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은 국회, 속 타는 스타트업
손 놓은 국회, 속 타는 스타트업
2019.11.21 18:54 by 이창희

대기업이 거함이라면 스타트업은 작은 돛단배다. 적당한 바람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고, 너무 거센 바람이 불면 뒤집혀 침몰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게 그 바람은 법과 제도다. 필요한 법안이 신속히 논의되고 제때 시행돼야 이들이 사업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꽤나 암울하다. 국회가 스타트업 관련 법안 처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여야의 힘싸움이 한창으로, 이 같은 상황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만약 그때까지 처리가 불발될 경우 지금까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모든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20대 국회는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사진: 대한민국 국회)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20대 국회는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사진: 대한민국 국회)

국회에서 발의된 지 1년이 넘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법안은 IT업계의 숙원사업인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가명정보를 통계 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이 있을 경우 개인의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가명정보는 이름이나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가린 데이터다. 개인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익명정보에 비해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처리 업무 위탁 시 정보 주체의 개별 동의를 받도록 하는 현행법 규정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고객 관련 데이터를 클라우드 업체로 옮기거나 다른 분야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결합해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입자 전원에게 이메일 등을 보내 관련 동의를 개별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경우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마이데이터 업종을 도입하고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반영해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빅데이터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와도 같다.
빅데이터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와도 같다.

데이터 3법에 담긴 내용은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을 위해 시급히 필요로 하는 것들로, 서로 밀접하게 엮여있어 함께 처리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두 차례나 국회를 향해 신속한 법안 처리를 호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3개 법안 모두 처리는커녕 논의 단계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법안소위에 붙들려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각기 상임위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 자구심사와 본회의 의결이 남아있어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벤처기업법과 벤처투자촉진법 역시 처리가 시급한 법안으로 꼽힌다. 벤처캐피탈(VC)과 엑셀러레이터 등에 대한 규정들을 선별해 일원화하고 창업투자회사의 경영평가제도는 폐지하며 벤처투자의 족쇄로 여긴 벤처투자조합의 투자의무비율도 개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데이터 3법과 마찬가지로 1년 내내 지지부진하게 논의를 끌어오다 지난 19일에서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간신히 통과했다. 본회의를 거쳐야 시행이 가능하지만 현재 국회 분위기로선 언제쯤 본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는 상태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0월 1일 하반기 기자간담회를 열어 벤처기업법과 벤처투자촉진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구했다.(사진: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0월 1일 하반기 기자간담회를 열어 벤처기업법과 벤처투자촉진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구했다.(사진: 벤처기업협회)

이처럼 법제화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누구보다 속이 타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연내 처리를 기대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간 개발하고 투자한 비용이 모두 매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가 개정되지 않으면서 인공지능(AI) 기반 기업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모빌리티, 핀테크, 스마트시티 등 4차산업혁명시대의 국가적 육성 사업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사이 경쟁국들은 빅데이터를 여러 산업에 접목하며 빠르게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IoT로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기기가 2020년 250억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독일은 개발·제조·유통 프로세스를 IoT를 통해 최적화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GE·IBM·인텔·SAP·슈나이더일렉트로닉 등이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컨소시엄’을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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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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