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M&A, 손절과 큰그림 사이
배달의민족 M&A, 손절과 큰그림 사이
2019.12.16 15:36 by 이창희

한국 배달앱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세계 1위의 독일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된다. 요기요를 갖고 있는 DH의 이번 인수로 국내 배달앱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한 몸이 된다. 또한 김봉진 대표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작사 수장을 맡아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배달의민족, 요기요.(사진: 우아한형제들, DH)
배달의민족, 요기요.(사진: 우아한형제들, DH)

┃‘2위의 1위 인수합병’ 배경은

DH는 13일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의 보유 지분 13%는 DH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대표는 DH 경영진 중 개인 최대 주주가 되고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멤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합병을 둘러싸고 업계의 눈길이 쏠리는 배경은 간단하다.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우아한형제들이 매각을 전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서다. 배달의민족은 2위 업체인 요기요에 비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훨씬 컸고, 경영난이 우려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김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최적의 ‘EXIT(엑시트)’ 타이밍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기업 가치를 불과 8년 만에 4조75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산술적으로 15만배 이상 불린 셈이다. 정확한 수익률은 알 수 없지만 이번 매각으로 인해 김 대표와 기존 주주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배달앱 시장을 넘어 해외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그간 배달의민족은 점유율 1위 업체로서 계속된 마케팅 성공을 거둬왔지만 수수료 제로 정책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아울러 아직은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새로이 도전장을 던진 쿠팡이츠의 약진도 김 대표의 고민을 깊게 만든 요소로 꼽힌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 우아한형제들)

┃아시아로 눈 돌리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이번 매각과 동시에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 설립에 합의했다. DH는 현재 대만·라오스·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싱가포르·태국·파키스탄·필리핀·홍콩 등에 진출해 있는데, 이번 합의에 따라 김 대표는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동남아 시장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사내공지를 통해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회사를 지키기 위한 강한 리더십과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했다”며 “상장과 신규투자유치, 그리고 글로벌 기업과의 연합 등 다양한 경우를 고민하고 시장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결정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그동안 우리가 쌓은 수많은 노하우들을 아시아 전역에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책임지게 되고 남아있는 아시아의 더 많은 국가들로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창업자로서 직접 상장을 하지 못한 점과 독일에 상장하는 회사가 된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예정된 아시아 지역 확장에 성공해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마지막 허들은 공정위 심사

하지만 모든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아직 시장 독점 여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타당성 심사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출액 3000억원 이상 기업 지분 20%(상장사 15%) 이상을 취득 시 기업결합 신고 대상으로, 양사의 이번 거래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양사는 기업결합 심사 신고 기한인 2주 내로 공정위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DH가 운영하는 요기요가 33%, 배달통이 1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상태에서 55%가 넘는 배달의민족이 흡수될 경우 사실상 100%에 가까워져 독과점 논란이 불가피하다.

 

딜리버리히어로.(사진: DH)
딜리버리히어로.(사진: DH)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와 소비자들의 이용료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쟁이 사라지면서 그간 도입된 각종 할인정책도 슬그머니 사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법률 검토에 착수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를 대신해 김범준 부사장을 우아한형제들 CEO로 빠르게 선임한 것도 사업 통합에 따른 독과점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공정위 심사는 수개월이 소요되며 승인과 조건부 승인, 불허 형태로 결론이 내려진다. 과거처럼 소비자 피해 우려를 이유로 불허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과 온라인 기반의 신사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동시에 나온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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