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의 설리번 선생님, 발음교정 서비스 ‘바름’을 만들다. ①
청각장애인의 설리번 선생님, 발음교정 서비스 ‘바름’을 만들다. ①
2019.08.18 16:36 by 이기창

‘고요 속의 외침’이란 게임이 있다.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상대가 말하는 단어를 듣고 이를 맞추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재미 포인트는 시종일관 엉뚱한 단어를 답하는 ‘불통’에 있다. 제대로 들을 수 없기에 생기는 해프닝이다. 방송을 통해 보이는 연예인의 얼굴에선 극한의 답답함을 엿볼 수 있다. 단 몇 분간의 게임에도 이렇게 답답할 진데, 이런 상황을 평생 겪는다면 어떨까?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바로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그들의 비즈니스다. 

지난달 25일 디캠프 데모데이 무대, 한 사나이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발음교정 서비스 ‘바름’을 소개했다. 이날의 발표보다 놀라웠던 건, 단 한 번의 막힘없이 5분의 발표시간을 꽉 채웠던 그 또한 청각장애인이란 사실이었다. 주인공은 전성국(35) 딕션 대표. 발표를 듣고 궁금해졌다. 그가 어떻게 ‘바름’을 만들게 되었고,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말이다.

 

전 대표의 '바름'은 7월 디캠프에서 디캠프 상임이사상과 청중상을 수상했다.
전 대표의 '바름'은 7월 디캠프에서 디캠프 상임이사상과 청중상을 수상했다.

│신생아 때 갑작스레 찾아온 고열, 그렇게 ‘청각장애 2급’. 
전 대표가 청각장애를 겪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생아 때 갑작스레 찾아온 40도의 고열. 며칠 동안 고열을 앓고 난 그는 청신경에 손상을 입었다.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전 대표가 2살이 될 때쯤, 부모님은 뒤에서 불러도 대답이 없는 그의 모습에 ‘혹시나’싶어 병원을 찾았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청각장애 2급 판정이었다. 참고로 2급 판정 기준은 청력손실이 90dB(데시벨) 이상이다. 90dB은 시끄러운 공장 내부 소음 정도이니, 딱 그 정도를 듣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전 대표는 “보청기를 끼더라도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지 못하면 거의 못 듣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는 60dB 정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는 60dB 정도다.

좌절하고,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그는 소통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특수학교에서는 과체중이었던 몸이 일반학교로 전학하고 나서 반쪽이 됐을 정도로 온 신경을 듣고 말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런 노력에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더해지자 자연히 소통의 횟수와 깊이가 조금씩 늘어났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들과 다르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이는 딱 학창시절 수준 안에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는 횟수가 잦아졌고, 연습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질문을 받을 때 발음을 연습하지 않은 생소한 단어가 들어가면 자연스레 몸이 굳고, 당황하게 돼요.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움부터 생기는 거죠. 실제로 면접 볼 때 버벅거린 적이 있어요. 그리곤 바로 탈락했죠. 그런데 문득 너무 억울한 거예요. 내가 일할 능력이 안돼서 떨어진 건지, 단순히 발음을 못해서인지 모르니까요.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죠.”(전성국 대표)

 

'바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전성국 대표
'바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전성국 대표

│새로운 음성인식기술을 개발해 ’바름’을 만들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부터 전 대표의 발음연습을 가장 많이 도와준 이는 그의 어머니였다. 매일매일 어머니와의 학습을 통해 정확한 발음을 익혀나갔다. 하지만 대학교에 진학하고 독립을 하게 되자, 발음 연습은 오로지 그만의 몫으로 남겨졌다. 어떤 발음이 올바른지 판단해 줄 사람이 없어진 상황. 혼자서 발음 연습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이런 그에게 음성인식 기술은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가 지켜본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 방향은 발음을 정확하게 개선하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소 어눌한 발음으로 말해도 알아듣고 대답만 할 뿐 어떤 발음이 틀렸는지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혼자서 발음 연습을 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음성인식기술이 발음 교정에 도움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왔는데, 2~3년이 지나도 그런 서비스가 안 나오는 거예요. 그때부터 기존의 음성인식기술로 틀린 발음 파악이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전문가들에게 알아보니 엔진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4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음성인식기술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전성국 대표)

 

전 대표는 조금 특별한 음성인식 기술에 도전했다.
전 대표는 조금 특별한 음성인식 기술에 도전했다.

②편에서 계속

 

필자소개
이기창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Wiz&biz를 운영중이며, 스타트업 소식 및 칼럼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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