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혹은 유행, 갈림길 선 공유경제
대세 혹은 유행, 갈림길 선 공유경제
2019.11.25 17:01 by 이창희

가히 공유경제의 시대라 이를 만하다. 자산을 소유·임대하는 전통적 방식을 넘어 단기간의 공유를 통해 기존에 없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세계는 주목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대세로 자리 잡은 공유경제가 최근 들어 조금씩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공유경제를 앞세운 기업들이 전통 산업의 저항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란 전망과 곧 지나갈 유행이라는 예견이 교차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유경제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로렌스 레식에 의해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생겨났다. 물품은 물론이고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필요한 만큼 대여하고 빌려 쓰는 공유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돼 쓰이기도 한다.

기존에는 집이나 차량 등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이를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놀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등장하면서 짧은 시간이라도 이를 대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네트워크의 발달과 플랫폼의 확산이 기술적인 면을 뒷받침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만 마련돼 있으면 사실상 무엇이든 공유경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유경제 시장은 세계 각지에서 급성장하는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연평균 80%에 가까운 고도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15년 15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오는 2025년에는 335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TOP 5 중 4개 기업이 공유경제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인 우버와 디디추싱, 그리고 공간 공유 서비스를 내세운 에어비앤비와 위워크가 그들이다.

 

공유경제의 상징이자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우버(左)와 에어비앤비.
공유경제의 상징이자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우버(左)와 에어비앤비.

하지만 혁신일 것만 같았던 공유경제에서도 조금씩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인 우버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스타트업으로도 등극했다. 기존의 택시 시장을 위협하면서 각종 불법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속 운전자들이 연루된 성폭행 사건이나 차량을 이용한 테러 등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동 측면에서의 문제도 불거졌다. 미국 뉴욕에서는 우버를 비롯한 차량 공유서비스 기사의 수입이 시간당 8.55달러로 최저 시급 13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각국에서는 우버 운전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회사에 고용된 직원으로 간주해 휴가와 최저임금 등의 법적 의무를 강제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빈 집을 여행객 등에 잠시 빌려주는 시스템으로 크게 각광받으며 성장했지만 문제가 적지 않다. 숙소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고 호스트에게 여행객이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집을 대여했다가 졸지에 마약 거래 사건에 휘말린 호스트의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버는 운전자와 승객을, 에어비앤비는 소비자와 호스트를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지만 어느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유경제가 노동력 착취를 방조하고 유휴 자원의 공유가 아닌 대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유경제의 목적이 개인의 이익을 모두의 이익으로 만드는 것임에도 세금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적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경제 지속성의 관건은 문제 해결.
공유경제 지속성의 관건은 문제 해결.

오늘날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빚고 있는 문제가 간단히 치부할 것은 아니라는 게 많은 이들의 시각이다. 특히 경제와 산업의 근간인 세금과 노동 측면에서의 논란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공유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공유경제 기업들의 서비스를 혁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냉정한 목소리도 나온다. 엄밀히 볼 때 우버는 차량임대 중개, 에어비앤비나 위워크는 부동산 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패러다임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노출된 문제들은 충분히 극복되고 보완될 수 있으며, 앞으로 창출될 수 있는 부가가치가 훨씬 더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공유오피스를 운영 중인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산업 전반의 변화가 일어나는 과도기에는 기존의 제도나 관행 등과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유경제는 트렌드지만 그냥 한번 불고 지나갈 유행은 아니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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