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논란’의 재구성으로 본 한국 모빌리티의 암울한 미래
‘타다 논란’의 재구성으로 본 한국 모빌리티의 암울한 미래
2019.10.21 15:04 by 이창희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갈수록 격화되는 분위기다. 살얼음판을 벗어나 비즈니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타다,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연일 집회를 벌이는 택시 업계의 충돌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기에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능이 뒤섞여 탈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볍게 보면 한 기업을 둘러싼 파워게임 혹은 업계의 생존게임이지만, 그 사이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지금까지의 과정을 추적해봤다.

 

논란의 중심에 올라탄 ‘타다’.(사진: VCNC)
논란의 중심에 올라탄 ‘타다’.(사진: VCNC)

| 2019년 7월17일_ 국토부의 제안

국토부의 첫 번째 제안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었다.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운송 사업을 허가하면서 동시에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기여금을 기존 택시 면허권을 매입해 감차하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자가 운행 대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여금을 부담해야 한다. 사실상 이들이 택시 면허를 매입하게 되는 구조로, 정부와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감차 비용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렌트카 이용은 끝내 허용되지 않았다. 현재 1000여대 넘는 렌트카를 이용 중인 타다는 차량을 직접 소유하려면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를 종합해보면 타다가 국토부의 발표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운행 차량 1000대에 대한 기여금 월 4억 원(1대당 40만 원) 혹은 700억 원(면허 당 7000만 원 매입), 그리고 차량 구입비 300억 원(카니발 1대 3000만 원)까지 1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토부의 개편방향은 오히려 혼란을 불러왔다.(사진: 국토교통부)
국토부의 개편방향은 오히려 혼란을 불러왔다.(사진: 국토교통부)

| 2019년 10월7일_ 타다의 반격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는 지난 7일 출범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20년까지 차량은 1만 대, 운전자는 5만 명으로 늘려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국토부 발표에 대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맞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이 자리에서 “택시 면허를 대당 기여금을 내고 사는 형태로 하면 사용자를 만족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면허를 샀다가 잘못돼 망하면 국가가 면허권을 다시 사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다만 계획대로 1만 대 확보를 위해서는 앞으로 최대 3000억 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인데, 만약 국토부 결정에 따라 타다의 서비스가 불법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박재욱 VCNC 대표.(사진: VCNC)
박재욱 VCNC 대표.(사진: VCNC)

| 2019년 10월7일_ 국토부의 엄포, 한 발 물러난 타다

타다의 발표를 접한 국토부는 즉각 반발했다. 그간의 제도화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사회적 갈등을 재현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는 것이다. 나아가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상 예외 규정을 근거로 사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이 근거 조항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이렇게 되면 타다의 서비스 자체가 일순간 불법이 되고 만다. ‘1만 대 증차’에 심기가 불편해진 국토부의 엄포다.

이에 타다는 다음 날인 8일 “지금까지 VCNC는 현행 법령에 따라 서비스를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 바뀌게 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사업목표를 달성하겠다”며 한 발 물러났다.

 

| 2019년 10월15일_ 택시업계의 반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15일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타다는 서비스 1만 대와 드라이버 5만 명 확대라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불법 유상운송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독단적인 행보로 일관하고 있는 타다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불법 택시영업을 자행하는 타다 지분 100%를 소유한 쏘카의 2대 주주 SK는 타다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렌트카를 이용한 택시영업을 전면 금지토록 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하기 위해 오는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사진: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택시업계는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사진: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위의 흐름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국토부의 구상이 ‘택시 감차’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택시 수를 줄이는 만큼만 플랫폼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한다는 기조는 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국토부 정책이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활성화가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막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날이 갈수록 타다에 우호적으로 마음이 기우는 반면 택시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다. 타다 이용 가격이 더 비싸지만 훨씬 더 쾌적한 이용 환경과 친절한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용을 더 지불해서라도 더 좋은 서비스를 찾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소모적인 논쟁과 발전 없는 제자리걸음이 계속된다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를 주시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은 벌써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에서 모빌리티 사업 법인을 설립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예고했다. 고급 수입차를 활용한 장기렌터카 사업이라 당장은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언제든 빈틈이 보이면 시장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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