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글은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극단 '진동'의 박종우 대표 인터뷰 입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은평구에 위치한 은빛초등학교 강당에 학생들이 가득 찼다. 곧 중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보게 될 공연은 청소년전문 극단 ‘진동’의 뮤지컬 <지금 해라!>. 주인공 용수는 쳇바퀴처럼 학교와 집을 오가는 평범한 학생. 그는 우연히 권투를 접한 후로 삶에 활력을 얻지만 폭력 사건으로 인해 곧 그만둔다. 하지만 권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던 그는 다시 글러브를 든다.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미래에 나라를 책임질 주인공”이라고 하거나, “다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이는 청소년이 현재를 살아가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간과하고 있다. <지금 해라!>는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청소년을 중심에 둔 청소년전문 극단 진동은 2005년부터 뮤지컬 <지금 해라!>를 공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청소년을 입시에만 매달리게 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청소년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목도 <지금 해라!>다. 2013, 2014년 두해 연속 서울문화재단 메세나 지원 사업에 선정됐을 정도로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극단 진동은 공연을 보러 올 수 없는 청소년을 위해 학교, 구민회관, 복지관뿐만 아니라 농어촌, 소년원에도 방문해 공연하고 있다.
극단 진동의 박종우 대표는 <지금 해라!>가 꾸준히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주인공이 자기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주인공 용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경이나 부모에 의해서 떠밀려 가는 삶을 살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는 내용에 청소년들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이날 공연을 본 이석호 학생은 “용수가 꿈을 되찾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웃었다. 또 다른 관객인 문예나 학생은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을 잘 한 것 같다”며 “재미있고 웃겼다”고 말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웠지만, 민간 극단에서 오랫동안 청소년극을 지속해오기는 쉽지 않았을 터였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청소년 전문 극단으로서,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오게끔 하는 힘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처음에는 연극적인 관심에서 청소년극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청소년이란 관객 특성 때문에 교육적인 면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죠. 청소년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난 후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청소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연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청소년을 전문으로 공연하는 집단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극단 진동은 학교폭력, 미혼모 등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공연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주제를 선정하는지요?
그 해에 사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슈를 찾아보는 편입니다. 2013년에는 사회적으로 학교폭력이 워낙 문제가 됐기 때문에, 학교폭력을 다룬 작품을 만들었어요. 극단 내에서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배우들과 함께 공동창작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올해는 아버지와 딸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의 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청소년 전문 극단을 운영하시면서 보람된 부분도 있겠지만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공연은 주 관객층이 청소년이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저와 배우들 모두 청소년 시기를 겪었는데, 그때를 돌아보면서 청소년들이 저희가 느낀 아픔들을 덜 겪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공연을 만듭니다. 오늘 공연을 본 학생이 “나도 내 꿈을 찾아야하겠다”라고 말했을 때, 청소년극단 활동을 하기 잘 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예전에 <지금 해라!>를 공연 했을 때, 관객이 설문지에 썼던 말을 항상 생각해요. “이 공연을 보면서 오늘도 시험을 못 봤다고 풀이 죽어 집에 가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 친구들이 이 공연을 보고 힘을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신중하게 연구해서 청소년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늘 공연 본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청소년들이 영화, SNS에서 얻을 수 없는 연극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극을 비롯한 공연 예술은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영상이나 모바일에 많이 노출되고 있어요. 그러나 그보다는 사람의 호흡 소리를 직접 듣고, 사람의 땀 냄새를 맡고, 그 사람과 같이 눈을 마주치는 활동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청소년들이 성인 관객 위주의 공연보다는 청소년들을 중심 관객으로 만든 공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청소년 스스로 공연을 찾아 관람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보통 부모님이 찾아주시거나 학교에서 단체 관람으로 보게 됩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청소년들의 눈높이 맞는 작품들을 찾아주시면 청소년들이 훨씬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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