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통해 ‘백년지대계’ 논하는 회사들
원격근무 체계 갖춘 기업들 살펴보니…
모니터 통해 ‘백년지대계’ 논하는 회사들
2020.05.08 13:51 by 이지섭

 

어려운 시절을 보낸 우리에게 ‘좋은데 좋은 것 같지 않은’ 애매한 인상을 남은 것, 바로 원격 재택근무다. 직장인들의 만족도 자체는 높다. 하지만 막연한 만족도에 불과했다. 한 시장조사 업체가 20-59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격근무의 효율성이 높다’고 응답한 직장인들은 35%에 불과했다. 이는 모두 업무시스템과 연관된다.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다는 뜻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체계만 잘 구축한다면 만족도와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어떻게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느냐고? 답은 가까이 있다. 주변의 잘해 온 기업들을 보고 배우면 된다.

 

떠난 후에야 알아차린 잊을 수 없는 원격근무의 맛 (사진: unsplah)
떠난 후에야 알아차린 잊을 수 없는 원격근무의 맛 (사진: unsplah)

┃체계? 대한민국에 그런 탄탄한 것이 있기는 한가
아기 띠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 ‘코니바이에린’은 창업 3년 만에 연매출 150억 원을 달성했다. 창업 첫해인 2017년 4800개이던 판매량은 2018년 8만7000개로 급증했고, 2019년 21만 9000개로 다시 한 번 뛰어 올랐다. 게다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품질에 까다로운 일본시장에서 만들어 낸다. 2020년 현재 코니바이에린의 직원은 공동대표를 포함해 총 16명.이들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일하며 30만 명의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다. 

 

코니바이에린의 재택근무 사진(출처: 코니바이에린)
코니바이에린의 재택근무 사진(출처: 코니바이에린)

폭발적인 성장 속도와 안정적인 품질관리로 시장에 자리 잡은 배경에는 ‘전 직원 100% 원격근무’의 비밀이 있다. 일찍이 원격근무 제도를 도입한 코니바이에린은 직장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인재들을 쉽게 영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업무가 100% 원격근무로 진행되는 만큼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자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슬랙, 드롭박스, 구글 행아웃 등의 협업툴을 십분 활용한다. 주로 사용하는 툴은 슬랙이다. 프로젝트 기반의 협업 도구로,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연동이 가능해 대표적인 협업 툴로 여겨진다.

 

슬랙과 같은 협업툴은 대개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한다. (사진:slack)
슬랙과 같은 협업툴은 대개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한다. (사진:slack)

코니바이에린은 슬랙을 활용해 월간 목표를 공유하고, 점검한다. 매달 1일에는 목표를 올리고, 2-3일은 지난달 성과를 리뷰하고 목표량을 점검하는 식이다. 아울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구매 후기를 슬랙으로 자동 업데이트 받아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 

효과적인 원격 근무를 위해 내부적인 원칙도 세워서 지키고 있다. 바로 ‘쉬운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다. 각자의 분야의 전문가인 팀원들도 다른 분야는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업무를 쉽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이런 지침을 세워 공유하는 것이다. 협업 툴을 십분 활용하는 것과 쉬운 언어로 소통하는 것. 세밀한 업무 가이드를 두거나 시간 단위의 감시를 하지 않고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이 회사만의 비결이다. 

‘스터디파이’라는 스타트업의 재택근무 방식도 참고할 만 하다. 이 회사는 ‘교육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게  돕는다’는 슬로건의 온라인 교육업체다. 지난 2018년 창업한 스터디파이는 현재 프로그래밍, 데이터분석, 마케팅, 비즈니스 영어 등 10개의 카테고리에 47개의 온라인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 직원이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슬랙을 중심으로 다양한 협업툴을 혼합해 사용한다. 

 

다양한 온라인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스터디파이)
다양한 온라인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스터디파이)

스터디파이는 원격근무 시에 소통에 관한 구체적 지침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업무요청 시에는 업무의 목적과 필요, 결과물과 마감기한, 담당자와 상세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 1:1 대화는 최대한 지양하여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볼 수 있게끔 하는 것, 미팅은 아무리 짧더라고 회의록을 남기고, 회의록에는 참가자·일시·안건·결과·다음 단계를 포함해서 작성하게끔 하는 것 등이다. 또 원격근무를 하다 보면 생기는 직원들의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가벼운 대화용 채널도 운영한다. 소통의 불분명함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직원들의 번 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슬랙 광고 절대 아니며… 슬랙 외에도 아주 좋은 협업툴이 많다. (출처: 잔디)
재택근무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수많은 협업툴을 고르고 조합해 사용해야 한다.(출처: 잔디)

협업툴을 원격근무 용도로만 쓰지 않는 것도 스터디파이의 특징이다. 협업툴로 주로 사용되는 슬랙을 서비스(온라인 강의)에 녹여내 그룹 스터디 방식을 온라인에서 구현했다.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모두 각 수업에 해당하는 슬랙의 그룹채널에 가입하게 되고, 그 안에서 스터디코치와 자유롭게 학습에 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의 평균 완주율은 55%에 달하게 됐다. 구체적인 소통방식을 명시하고, 자사 서비스에 협업툴을 녹여낸 스터디파이의 혁신성은 일찍이 벤처캐피탈들의 투자욕을 불러 일으켰다. 스터디파이는 창업 당해인 2018년, 배달의 민족 투자로 유명한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2억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회사 같은 집을 봤나 
지난 3월 19일, 구글 코리아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원격근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와 팁을 공유하는 버추얼 토크를 마련했다. 민혜경 구글코리아 HR총괄은 성공적인 원격 근무를 위한 방법으로 업무에 맞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홈오피스 구축’을 강조했다. 일을 하고 있는 곳이 오피스 공간이라는 것을 뇌에 인지시키는 것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CMS(Content Management Service)인 ‘워드프레스(WordPress)’의 개발사 오토매틱(Automattic)은 직원들의 홈 오피스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1177명(2020년 5월 기준)의 직원 중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본사에 출근하는 인력은 10명에 불과하다. 본사 인력을 제외한 오토매틱의 전 직원들은 전 세계 42개국에서 일한다. 그렇게 아낀 오피스 비용은 직원들의 홈 오피스 구축을 위해 사용된다. 오토매틱은 구성원들에게 가장 높은 사양의 노트북 등 장비를 제공하고, 업무용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2000달러 가량의 비용을 추가 지원한다. 한 명당 2000달러의 비용을 제공한다면 약 235만 달러, 원화로 28억 원이 넘지만 기업가치가 2조 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큰 비용은 아니다.

 

그렇다고 홈을 지원받을 순 없다.(출처:unsplash)
어서와. 회사 같은 집은 처음이지?(출처:unsplash)

홈오피스를 어떻게 구축하는 게 효율적인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019년 국민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업무의 능률이 가구의 기능이나 배치와 같은 환경적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독립성·가변성·효율성을 중심으로 홈 오피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독립성이란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이 물리적·심리적으로 독립되어야 함을 뜻한다. 별도의 방을 사무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가벽 등으로 동선을 제어하거나 시선을 차단해 독립적 영역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가변성이란 개인생활과 업무의 혼선에 대비해서 가구의 배치나 사무 공간을 큰 노력 없이 전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요지다. 마지막으로 효율성이란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필요한 동선을 줄이고 자료 및 기자재를 찾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모히또 가가지고 몰디브 한 잔하며 일할라니까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1993년 일찍이 원격근무를 도입했던 IBM은 2017년 실적부진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했고, 그보다 앞선 2013년에는 야후가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메일과 채팅으로는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없다"며 “그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해왔다. 전에 없던 다양한 협업·효율성 도구들이 생겨나 모니터를 통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해졌다. 가벼운 잡담 시간을 마련해 서로의 외로움을 떨쳐버리며 유대감을 쌓고,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전의 원격근무는 직원들의 만족감만 높일 뿐 효율성을 높이지 못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충분한 준비와 노력만 있다면 자유롭게 일하면서도 목표한 성과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언택트에 대한 요구가 전에 없이 늘어난 지금.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하며 업무 보는 삶, 더 이상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노트북 닫고 고개를 들었을 때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면… (사진:Unsplash)
노트북 닫고 고개를 들었을 때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면… (사진:Unsplash)

 

…「#3 "원격의 시대, 선결 과제는 바로 노사 간 신뢰구축" 고결 (주)피엠솔루션 대표 인터뷰

 

필자소개
이지섭

배우며 쓰고 쓰면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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