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여, 전환사채를 알면 투자가 보인다
스타트업이여, 전환사채를 알면 투자가 보인다
2019.09.25 09:34 by 이창희

‘투자’. 스타트업이라면 말만으로도 설레고 꿈에 부푸는 단어다. 내가 세상에 내놓은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인정의 척도이자, 앞으로 더욱 차원 높은 비즈니스를 펼칠 여력이 주어진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고 리스크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 누구로부터 어떤 돈을 무슨 방식으로 받는지에 따라 당신의 비즈니스는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할 수도, 예기치 못한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투자의 세계가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럴수록 꼼꼼하게 학습해야 하는 이유다.

 

투자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를 꽃피게 만든다.
투자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를 꽃피게 만든다.

┃전환사채, 누구냐 넌

24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 강남에서는 스타트업 투자를 주제로 ‘법률 세미나&멘토링’이 열렸다. 연사는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안희철 변호사. 그는 투자 계약 중에서도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투자의 방법은 크게 주식과 채권으로 나뉜다. 주식은 주가가 상승할 때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거나 배당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고수익과 고위험의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채권은 대체로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은 이자밖에 없기 때문에 저수익 저위험 구조다.

전환사채는 위 2가지를 혼합한 회사채의 일종이다. 발행 시점에는 채권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쉽게 말해 ‘트랜스포머’다. 투자자는 채권으로 이자 소득을 얻다가 주식으로 전환 후에는 시세차익이나 배당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전환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법률 세미나&멘토링’.(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법률 세미나&멘토링’.(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으므로 일반적인 회사채에 비해 이자율이 낮다. 주식 전환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수월한 데다 당장의 이자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가 줄어들고 자본잉여금이 증가하는 셈이라 재무구조의 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

전환사채의 개념은 간단하지만, 이율과 수익률 등의 전환 조건에 따라 계약의 형태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이자율인데, 이자를 낮게 설정하면 전환 시 주식을 낮은 가액으로 바꿀 수 있는 반면 이자가 높으면 주식을 싸게 바꾸기가 어렵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고려해볼 만한 투자 계약의 방식입니다. 반면 이미 성장을 이뤘거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스타트업은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죠. 투자를 하겠다는 이들이 앞 다퉈 줄을 설 테니까요.”(안희철 변호사)

 

전환사채는 주식과 채권의 두 얼굴을 모두 갖고 있다.
전환사채는 주식과 채권의 두 얼굴을 모두 갖고 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꼼꼼하게’

전환사채 발행은 스타트업과 투자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계약이지만 실제 체결까지는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유의할 점들이 적지 않다.

일단 우리나라 상법은 전환사채 발행을 허용하면서도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다. 전환사채를 전환하면 새로운 주식이 발행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관에 규정이 존재하거나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를 모두 갖췄다 하더라도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 구조 개선 등의 경영상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이자지급방법 ▲원금상환기한 ▲전환청구기한 ▲전환가액 ▲만기보장수익률 등을 명시해야 한다. 이자율부터 기업이 원금을 갚아야 하는 기한, 투자자가 전환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가액 등을 미리 정해야 한다. 만기보장 수익률은 주식 가치가 전환가액보다 낮아 전환청구를 하지 않는 전환사채권자는 일반 사채권자보다 손실을 보게 되므로 이를 보상하기 위한 장치다.

 

전환사채인수계약서 서식.
전환사채인수계약서 서식.

이사회 결의와 기존 투자자 동의 등 계약이 유효하고 적절한지를 확인하는 절차적인 사항들도 기재해야 한다. 여기에 일반 계약과 마찬가지로 제반 사실에 대한 진술과 약속한 사항에 대한 보장도 담겨야 한다.

만약 진술과 보장의 내용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청구 사유가 된다. 투자 계약은 투자자 대 법인이 주체이기 때문에 개인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다. 어떤 계약이든 크고 작은 위험성이 존재하고 예상치 못한 돌발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기존 투자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반대하면 전환사채 발행이 불가능해 후속투자의 길이 막히게 됩니다. 금액과 조건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과거 투자 이력과 업계 평판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안희철 변호사)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Story 더보기
  •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CES 2020에서 얻어낸 성과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CES 2020에서 얻어낸 성과들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 올해 국내 참가 기업들의 성과를 분석한다.

  • 데이터 3법 통과…데이터 비즈니스의 시대
    데이터 3법 통과…데이터 비즈니스의 시대

    1년을 넘게 지체돼 왔던 ‘데이터 3법’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 韓 스타트업 각축장 된 CES 2020
    韓 스타트업 각축장 된 CES 2020

    ‘CES 2020’에 참가한 200개 한국 스타트업들의 활약상.

  • CES로 달려가는 390개 한국기업…어떤 스타트업 가나
    CES로 달려가는 390개 한국기업…어떤 스타트업 가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에 한국 스타트업 200개사가 참가한다.

  • “반려동물 분양시장,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냐?”
    “반려동물 분양시장,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냐?”

    반려동물 분양시장의 악습을 비즈니스로 풀어보자며 분기탱천한 두 청년의 이야기.

  • 쓰레기 대신 버려주고, 대박나는 업종이 있다고?
    쓰레기 대신 버려주고, 대박나는 업종이 있다고?

    중국에 '쓰레기 분리수거'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덩달아 새로운 시장이 탄생했다!

  • 나눔과 동행, ‘학교법인일송학원’의 48년史_②
    나눔과 동행, ‘학교법인일송학원’의 48년史_②

    "인간애는 국경이나 민족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던 그들의 선택, 해외 의료봉사!

  • 우린 결국 시작했다, 결과가 자명한 ‘삽질’을
    우린 결국 시작했다, 결과가 자명한 ‘삽질’을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얻은 ‘경험의 가치’ 역시 의미있는 주춧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