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선천성 요관협착 심한 수신증 앓던 소아...서울아산병원서 수술 후 배뇨기능 회복
아랍에미리트 선천성 요관협착 심한 수신증 앓던 소아...서울아산병원서 수술 후 배뇨기능 회복
2020.02.27 13:20 by 임한희

[더퍼스트 임한희 기자] “우리 아이가 소변을 볼 수 있다니···.”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젊은 아빠는 딸아이가 태어난 지 만 1살만에 처음 소변을 보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감격스럽다.

난생 처음 소변을 보고 아파서 우는 딸에게 “지금 아픈 것은 잠깐이야, 이제 더 이상 아플 일 없을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했다. 나이마 모함마드 알카아비(14개월, 여)는 선천적으로 요관이 막혀있어 소변이 신장에 축적되는 수신증을 앓아왔다.

태어나자마자 여러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양 옆구리로 소변을 배출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결국 나이마는 치료를 위해 생후 10개월의 어린 나이로 머나먼 한국으로 날아왔고, 만 1살 생일을 맞이해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선물 받았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김건석 교수(오른쪽 첫 번째)가 나이마 아기(오른쪽 세 번째)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태어날 때부터 소변 나오는 길이 막혀 양 옆구리로 소변을 빼 온 한 살배기 아랍에미리트 소아가 국내에서 수술을 받고 생애 처음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김건석 교수팀은 요관이 협착돼 신장에 소변이 쌓이는 수신증을 앓아온 나이마 모함마드 알카아비(NAEMA MOHAMED ALKAABI, 14개월·여)에게 협착 부위를 제거하고 소변 길을 확장하는 수술을 최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동안 나이마의 양 옆구리 피부에는 소변이 이동하는 통로인 신우가 인공적으로 연결돼 있어, 몸속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옆구리 피부 누공을 통해 수시로 나오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나이마는 기저귀를 항상 옆구리까지 올려 차야 했는데, 이제 배뇨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면서 옆구리 구멍도 사라지고 여느 아이처럼 편하게 기저귀를 찰 수 있게 됐다.

나이마는 출생 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시행한 태아 초음파검사에서부터 요관협착과 심한 수신증을 진단받았다. 요관이 완전히 막히면서 신장은 이미 빠져나가지 못한 소변으로 가득 찼다. 산전초음파 영상으로도 크게 부푼 배가 선명히 드러날 정도였다.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아랍에미리트 현지 의료진의 판단 하에 나이마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채우지 못한 채 8개월 만인 2018년 12월 12일 세상에 나오게 됐다.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되어 분만장에서 수술방으로 옮겨진 나이마는 요관이 아예 없다고 여겨져 신우(오줌이 일시적으로 모이는 신장 부위)를 양 옆구리 피부까지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다.

옆구리를 통해 소변을 우회적으로 배출하기 위함이었으나 나이마의 요로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결국 아랍에미리트 보건청은 해외 병원을 수소문했고, 요로폐색과 소아 수신증 진료경험이 풍부하고 치료성적이 좋은 서울아산병원에 수술을 의뢰했다.

 

사진=선천성 요관협착과 심한 수신증을 갖고 태어난 나이마 아기(생후 1개월 때 모습)
사진=선천성 요관협착과 심한 수신증을 갖고 태어난 나이마 아기(생후 1개월 때 모습)

2019년 10월 말 생후 10개월의 나이로 한국에 온 나이마는 서울아산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김건석 교수팀을 새 주치의로 맞았다. 김 교수팀은 나이마의 신장 및 소변배출 기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요관이 있음을 확인했고 나이마의 양측 요관방광이행부와 양측 신우요관이행부에 모두 협착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이마에게 필요한 치료는 좁아진 요관 부위를 잘라내 방광에 연결하는 수술과 소변 나가는 길을 확장하는 수술, 그리고 신우와 옆구리 피부 누공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2019년 11월 말 김 교수팀은 나이마에게 양측 방광요관 재문합술과 좌측 신우성형술을 실시했고, 한 달여 뒤에 우측 신우성형술을 시행했다. 옆구리와 신우 피부에 난 누공을 제거하는 수술은 신우성형술과 동시에 진행됐다.

모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얼마 뒤 만 1살이 된 나이마는 생애 처음으로 옆구리 피부가 아닌 요도로 소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두 달여간 한국에 머물며 병원 진료를 받은 나이마는 아무 합병증 없이 빠르게 회복해 이달 말 본국으로 돌아갔다.

나이마의 아버지 모함마드 알카아비 씨(MOHAMED ALKAABI, 37세)는 “딸아이의 양 옆구리 피부로 소변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병을 고쳐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작은 희망을 안고 아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아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하고 해맑아졌다. 우리가족이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비뇨의학과 의료진이 나이마 아기(오른쪽 세 번째)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소아비뇨의학과 의료진이 나이마 아기(오른쪽 세 번째)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나이마의 수술을 집도한 김건석 서울아산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교수는 “현지 병원으로부터 나이마의 진료를 처음 의뢰 받았을 때는 복강 내 요관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치료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소아 환자들에게 요로폐색과 소아 수신증을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마의 상태를 진단했고 정확한 수술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와 의료진 모두의 노력 덕분에 모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나이마에게 좋은 치료결과를 안겨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아 수신증은 비뇨생식기계 선천성 기형의 50% 가량을 차지하며, 신우요관이행부협착증은 소아 수신증 발생원인의 약 40~60%를 차지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러한 소아 수신증 치료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300여 명이 넘는 소아 환자를 치료해왔다.

지난 2013년에는 로봇을 이용한 신우성형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으며, 수술을 받은 소아 환자 모두 출혈 등의 합병증 없이 완치돼 치료결과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소개
임한희

산업경제부 국장. 중석몰촉 <中石沒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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