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임대주택은 단조롭고 투박하게 지어진 게 사실이다. 정부, 지자체 등이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예산이 한정적이고, 자재 및 설계 등의 제약도 많아서다. 하지만 최근에 선보이는 임대주택은 한정된 여건 속에서도 주거 품격을 높이고 개성을 뽐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임대주택에서 디자인으로 첫 화제가 된 곳은 2015년 입주한 서울 ‘강남 보금자리 5단지’다. 네덜란드 유명 건축가 프리츠 반 동겐이설계했으며, 각 동 가운데에 중정(中庭)이 있고 높낮이가 다양한 층이 중정을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구조다. 총 5개 동에 단지 규모도 1312가구에 달해 웅장함을 뽐낸다.
이 아파트는 준공 당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법에서 규정한 건폐율, 대지안 공지, 높이제한 등을 적용 받지 않아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었다.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임대주택이지만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의 진화는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4월 경기도시공사가 경기도 수원에 준공한 ‘수원 광교 경기행복주택’의 경우 독특한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지상 12층에 총 204가구가 들어서는 이 곳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건물이 브릿지(Bridge)로 연결돼 있고, 건물 사이에는 녹지공간 등 휴게시설이 위치한다. 강남권 고급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설계다. 단지 내에는 이웃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육아나눔터와 어린이 도서관, 실내어린이놀이터, 오픈키친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마련된다.
비슷한 시기 준공된 ‘안양관양 경기행복주택’, ‘화성진안1·2 경기행복주택’도 마찬가지다. 모두 분홍색·하늘색 등 밝고 경쾌한 색을 사용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의 이미지가 돋보인다.대형 세탁물을 해결할 수 있는 공동세탁실과, 다양한 행사와 손님 초대 등이 가능한 공동주방 등도 위치한다. 층별로 분산 배치해 공유공간과 주거공간이 층으로 구분되지 않고, 건물 전체가 공유 주택의 이미지를 갖는 것도 특징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경기행복주택을 중심으로 임대주택의 패러다임이 스마트하고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며 “대학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주거 부담 경감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선보이는 경기행복주택도 민간 아파트를 뛰어넘는 빼어난 설계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성남 판교(300가구), 수원 광교원천(300가구), 화성 동탄호수공원(130가구) 등 총 730가구를 공급하며, 관련 입주자 모집공고가 9월 26일 발표됐다. 12월 동탄호수공원(865가구) 가구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시공 과정에 민간건설사가 참여해 공공의 신뢰와 민간기업의 기술 및 품질이 결합된다.
기존에 공급된 경기행복주택에서 이목을 끈 특화설계로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우선 사업지별로 육아나눔터, 오픈키친, 오픈도서관 등의 공유 공간이 마련되며 어린이도서관, 실내 어린이놀이터, 피트니스센터, 세탁실, 게스트하우스 등 다채로운 커뮤니티시설이 조성된다. 소형임에도 타입별로 팬트리, 다용도실, 넉넉한 수납공간 등이 설계돼 실내를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주거 비용 역시 합리적이다. 경기행복주택은 임대료가 주변시세의 60~80% 수준이며, 표준임대보증금 대출이자를 2022년까지 지원한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시 협약에 의해 보증금 수수료도 면제돼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보증금을 빌릴 수 있다. 표준임대 보증금 대출이자는 40%를 기본으로 지원하며 1자녀 출산시 60%, 2자녀 이상 출산시 100%를 지원해 출산장려를 위한 혜택도 제공한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기존 임대주택과 차별화된 스마트한 설계로 선보여 임대주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나오는 경기행복주택에도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며 “특히 젊은층의 사회생활, 가족 구성 등을 행복하게 시작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남 판교, 수원 광교원천, 화성 동탄호수공원 청약은 10월 2일~11일까지 경기도시공사 임대주택 청약센터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청약접수는 접수 시작일 오전 10시부터 마감일 오후 5시까지며,접수기간 중에는 24시간 신청 가능하고, 고령자 등 정보 취약자를위해 수원광교에 위치한 경기행복주택 홍보관에서 현장접수도 병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