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앤 지 반년, 괴물이 된 와디즈
규제 없앤 지 반년, 괴물이 된 와디즈
2019.11.18 16:23 by 이창희

정말 좋은 시스템이라고 믿었다. 혁신적인 아이템은 대중의 소액 투자로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한 이들은 리워드를 받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과 사람들의 기대는 컸고, 많은 이들이 국회에서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것을 오랜 기간 기다렸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세 속에 반짝이는 외형과 달리 그 속은 갖가지 논란으로 멍들어가고 있다. 불량 OEM 제품이 혁신으로 둔갑해 펀딩을 기다리고, 최소한의 배상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이들이 버젓이 투자를 유도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업계 1위 와디즈가 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1위 플랫폼, 와디즈.
국내 크라우드 펀딩 1위 플랫폼,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법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대표적인 경제 법안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하지만 당시 여야의 극심한 정쟁 속에 한동안 표류하다 2015년 7월 간신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처음 시행된 2016년 115건으로 출발한 펀딩 성공 건수는 2017년 183건, 2018년 185건으로 점차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연간 펀딩 금액 규모도 174억에서 301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펀딩에 성공한 기업들은 모아진 투자금을 기반으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5월 모든 중소기업으로 문호가 개방되면서 사실상 거의 모든 규제가 사라졌다.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기업의 범위가 ‘창업 7년 이내의 중소기업’에서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이 각광을 받으면서 국내 1위 업체인 와디즈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펀딩 누적액 600억원을 돌파한 와디즈는 올해 상반기에만 656억원을 넘어서면서 연말 15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신규 프로젝트 수도 32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5%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 이면에는 적잖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은 지난달 29일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니 빔프로젝터의 펀딩을 시작했다. ‘영화, 비디오, 음악, 내가 있는 공간에서 나만의 시네마를 만들 수 있다’고 내세워 오는 24일까지 펀딩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해당 제품의 본 금액이 40만원이지만 72시간 한정판으로 19만9000원이라는 특가를 내걸었다. 현재 최소 펀딩 금액은 20만9000원이다. 그러나 거의 유사한 제품이 중국 알리바바에서 13만원대에, 그것도 이미 8월부터 판매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는 검증되지 않은 허위사실이라며 반발하는 한편, 자신들의 제품은 중국 내수용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많은 이들이 펀딩을 취소하면서 한때 4억원을 넘어섰던 펀딩 누적 총액은 현재 2억5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펀딩을 시작했던 안경테 제품은 베타티타늄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니켈 도금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사용자들은 가볍고 편안한 안경테를 기대하고 펀딩에 투자했지만 금속 알러지로 귀에서 진물이 나는 등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16GB의 용량을 2TB로 속여 판매하려다 적발된 USB, 소음이 지나치게 큰 아이스매트, 기능이 광고와 달리 부실한 전동칫솔 등 많은 제품들의 불량 및 사기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와디즈에서 펀딩을 실시한 제품 중 상당수가 펀딩 이후 정식 판매가 이뤄지지 않거나 심지어는 해당 업체가 폐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값싼 중국 제품을 들여와 눈속임하거나 혹은 그대로 베껴 펀딩에 올려 모금을 한 뒤 사라졌다가 회사 이름만 바꿔 다시 펀딩에 나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펀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펀딩은 구매가 아니라 ‘투자’ 개념이기 때문에 법적인 배상 책임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 소비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환불이나 AS 또한 받기 어렵다. 와디즈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는데, 계속되는 논란에도 이들의 대응이 미온적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와디즈가 일말의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긴 어렵다는 게 많은 이들의 중론이다. 함량 미달의 제품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고, 만약 알고도 펀딩을 허가했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와디즈에서 펀딩을 고려하는 많은 이들은 투자자보단 소비자에 가깝다. 이들은 펀딩을 기성 제품의 구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이와 관련해 한 유튜브 인플루언서는 “와디즈는 사실상 온라인 쇼핑몰처럼 운영하고 있으면서 쇼핑몰이 아니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배상 혹은 보상을 받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소송뿐이다. 하지만 대개의 제품 펀딩 금액이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정도의 상대적 소액이기 때문에 비용을 들여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제도는 주로 사전적 보호 위주로 마련돼 있다”며 “펀딩 이후 기업의 경영상황 변화 등 사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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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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