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에 수출까지…스타트업의 쇼케이스 된 크라우드 펀딩
매출에 수출까지…스타트업의 쇼케이스 된 크라우드 펀딩
2020.05.06 11:02 by 이창희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스타트업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사업화 자금의 조달뿐만 아니라 제품·서비스를 시장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많은 비용이 드는 마케팅과 브랜딩도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 펀딩을 등용문 삼아 소위 ‘대박’을 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펀딩으로 유치된 자금은 스타트업의 자양분이 된다.
펀딩으로 유치된 자금은 스타트업의 자양분이 된다.

| 펀딩을 만나 폭발한 잠재력
공병에 장착해 사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소위 ‘대박’을 친 회사가 있다.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이연택 디자인 연구소’(대표 이연택)가 그 주인공. 도화선은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자체 개발한 블루투스 스피커 ‘코크(Cork)’로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는데, 킥스타터에서 2억원을 돌파했고 와디즈에서는 총 3차례 5000만원 이상의 누적 유치를 기록했다. 공병을 울림통으로 활용해 크기와 재질에 따라 음질이 달라지는 특징이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도전!K-스타트업 2016’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red dot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만나CEA’(대표 전태병·박아론)는 물고기의 배설물을 영양분 삼아 재배하는 친환경 수경재배(아쿠아포닉스)와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농장의 탈노동화에 성공했다. 물고기의 배설물이 바이오 필터를 거쳐 액상비료가 되고, 식물이 물을 정화시켜 다시 물고기를 기르는데 사용된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한 주주참여형 공유농장 ‘팜잇’으로 2차례 펀딩을 진행, 15억원 가량을 유치했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1PO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공병에 장착해 사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 ‘코크(Cork)’.(사진: 이디연)
공병에 장착해 사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 ‘코크(Cork)’.(사진: 이디연)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트(대표 강성지)’는 고도의 기술력이 투입된 스마트 헬스케어 벨트를 펀딩으로 선보였다. 허리둘레의 변화, 과식 패턴, 보행 횟수,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 등을 측정해 개인의 몸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와디즈에서 목표액의 1475%인 4400만원, 인디고고에서는 1억원을 각각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 반년 만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과 일본 최고의 디자인 공모전인 ‘굿 디자인 어워드 2017’에서 수상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과 씨넷, NBC 등 해외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위 스타트업들은 경쟁력과 혁신성을 무기로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제품·서비스를 경험해본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없었다면 진흙 속 진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펀딩이라는 도구는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 스타트업의 로망, 해외 진출의 길
거의 모든 스타트업은 좁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더 넓은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 연착륙하는 것은 국내에서의 성공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은 과제다. 현지 시장과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마케팅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크라우드 펀딩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국내 스타트업 27개사는 코트라(KOTRA)를 통해 13억8000만원 가량의 해외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이는 평균 5000만원 이상을 유치한 것으로, 국내 리워드형 펀딩의 평균 금액을 크게 상회한다.

펀딩에 성공한 제품은 혁신기술이 들어간 소형 IT제품부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일상용품까지 다양하다. 반려동물용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 전자칠판, 스마트 옷걸이, 골전도 블루투스 선글라스 등 이색적인 제품도 적지 않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들은 제품 시장성과 소비자 반응을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유통사들은 펀딩에 성공한 제품을 주목하기 때문에 펀딩이 끝난 후 유력 거래처를 확보하기도 수월하다.

 

일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마쿠아케에서 650만엔을 유치한 R2GEAR.(사진: R2GEAR)
일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마쿠아케에서 650만엔을 유치한 R2GEAR.(사진: R2GEAR)

아웃도어 스마트장비를 만드는 스타트업 ‘R2GEAR(대표 조승현)’는 블루투스 스피커 내장 터치팬, 아웃도어용 트랜시버 등으로 한미일 3개국에서 펀딩으로 성공을 거뒀다. 한국 와디즈, 미국 킥스타터, 일본 마쿠아케에서 차례로 펀딩을 진행하면서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것이 주효했다.

조승현 R2 GEAR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은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홍보와 시장반응 확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제품의 생산·배송·통관 등 펀딩 종료 후 벌어질 상황들을 미리 잘 예측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낮은 문턱과 높은 가성비, 실패해도 남는 장사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이 스타트업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시도 자체를 통한 위험 부담이 적다는 점에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에 일단 선보인 뒤 펀딩이 성공하면 유치된 자금을 바탕으로 그때부터 공급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

촉박한 유통 일정과 빠듯한 자금 사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여유를 갖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다. 만약 펀딩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보완한 뒤 다시 도전하거나 시장 출시를 도모할 수 있다.

펀딩에 성공하고 입소문을 타게 되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들인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온오프라인 쇼핑몰 입점이 수월해지면서 유통 판로도 개척할 수 있다. 업계 바이어나 벤처캐피탈(VC)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만큼 판매 계약이나 투자 제안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와디즈 펀딩 1649%를 달성한 블랙 샌드.(사진: 알프래드)
와디즈 펀딩 1649%를 달성한 블랙 샌드.(사진: 알프래드)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한 고양이 배변 모래로 최근 와디즈에서 1649%를 달성한 ‘알프래드’의 권순우 대표는 “펀딩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은 기능적인 도움 외에도 정말 큰 힘과 용기가 됐다”며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밑천 삼아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크라우드 펀딩이 모든 스타트업에게 ‘만능열쇠’인 것은 아니다. 펀딩에 성공해 자금을 받아놓고 제대로 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일정을 지키지 못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국내 한 펀딩 플랫폼 관계자는 “펀딩 성공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무조건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순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하더라도 기본적인 사항들을 준수하지 못한다면 펀딩을 안 하는 것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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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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