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의 달인’이 제시하는 패스트 패션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낙균 망고리테일코리아 대표 인터뷰
‘리테일의 달인’이 제시하는 패스트 패션의 새로운 패러다임
2020.10.21 15:03 by 이창희

[ERA of Contents]는 엑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의 콘텐츠 기업 육성‧지원 프로그램인  ‘2020 에스테텍 스케일업’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콘텐츠 스타트업 탐방 시리즈입니다.

빠른 생산과 유통,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 SPA브랜드라 불리는 패스트 패션의 특징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유통‧판매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고, 짧은 생산주기로 최신 트렌드가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점도 쏠쏠하다. 반면 여러 가지 문제점도 부각된다. ‘한철 입고 버리는 옷’이란 이미지가 과소비를 부추기고, 환경 부담도 가중시킨다. 때론 가격 유지를 위한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르내리곤 한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부담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온‧오프라인이 혼재된 판매 방식은 사업자에게 위기이자 기회 요소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패스트 패션이 갖는 특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며 홀연히 시장에 뛰어든 야심가가 있다. 20년 넘는 리테일 분야 경력을 가진 ‘망고리테일코리아’의 김낙균(47)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낙균 대표.(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김낙균 대표(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던킨과 스타벅스를 통해 배운 것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외환위기 속에 졸업장을 받은 소위 ‘IMF 세대’다. 단군 이래 최악의 환경이라는 지금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암울한 취업 시장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방황하던 시기였다.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거나 공개채용의 문을 걸어 잠갔다.

스스로를 ‘남들보다 빠르게 결정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하는 김 대표는 남들이 좌고우면할 때 주저 없이 SPC 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당시 이름이 크게 알려진 대기업도 아니고 복지나 처우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었지만 분명 성장하는 회사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가 처음 맡은 업무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와 도너츠 브랜드 ‘던킨 도너츠’의 점포개발이었다. 당시 수많은 명예퇴직자들이 자영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을 때 이들 브랜드는 좋은 선택지였고, 점포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많은 점포를 새로 여는 업무를 맡으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다. 기업이 어디에 거점을 두고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며 신선도와 배송시간을 지키는지, 어떻게 현지화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을 현장에서 몸소 체득했다.

 

스타벅스 광화문R점.(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 광화문R점.(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이후 다른 대기업 등지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거친 김 대표는 2000년에 이르러 신세계 그룹에 안착했다. SPC에서의 점포개발 업무 경력을 인정받은 그는 곧바로 스타벅스코리아에 배치됐다.

당시 스타벅스는 이대 앞에 점포가 하나뿐이었던 상황. 하지만 김 대표가 점포개발 업무를 맡은 뒤로 지점은 빠르게 늘어났다. 1년 만인 2001년 10호점을 광화문 한복판에 열고, 건물 1층에 커피 전문점 하나 없던 역삼동 테헤란로에 과감히 입점한 것을 기점으로 매출이 치솟기 시작했다.

“광화문과 역삼을 통해서 브랜드의 생명이 입지에 달렸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배스킨라빈스가 로컬라이징의 힘이었다면 스타벅스는 로컬 파트너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온오프라인에 강한 브랜드를 만들자
스타벅스에 투신했던 시간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얻었지만, 이내 한계에 다다랐다. 처음에는 ‘내 일’처럼 즐겁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거대 시스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짙어졌다. 결정적으로 ‘내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이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2003년 외국계 부동산 회사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프로젝트를 도맡아 진행했다. 고양시의 거대 복합타운인 ‘원마운트’를 세우고 임대분양을 진두지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리테일 분야에 큰 흥미와 소질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렇게 8년을 쉼 없이 달려온 김 대표는 2012년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해 이론을 공부했고, 대한항공 주관의 경영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브랜드의 천국인 홍콩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며 국제 브랜드에 관한 감각도 쌓았다.

실무와 이론을 갖추고 나자 어느덧 40대 중반의 나이가 된 그는 다음 진로를 고민했다.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망고’였다. 본사가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날아간 그는 현지에서 망고의 의류 디자인과 생산·유통 시스템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타일이 거리에 깔려 있는 문화의 요체 같은 도시였죠. 옷을 만드는 직원들의 디자인과 감성이 왜 뛰어날 수밖에 없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브랜드를 이해하고 본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저의 철학과 완벽히 부합했어요.”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망고 매장.(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망고 매장.(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확신이 선 그는 망설임 없이 2018년 3월 ‘망고리테일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기존에 몇몇 대기업이 망고의 로컬 파트너를 맡았다 결과가 좋지 못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김 대표는 회사 규모를 작게 유지하면서도 실용적인 조직으로 구축했다.

그의 첫 계획은 망고 브랜드가 가진 디자인과 감성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IT강국인 한국의 온라인 인프라를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 아직도 유선을 기반으로 이뤄져 만족도가 낮은 유럽과 달리, 한국은 속도가 훨씬 빠르고 지불 방식도 다양하다는 강점에 착안했다.

“유럽은 지금도 온라인 활성화가 더딥니다. 이를테면 금요일 오후에 웹상에서 구매한 옷을 환불·교환 요청하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이죠. 한국은 환경이 다릅니다. 온라인에서 답을 찾을 수 있고, 답을 찾아야만 하죠.”

현재 김 대표가 관리하는 국내 망고 매장은 서울 여의도 IFC몰과 신사동 가로수길, 고양시 원마운트 등과 지방의 직영 점포들이다. 김 대표는 무리하게 신규 매장을 늘리는 대신 온라인에 집중했다. 판매 채널의 자사몰 비중을 높이고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주력했다.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편의성도 함께 고민했다. 온‧오프라인이라는 ‘투 트랙’이 유지될 때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믿음 때문에서다.

“의류 특성상 오프라인이 가진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온라인이 갖고 있죠. 오프라인에서 착장해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각각의 장점을 살린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는 굳이 땅값 비싼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낼 이유가 없죠.”

 

망고 IFC몰점 전경.(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망고 IFC몰점 전경.(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상생하는 패스트 패션의 선구자를 꿈꾼다
해외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한 해 동안 수만 개의 의류를 디자인한다. 국내 파트너사는 본사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아 마케팅을 벌이고 옷을 판매한다. 남는 재고는 다시 넘기면 된다. 기본적으로 시장조사와 현지 특성을 파악하긴 하지만 대체로 본사 방침에 따라 생산·유통·판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망고는 조금 다르다. 본사에서 만드는 의류를 망고리테일코리아가 직접 골라 들여올 수 있고 물량 역시 임의로 조절이 가능하다. 김 대표 혼자의 권한이 아니다. 각 매장의 책임자들에게 재량권이 부여된다.

“일선 매장에서 일하는 저희 직원들을 단순히 옷만 판매하는 기계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코어’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직원들이 존재할 때 회사 역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죠.”

 

김낙균 대표와 직원들.(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김낙균 대표와 직원들.(사진: 망고리테일코리아)

김 대표는 올해 목표로 ‘5·1·O’를 설정했다. 5% 매출 상승과 1개 매장 신규 출점, 온라인 강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본의 아니게 코로나19시대를 맞닥뜨린 이상, 외형적 성장보단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내실을 단단히 하는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 판매 급감으로 잠시 위기를 겪었지만 다른 브랜드에 비해 타격은 크지 않았다. 물량 조절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분명 어려운 시기지만 이를 바탕으로 일선 직원들에 대한 급여와 인센티브, 그리고 기타 복지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그가 이끄는 ‘스타트업 아닌 스타트업’ 망코리테일코리아의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배경이다.

“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고, 이를 위해선 직원이 일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작은 철학이죠. 유행이 빠르게 뜨고 지며 변화의 속도가 가파른 패스트 패션 시장에서 우리 스스로가 굳건해야 빠르게 대응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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