치해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낸다” -아랍 격언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 그는 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 그는 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 ‘이커머스 무주공산’ 중동에 발을 딛다
확신이 선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온라인을 샅샅이 훑으며 중동의 이커머스 환경부터 파악했다. 중동의 인터넷 속도와 이용자 수 등은 서구권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상거래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세계 곳곳 어디든 배송하는 아마존에서도 중동 지역만큼은 예외였다. 대부분의 아마존 셀러들은 중동 배송을 꺼렸다.

그가 생각하기에게 중동 시장은 경쟁자를 찾기 힘든, 그야말로 ‘블루오션’이었다. 그렇게 2016년 1월,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이커머스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경기경제과학진흥원 프로그램에 합격, 이베이에서 직접 물건을 팔아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를 통해 배송과 결제 시스템을 꼼꼼히 학습했고, 세계 각 지역의 소비 성향과 패턴 등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베이 수출스타 대상 수상은 덤이었다.

 

제 7회 이베이 수출스타 대상을 수상한 유덕영 대표.
제 7회 이베이 수출스타 대상을 수상한 유덕영 대표.

아랍어 구사 능력에 중동 근무 경험, 전자상거래 실무까지 갖추고 나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아부하킴’이란 사명으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아랍어로 ‘아부’는 아버지, ‘하킴’은 현지에서 흔한 아이의 이름이다. 우리로 치면 ‘철수’정도? ‘하킴 아빠’ 즉 아부하킴은 아랍인들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한 작명이었다.

 

| ‘산 넘어 산’이지만 ‘하늘 아래 뫼이로다’
2018년 3월, 홈페이지가 완성됐고 주문·배송 시스템까지 갖췄다. 중동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동시에 수요가 있는 한국 제품을 위주로 내걸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주문량이 저조했다. 마케팅을 크게 벌이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주 10~15건의 주문에 그치는 것은 크게 당황스러운 수치였다. 분명히 수요를 파악했었고, 현지에서는 찾기 힘든 제품을 취급함에도 중동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빠르게 문제를 파악했다. 원인은 다름 아닌 결제 수단이었다. 중동 소비자들이 현금 거래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카드 선 결제 방식에 이렇게까지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줄은 몰랐다. 물건을 받고 그 자리에서 지불하는 방식, 즉 ‘COD(Cash on Delivery)’ 문화는 생각보다 견고했다.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홈페이지 내 주문·결제 후 배송을 통한 수령’ 방식이 그들에게는 생소하고 위험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당장 COD 방식을 도입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제품 수령 후 무통장 입금이었죠. 도입하자마자 주문이 3배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완전한 방법은 아니었죠.  온갖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반년 만에 그들이 원하는 완전한 COD를 구축했습니다.”(유덕영 대표)

 

중동인들은 카드 선 결제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중동인들은 카드 선 결제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카드 결제 방식을 정착시키는 것이 아부하킴의 목표다. 이를 위해 재구매 시 할인 혜택, 기프트 카드 구입 시 추가 적립 등을 프로모션으로 적용해 가면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산을 하나 넘고 나자 또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주소 체계가 생각보다 훨씬 엉성했다. 우리처럼 ‘국회대로 00길’ 같은 도로명은 사치였다. 큰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3번째 블록에서 빨간 지붕 옆집’ 같은 식으로 표기됐다. 현지 사람들은 동네마다 배치된 우편 집중국에 들러 우편물을 수령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었다.

 

여긴 몇 번지? 중동에서 길찾기는 정말 어렵다.
여긴 몇 번지? 중동에서 길찾기는 정말 어렵다.

결국 홈페이지에 구글 지도를 넣어 최대한 정확성을 높이고, 길눈 밝은 배송기사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주소 체계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인프라 문제로, 일개 스타트업이 뾰족한 해결책을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힘든 부분이 있죠. 하지만 이커머스 문화가 정착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다행히 요사이 중동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개혁·개방이 이뤄지고 있고, 사회적 인프라가 개선되고 있거든요.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진리는 중동에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유덕영 대표)

 

| 무슬림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날까지
아부하킴의 올 하반기 계획은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프라를 구축했으니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할 터. 그 시작은 ‘중동의 허브’ 두바이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아랍 출신의 인력을 채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CS(Customer Satisfaction)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신뢰도와 영향력이 높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으로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제휴 제안도 몰려들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동 판로가 막막한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는 아부하킴이 안정적인 수출 루트가 될 수 있다.

 

인샬라, 신의 뜻대로.
인샬라, 신의 뜻대로.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반가운 소식들이 제법 있지만, 정작 유 대표는 들뜨지 않는다. 4년 동안 보고 겪은 중동 문화의 핵심은 느긋함이었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뛰는 대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하나하나 고개를 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동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바로 ‘인샬라’입니다. ‘신의 뜻대로’라는 뜻이죠. 조금 더디더라도 그들에게 신의를 지키고 신뢰를 쌓으면서, 그들을 이해하면서 해 나가보려 합니다.”(유덕영 대표)

 

/사진: 아부하킴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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