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하는 스타트업의 성공열쇠, 프로젝트와 계약서 전격해부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③
흥하는 스타트업의 성공열쇠, 프로젝트와 계약서 전격해부
2019.11.06 21:55 by 이창희

지난 1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는 서울산업진흥원(sba)·서울창업허브 주최, 경영컨설팅 전문기업 위캠(WECAM, 대표 김세호) 주관으로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 교육이 실시됐다. ‘스타트업 초보’를 위해 마련된, 기초적이면서도 알찬 강의 내용을 더퍼스트미디어가 3편으로 나눠 상세히 전한다.

 

스타트업은 고독하다. 큰 기업이 가진 인프라와 인력, 자금 같은 걸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때로는 그런 모든 것들을 갖춘 기업들과 상대하고 부딪히며 살아남아야 한다. 한 번의 실패는 손해가 아니라 폐업으로 이어진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꼼꼼하게, 더 치밀하게, 더 이를 악물고 덤벼들어야만 비로소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이든 더 치열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
무엇이든 더 치열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

┃스타트업의 희망, 그리고 현실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마지막 강의는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장이 맡았다. 롯데마트와 11번가, GS shop, 위메프 등 유통 대기업을 거쳐 원더스와 쓰리알랩스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두 위치를 모두 경험한 그는 이날 ‘프로젝트 검토 및 의견제시 & 계약서 검토 및 작성’이라는 실무 방법론을 들고 강단에 섰다.

박 소장은 실무적인 이야기에 앞서 스타트업의 현실과 본질, 그리고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발판으로 빠른 성장을 도모한다. 자유로운 출퇴근과 수평적인 기업 문화, 신속한 의사결정이 특징이며 스톡옵션이 보편화돼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 제도도 다양하다.

하지만 불안한 수익모델, 치솟는 유지·관리 비용, 네트워킹에 매몰되기 쉬운 CEO, 자유로움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톱다운(top-down)’으로 이뤄지는 의사결정 등 한계도 명확하다. 낮은 인건비와 늘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투자자·대기업도 그들을 괴롭게 만든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그림. 코믹스럽지만 현실적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그림. 코믹스럽지만 현실적이다.

“스타트업이 직원을 채용할 땐 적당히 대학 나오고 말귀 알아듣는다 싶으면 주저 말고 뽑아야 합니다. 어차피 그보다 크게 월등한 지원자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채용을 했다 하더라도 그중 절반은 첫 출근 날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박성의 소장)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이야기지만 쉽게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창업 붐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창업이나 스타트업으로 뛰어드는 ‘도전’보단 취업이라는 ‘안정’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다. 이는 우리 사회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이기도 하다.

박 소장은 결국 이 난관을 뚫고 스타트업이 성공하고 증명하려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고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대량 생산의 시대에서 소비자 맞춤형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기존 대기업의 방식을 벗어나 스타트업이 잘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을 찾아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신사업을 검토할 때 기대수익이 50억 원 정도에 그치면 하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할 수 있고, 해야 하죠. 그곳에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첫걸음입니다.”(박성의 소장)

 

열강 중인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장.(사진: 위캠)
열강 중인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장.(사진: 위캠)

┃사업의 실행, 프로젝트의 A to Z

프로젝트의 범위는 무척이나 넓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프로젝트는 사업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인력과 노력을 투입해 수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해진 기간과 기한이 존재한다는 것도 중요한 특성이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사업타당성 분석으로, 그중 첫 번째가 시장성이다. 아이템에 대한 제품 경쟁력·차별화·특징 등을 분석하는 시장조사 단계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시장동향(시장규모 및 특성과 소비자분석)’과 ‘수요예측(목표고객 설정)’, ‘제품성(제품의 강약점과 아이템 회전주기)’, ‘제품 환경(관련법·규정·인증)’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서 박 소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예로 들었다. 현재 타다는 정부와 택시업계의 압박 속에 검찰 기소까지,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걷는 중이다.

“타다는 시장성 측면에서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거죠. 정치권은 택시업계 100만 명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요. 택시에 거부감을 갖고 타다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많지만, 선거에서 ‘표’로 집결되진 않거든요. 시장성을 무시한 결과로 지금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것입니다.”(박성의 소장)

비슷한 사례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인 ‘킥고잉’도 거론했다. 킥고잉은 현재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으며 이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만약 전동킥보드 사용과 관련해 면허 취득과 헬멧 착용 의무화 등이 법제화될 경우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다.

 

타다(左)와 킥고잉.(사진: VCNC, KICKGOING)
타다(左)와 킥고잉.(사진: VCNC, KICKGOING)

다음은 기술성이다. 아이템을 생산·판매하는 데 드는 기술적 능력을 분석해 제품 생산능력과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단계다. 여기에서는 보유기술 분석과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금액의 산출, 기술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박 소장은 제품·서비스의 질이 뛰어나고 확실한 기술적 우위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시장에서 팔릴 지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어떤 데모데이에 차량 외장 에어백을 들고 나온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제품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혁신성도 분명 있었죠.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완성차 업계에서 차량의 부품을 하나 대체하는 데는 검수에만 최소 3년, 최종 생산까지는 최소 5년이 소요됩니다. 스타트업이 버티면서 기다릴 수 없는 시간이죠.”(박성의 소장)

마지막 세 번째는 수익성으로, 아이템의 수익 가능성을 검토하고 매출·자금·비용계획 등을 세우는 단계다. 박 소장은 매출액 추정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게 했음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덧붙여 자금 계획은 외부의 도움이나 예상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의 확신으로 잡아야 한다. 이는 스타트업 대표가 재무회계를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사진: 위캠)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사진: 위캠)

┃계약서 한 장에 회사는 흥하고 망한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자신보다 큰 기업과 여러 형태의 계약을 하는 일이 많다. 특히 B2B(기업 간 거래)가 비즈니스 모델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때 대부분 ‘갑’을 상대하는 ‘을’의 위치가 되는데, 계약서는 불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패다. 계약서에 적힌 글자 하나 차이로 회사의 명운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박 소장은 대행이나 공급을 다루는 계약서에 가능한 한 모든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강조한다. 구체성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기한에 대한 조항에서 ‘3일 이내’보다 ‘72시간 이내’가 바람직한 이유다.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상세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수 년 단위로 계약을 할 경우 공급을 위한 생산이나 과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점차 상승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에 따른 고정비를 갑과 합의하에 인상할 수 있다’ 같은 조항을 꼭 넣어야 하는 것이다.

계약 기간에 관한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별다른 조항이 없다면 부동산 임대차 계약처럼 자동으로 연장될 수 있다. 재협상을 벌여 계약 조건을 바꿔야 하거나 다른 업체와 계약을 염두에 두는 상황에서 자동 연장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계약서 작성은 스타트업에겐 생명과도 같다.
계약서 작성은 스타트업에겐 생명과도 같다.

면책 사유에 관한 조항은 을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다. 갑은 보통 이 부분에서 꼼꼼하지 않기 마련이다. 손해가 발생했을 때 배상을 청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을은 하나하나 모두 따져보고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의 면책 사유를 명시할 때 ‘폭우가 내릴 경우’ 정도로 해 두면 다툼의 여지가 발생한다. ‘시간당 OOOmm 이상의 비가 내릴 경우’ 같은 표현을 못 박아두는 것이 좋다.

“가끔 그런 상대방이 있습니다.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해?’ 이렇게 말을 하죠. 그러면 거기에 대고 ‘우리 사이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남이면 안 합니다’라고 받아치세요. 좋은 게 좋다는 말은, 정말 좋을 때만 좋다는 뜻이니까요.”(박성의 소장)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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