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과 사주의 신묘한 혼종으로 네일 시장에 출사표, ‘룰루줄리’
네일과 사주의 신묘한 혼종으로 네일 시장에 출사표, ‘룰루줄리’
2019.11.21 23:47 by 최태욱

“강사님, 색깔은 뭘로 하는 게 좋을까요? 도저히 못 고르겠어요.”

이지수(39) ‘룰루줄리’ 대표가 네일아트 강사로 활동할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색과 톤이 생명인 네일아트에선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만큼 결정 장애를 야기하는 순간,  강사로서 솔루션이 필요했다. 처음엔 단순히 ‘퍼스널 칼라’(Personal Color ‧ 피부 톤 등을 감안해 사용자를 보다 돋보이게 하는 색)를 추천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바로 개인 사주에 적합한 색이었다. 이른 바 ‘운명의 퍼스널 칼라’. 어릴 때부터 사주에 관심이 많았고, 또 그만큼 공부했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사주는 색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사주의 기본이라는 오행(五行)이 색깔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육친(六親)과 결합시키면 운의 색깔도 알 수 있죠.”(이지수 대표)

처음엔 재미 삼아 추천했지만 수강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결정하는 고민을 없애는 동시에 자신의 운까지 좋아지는 색이라니… 급기야 대놓고 “사주 좀 봐 달라”고 달려드는 수강생도 늘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일본 최고 수준의 네일리스트(nailist)가 예술에 행운을 덧대 만든 브랜드 ‘룰루줄리’로 네일 스티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지수(사진) 룰루줄리 대표 ‧ 일본JNA 젤 네일리스트
이지수(사진) 룰루줄리 대표 ‧ 일본JNA 젤 네일리스트

| 일본에서 만난 손 끝 예술의 세계, 인생의 향로를 바꾸다
이지수 대표의 일본 생활은 20대 후반 일본어 학교부터 시작됐다. 일본 여행 도중 접했던 일본의 스위츠(Sweets디저트류)’에 반해 무작정 비행기를 탔던 게 계기였다. 처음에는 다소 막연했다. 어학연수를 마칠 무렵 뜻하지 않은 기회가 생겼다. 일본 내 한류의 인기가 폭증하며 한국의 화장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맡게 된 것. 처음 몇 년간은 호황이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났을 무렵 고비가 찾아왔다. 한류도 환율도 시들해지며 점점 동력을 잃어갔다. 위기의 순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곳은 도쿄의 한 네일숍이었다.

“주말에 스트레스라도 풀 겸 네일숍에 들러봤어요. 그런데 정말 신세계더라고요. 하나의 완성된 예술작품 같았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네일에 별 관심도 없었는데… 단숨에 매료돼 버렸죠.”(이지수 대표)

 

일본의 네일 아트는 붓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보석이나 파츠 등을 활용한 화려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일본의 네일 아트는 붓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보석이나 파츠 등을 활용한 화려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이후엔 배움 삼매경이었다. 처음에는 숍에서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지만 배울수록 욕심이 생겼다. 급기야 일본 3대 네일아트 아카데미라는 ‘키노시타 유미 메이크업&네일 아틀리에’까지 입성했다. 전문 교육기관에서 정규 코스를 밟으면서 숨겨둔 재능도 폭발했다. 네일아트를 시작한지 1년 반 만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금손’들이 모여든 ‘도쿄 뷰티콘그레스 아트칩’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고, 일본의 네일 잡지에도 소개됐다. ‘키노시타 유미 메이크업&네일 아틀리에’ 졸업 전에서는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2년 만에 총 9개의 네일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대표는 “당시엔 너무 재미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공부했던 것 같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까 단계별 자격증 시험을 모두 한 번에 패스하는 건 일본에서도 드문 케이스라고 하더라”면서 웃어 보였다. 

 

졸업 전 그랑프리 수상 후 키노시타 유미 대표님과
졸업 전 그랑프리 수상 후 키노시타 유미 대표와

| 네일과 사주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다
이 대표의 일본 생활은 2014년 말미에 마침표를 찍는다. 키노시타 유미 졸업 후 일본 네일숍에서 일했지만 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오랜 타지 생활로 인한 피로도까지 더해져 귀국을 결심했다.  한국은 이미 2014년 ‘미용사(네일)’ 자격이 국가고시 종목으로 자리 잡은 뒤였다. 귀국 후 곧장 한국 자격증까지 획득한 이 대표는 2015년 3월부터 일본 젤 네일의 기본기술과 디자인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했다. 신세계 문화센터 본점에서 특강과 정규반을 시작으로 진행된 강의는 1년 만에 5개 지점으로 확장됐다. 

 

신세계 문화센터 강의실(왼쪽)과 당시 수업자료
신세계 문화센터 강의실(왼쪽)과 당시 수업자료

강의는 만족스러웠다. 재미있게 배우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다. 특히 사주와 네일을 엮는 발상을 하고부터는 무언가 전혀 새로운 시장도 엿보였다. 사주를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이를 사업적으로 처음 구체화 시켜 본 모델은 공방(工房)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에 공방 열풍이 높아지고 있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가구, 가죽공예, 주얼리, 커피까지… 트렌디한 거리에 공방들이 속속들이 생기고 있던 때였다. 자연스레 ‘네일과 사주를 결합해서, 혹은 따로따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공방을 만들자’는 계획이 마련됐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2017년 봄부터 시장 조사 겸 입지 선정을 위해 발품을 팔아본 결과, 공방은 수익성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셀프 네일숍이 하나둘 문을 닫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무작정 부딪쳐보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아쉬운 마음에 ‘유튜브(Youtube)’ 채널을 개설했다. 오프라인에서 못하면 온라인에서라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공방에서 펼치고 싶었던 걸 온라인에서 하나둘 풀어내는 동안 뜻하지 않은 전리품이 생겼다. 잠재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게 된 것이다. 

“스터디 차원에서 유튜브에 있는 네일 관련 채널을 전부 찾아봤어요. 자연스레 댓글도 모조리 읽었죠. 그런데 댓글 속의 요즘 젊은이들의 니즈가 있더라고요. 네일과 관련해 이 시대의 대세는 바로 네일 스티커라는 걸 알게 된 거죠.”(이지수 대표)

 

사주에 맞춘 네일, 이지수 대표의 개인 작업 콜렉션
사주에 맞춘 네일, 이지수 대표의 개인 작업 콜렉션

|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마음으로…
올해 5월, 본격적인 사주 네일 스티커 프로젝트의 돛이 올랐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네일 스티커를 사들여 장‧단점을 분석했다. 수많은 디자인의 분석과 창작을 통해 디자인 차별화를 꾀하고, 기능적인 불편함으로 지적했던 부분도 개선해 나갔다. 이 대표는 “스티커가 잘 붙지 않거나, 겉면이 우는 등의 문제가 발견되는 제품이 있더라”면서 “제품의 질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디자인 못지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 판매와 개인 사주를 연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다.  

최근 론칭한 ‘룰루줄리’ 사이트는 이 대표의 모든 경험과 구상이 집대성 되어 있는 보물창고다. 사이트상에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기입하면, 돈(재성), 일(관성), 시험(인성), 인간관계(비견) 등 자신의 이슈와 관련해 운을 돋우는 색깔이 결정되고, 이는 곧 이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네일 스티커 제품 18종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오는 12월부터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도 고객과 만날 계획. 

 

룰루줄리의 네일 스티커 제품. 왼쪽부터 금(金), 화(火), 수(水), 목(木)의 색깔이다.
룰루줄리의 네일 스티커 제품. 왼쪽부터 금(金), 화(火), 수(水), 목(木)의 색깔이다.

이 대표는 해당 사주의 결과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바람에 놀이와 재미 요소를 더한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딱 적당하다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언젠가 이뤄지고 만다는 ‘줄리의 법칙(Jully’s law)’을 차용해, 브랜드 명 ‘룰루줄리’로 지은 것도 그런 의지의 발로다. 

“시험을 잘 보기위해,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일을 잘하기 위해 손끝까지 신경 쓸 정도면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겠어요. 어쩌면 그런 정성과 바람이 그 사람에게 운을 가져다주는 게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더 멋진 내가 되는 건 덤이고요.(웃음)”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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