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정폭력, 재범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정폭력, 재범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정폭력, 재범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
2015.02.09 14:00 by 윤민지




① 가정폭력 현황과 실태 

② 성폭력 현황과 실태③ 국내 가정폭력/성폭력 캠페인 사례④ 해외 가정폭력/성폭력 캠페인 사례⑤ 가정폭력 전문가 인터뷰⑥ 성폭력 전문가 인터뷰 

 2014년 11월부터 3년에 걸쳐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여성폭력 피해자의 사회·경제적 자립 및 폭력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여성 폭력 인식 개선을 위한 찾아가는 연극'을 만들고 있습니다. 더퍼스트는 여성 폭력 인식개선을 위한 찾아가는 연극 제작 사전 단계 중 기초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자료 또한  여성폭력 인식 개선에 쓰임새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발췌해 싣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을 ‘범죄’로 규정한 것은 불과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가정폭력이란, 집안 내에서 발생하는 ‘사적인’ 일이며 간섭해선 안 되는 사항이었다. 특히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은 너무나 당연한 행동으로 여겼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들겨야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같은 말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정이란 ‘가부장’이란 이름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가정폭력을 집안의 사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많은 여성운동가와 여성단체들이 가정폭력을 비롯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회 문제로 제기하며, 법적 ․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1997년 12월에 ‘가정폭력 방지법’이 제정됐다. 가정폭력 가해자(법적으로는 ‘행위자’란 표현을 씀)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마련됐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학교폭력 ․ 불량식품과 함께 ‘4대악’으로 규정했을 만큼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이란 더 이상 가정 내의 사적인 일이 아니며 누구든 쉬쉬해서도 안 되는 범죄가 됐다.

 

가정폭력방지 캠페인 "가정폭력은 당신의 존엄, 당신의 희망, 당신의 삶을 앗아갑니다." CASA(Citizens Against Spouse Abuse) 제작


 

하지만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음에도, 가정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한 사건들만 봐도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제도적인 지원을 받기도 힘들다. 지난 해 11월 10일 안산에서 발생한 아내 살해 사건에도 가정폭력이 있었다. 피살당한 아내는 10여 년 동안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했고 경찰에도 수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결국 숨지고 말았다. 지난 10월, 서울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였던 아내가 가해자인 남편을 살해함으로써 가해자가 된 경우였다.

  | 가정폭력의 개념과 유형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피해 경험을 주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개념과 유형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1997년에 제정된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목적은 ‘가정폭력 행위자(가해자)의 성행을 교정할 수 있도록 보호처분함으로써 가정폭력으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꾼다’였다. 이에 가해자가 적절한 때에 정당하게 처벌받지 않으면서 가정폭력이 재발하고 피해자는 또다시 고통 받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2006년 새로이 개정한 법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지원’으로 법의 목적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남아 있다.

현행법은 ‘형사처벌’과 ‘보호 처분’으로 이원화한 구조이다.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에 의하면 검찰과 법원이 가정폭력 사건을 기소하거나 가정 보호 사건으로 처리할 것을 결정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는 피해자가 이혼을 원하면 형사기소하고, 결혼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면 가정 보호 사건으로 송치하거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가해자가 교정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제도)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향이 높아, 가정폭력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법적으로 가정폭력은 법적 혼인 관계 및 사실혼 관계, 본인과 배우자의 가족, 계부모 및 자녀 관계, 적모서자, 동거하는 친족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 정신적 ․ 재산상의 피해 행위를 말한다.

가정폭력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에 따른 것으로 자녀를 대상으로 한 폭력(자녀폭력), 아내 또는 남편에 대한 폭력(부부폭력), 노부모에 대한 폭력(노인폭력) 등이다. 두 번째로는 가정폭력 형태에 관한 분류로 신체적 폭력, 경제적 폭력, 정서적 폭력, 방임, 유기, 성학대 등이 있다.

  | 가정폭력 현황 경찰청은 2013년 1월 1일에서야 처음으로 112신고센터에 ‘가정폭력’이란 별도 코드를 부여했다. 가정폭력 신고 및 검거, 보호조치 현황을 체계적으로 집계하기 위한 것이다. 2012년까지 가정폭력은 그저 ‘폭력’으로 분류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가정폭력 검거인원 대비 구속인원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상당수는 불구속되거나 가정보호 처분을 받는다. 가정폭력은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인 만큼, 가해자의 신병을 구속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한 안산 아내 살해 사건의 경우에서도, 피해자가 가정폭력을 신고했을 당시 경찰이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12년에 발표한 ‘여성 ․ 가족정책 수요 조사 결과’에서는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가정폭력 행위자(가해자) 처벌 강화’가 3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폭_가해자검거수치_경찰청

 

가정폭력 재범율도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2008년에는 7.9%였던 재범율이 2012년에는 32.2%로 4배가량 상승했다. 재범인원 역시 2008년 1,045명에서 2012년에는 3,011명으로 3배나 증가했다. 가정폭력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성을 보여준다.

 
재범률_경찰청
  | 가정폭력 실태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마다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07년, 2010년에 이어 2014년 초에 ‘2013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만19세 이상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2013년 8월부터 10월까지 약 3개월간 실시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공식 통계는 신고를 통해 접수한 사건만 보여주는데 반해, 실태조사는 신고한 사실과 신고하지 않은 사실까지 모두 포괄하는 자료라 할 수 있다.

 

○ 자녀폭력

만18세 미만 자녀를 둔 1,38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1%였다. 응답자의 배우자가 자녀에게 폭력을 행한 경우도 31.3%로 나타났다. 2010년 65.8%에 비해 19.7% 감소한 수치다. 이는 자녀폭력의 절대적 수치가 내려갔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전국 초중고 학생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부모가 생각하는 폭력과 자녀가 생각하는 폭력이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즉, 부모는 폭력이란 인식 없이 행한 행동이 자녀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폭력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이 42.8%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폭력 18.3%, 방임 5.0%였다. 2010년에는 정서적 폭력 59.9%, 신체적 폭력 39.1%, 방임 14% 순이었다.

 

자녀폭력0


 

○  부부폭력

만19세 이상 65세 미만 부부폭력 발생률은 45.5%였다. 피해 유형별로는 여성 응답자의 경우 정서적 폭력 28.6%, 방임 17.8%, 신체적 폭력 4.9%, 성학대 4.3%, 경제적 폭력 3.5% 순이었다.

 

부부폭력0


 

부부폭력을 경험한 응답자 중 6.2%가 신체적 상해를 경험하고, 17%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가정폭력 피해 경험으로 인해 피해자가 살해당하거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는 사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최소 123명이며 살인 미수로 생존한 여성의 수는 최소 75명에 달한다. 이와 같은 범죄를 막다가, 혹은 막았다는 이유로 자녀나 부모 등 무고한 30명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집계한 것으로서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두에 언급했던 사건처럼,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2004년 법무부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2004년 1월을 기준으로 청주여자교도소 전체 재소자 가운데 30.5%(133명)이 남편을 살해했다. 살인범 중 남편을 살해한 비율은 51.4%에 달했으며 이들 중 82.9%가 지속적으로 잔인한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보고하고 있다. 2013년 9월 발생한 ‘윤필정(가명) 씨’ 사건 역시 25년 동안 남편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하던 아내가 가해자인 남편을 살해했던 경우였다.

 

○  폭력 피해 대응

폭력행동이 일어난 당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서 여성은 66.4%, 남성은 69.9%가 ‘그냥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여성 17.5%, 남성 15.9%가 ‘자리를 피하거나 집 밖으로 도망’친다고 응답했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여성 1%, 남성 0.5%로 현저히 낮았다.

‘그냥 있었다’고 한 이유로는 여성은 ‘그 순간만 넘기면 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0.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이기 때문에’ 32.8%,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 19.5% 순이었다. 남성은 ‘가족이기 때문에’가 38%로 가장 높았다. 가족관계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창피하다는 이유로 그 순간만 참고 넘기려는 경향이 높았다.

 

폭력인식0


 

○  도움 요청 대상 및 인식

폭력이 발생했을 때 응답자 중 98.2%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도움을 요청한 대상으로는 ‘가족 ․ 친척’이 3.4%, ‘이웃 ․ 친구’가 3.1%였던 데 반해 경찰이나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소는 저조했다. (경찰 1.3%, 여성긴급전화 1366 0.4%, 상담소 및 보호시설 0.1%)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61.4%, ‘집안 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17.7%였다. 가정폭력은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집안 내 사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가정폭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없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응답자 중 55%가 본인의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신고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가족이므로’를 선택한 비율도 57.4%였다. 이웃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55.6%가 신고의사를 나타냈지만, 신고하지 않는 이유로는 ‘남의 일이므로’가 55.8%로 가장 많았다.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이 불가피하다.

 

참고자료 :

여성가족부, 『2013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대검찰청, 『2014 범죄분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2년 여성 ‧ 가족정책 수요 조사 결과』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2013! 가정폭력의 현황과 과제』 김권영,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효율화 방안 연구』,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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