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속 회사’ 사내벤처 바람이 분다
‘회사 속 회사’ 사내벤처 바람이 분다
2020.05.20 11:34 by 이창희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사내벤처 붐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과거엔 부서 차원에서 논의되던 아이디어 정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실제 독립법인 설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고 조직의 효율화도 꾀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사내벤처를 적극 권장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 창업자들.(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 창업자들.(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의 5개 우수과제 창업 지원에 나선다. C랩 인사이드는 창의적 조직 문화 확산과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지난 2012년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는 ‘C랩 스핀오프’ 제도를 통해 창업자들에게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지원금을 제공하고 스핀오프 후 5년 내 재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163명이 창업해 45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으며, 스핀오프 이후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550억원이 넘는다. 전체 기업 가치도 스핀오프 당시 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선정된 5개 팀은 컴퓨터 그래픽 영상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지면 글자를 디지털로 변환·관리해주는 ‘하일러’, AI(인공지능) 기반 오답 관리와 추천 문제를 제공하는 ‘학스비’, 인공 햇빛을 생성하는 창문형 조명 ‘써니파이브’, 자외선 노출량을 측정하는 초소형 센서 ‘루트센서’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유망 사내벤처 4개사가 분사했다.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사내벤처기업 53개를 선발해 육성했으며, 이 중 올해까지 총 16개 기업이 성공적으로 독립했다.

이번에 분사한 4개사는 친환경 소재인 버섯 균사로 차량 복합재와 패브릭 등 소재를 개발하는 ‘마이셀’, 철분말 성형공정 중 발생하는 마찰력을 저감해주는 복합 윤활제와 3차원 제품 디자인 구현이 가능한 3D 프린팅용 금속 분말을 공급하는 ‘피엠쏠’, 경로·도착시간·선호도를 토대로 출퇴근 시간 정기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더무브’, 3D 도면 정보 솔루션을 제공하는 ‘엘앰캐드’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직간접 기술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는 개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출된 기업들은 분사 이후에도 현대차그룹과 다각적인 형태로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측면 지원도 활발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사내벤처팀을 발굴해 육성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한다. 지난 2018년부터 시행 중인 이 프로그램은 해당 기업의 혁신역량을 활용해 사내벤처팀과 분사 창업기업을 육성하면 정부가 사업화를 지원하는 민관협력형 창업지원 사업이다.

중기부는 올해 사내벤처 창업 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운영기업을 지난해 100개사에서 200개사로 확대하고 예산 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운영기업으로 선정돼 사내벤처를 육성 중인 기업은 75개로, 이를 통해 총 265개 창업팀을 발굴·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사내벤처의 사업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상품성과 시장성을 검증·보완하는 차원에서 사업화 후속 지원과 전담 액셀러레이터 연계 등의 지원도 신설했다.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구글은 사내벤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기존 업무에서 일시적으로 열외를 보장하고 업무 공간과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니의 경우 사내벤처에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First Flight’를 구축해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사내벤처는 모기업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간접적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모여 혁신을 낳고, 이는 기업의 새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부 인력으로 구성된 사내벤처가 독립하더라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외부 조력이 가능한 존재가 생기는 셈이다.

임직원 입장에서도 안전장치가 확보된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모기업의 인력이나 자본, 기술 등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무기로 꼽힌다. 혹여 실패한 뒤 돌아가더라도 창업의 경험은 값진 역량으로 축적된다. 이는 기업가 정신을 원하는 모기업에게 큰 자산으로 회귀된다.

다수의 사내벤처 인큐베이팅 경험을 가진 한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사내벤처는 회사의 질적 성장과 개별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정착을 넘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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