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주 52시간 근무제’, 스타트업은 얼마나 준비됐나
다가오는 ‘주 52시간 근무제’, 스타트업은 얼마나 준비됐나
2019.10.24 14:46 by 이창희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난해 국회 의결을 거쳐 도입됐다. 업계의 충격 완화를 위해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가 차등 적용됐는데, 4인 이하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의 전면 시행은 2021년 7월부터다. 20개월 후에는 5인 이상의 스타트업도 일주일에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인식과 준비는 어떠한지 살펴봤다.

 

스타트업도 피해갈 수 없는 근로기준법,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스타트업도 피해갈 수 없는 근로기준법,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창업자 ‘반반’, 재직자 ‘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최근 스타트업 창업자 149명과 재직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담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300인 미만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이들은 34.2%, 부정적으로 바라본 이들은 33.6%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드러난 것. 32.2%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긍정 의견은 ‘인재들의 워라밸 및 충전 가능’, 부정 의견은 ‘일률적 정책으로 인한 실효성 하락’을 이유로 제시했다.

재직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46.0%가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낸 반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15.6%에 불과했다. 많은 이들이 ‘주어진 시간 내 업무 마감으로 인한 효율성 제고’, ‘삶의 질 향상이 가져올 업무능력 향상’ 등에 주목했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창업자들은 긍정과 부정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지만 재직자들은 기대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특히 근무 만족도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 발표회.(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 발표회.(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한 유통 스타트업에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재직자는 “업무량에 비해 일손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특성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라면서도 “업무 효율이 높아지면 생산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창업자 절반 이상 “별다른 준비 안 할 것”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상당수는 근태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24.2%만이 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답한 반면 75.8%는 별다른 시스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재직자 역시 ‘있다(47.6%)’고 말한 비율이 ‘없다(52.4%)’보다 낮았다.

전체 스타트업 중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이 62.4%, 5인 미만의 사업장이 28.9%에 달하는 만큼 많은 수의 창업자와 재직자가 근태 관리 시스템에 큰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스타트업의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쉬는’ 업무 환경 문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스타트업이 꽤 존재하며,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탄력 근무제를 시행 중인 곳도 상당수다.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시기.(사진: 고용노동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시기.(사진: 고용노동부)

실제로 오전 9시 이후 출근하거나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다는 이들은 56.4%에 달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일 평균 근무 시간이 8-10시간이라고 답한 이들이 74.4%로 나타나 지나친 초과 근무가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 중 57.1%의 응답자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인원을 충원하거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각각 7.5%, 6.8%에 불과했다.

 

┃창업자 더 일하고 회의·미팅 줄어들고

설문 조사와는 별개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넘어 다양한 변화를 예상하는 시각들도 존재했다.

지난해 창업한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중에는 근무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분야도 많다”며 “52시간이라는 기준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것으로, 이는 많은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52시간이라는 기준보다 중요한 건 일과 삶의 만족도.
52시간이라는 기준보다 중요한 건 일과 삶의 만족도.

경기 판교의 한 엑셀러레이팅 기관 관계자는 “업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쉽게 인력을 충원할 스타트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창업자나 임원 등 핵심 인력들이 더 많이 일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근무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견도 있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업무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회의나 미팅이 줄어들고 업무 분장이 세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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