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인간에겐 행복과 만족보다 고민과 불안의 시간이 더 많은 법이다. 특히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은 이 같은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곤 한다. 내 음악,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확신을 앞에 두고 갈림길에 서 있는 뮤지션들이 있다. 그 고민의 끝에서 선택을 내린 싱어송라이터 ‘우유(김민지)’가 새로운 디지털 싱글을 들고 돌아왔다.
뮤지션으로서의 시작은 그 누구 못지않게 화려했다. 2013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연 프로그램 ‘슈퍼스타K5’에 도전한 스물 한 살의 소녀는 유려한 기타 연주와 다채로운 음색을 무기로 TOP4까지 진출했다. 비록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길에서 도전이 멈췄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싱어송라이터에 대중의 관심은 집중됐고 팬덤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의 시간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거대한 인기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갔지만 더 치고 나갈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웠고,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싱글 앨범을 내고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음악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그다. 하지만 이렇게 음악을 업으로 지속하는 것이 본인에게 맞는 길인지, 언제까지 할 수 있는 일인지 한 번 피어오른 의구심은 계속해서 커져갔고 결국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렇게 지난 4년의 시간 동안 그의 음악은 본업과 취미 그 어딘가를 오가며 헤매야 했다. 하지만 30대를 목전에 둔 최근 그는 비로소 결심했다. 지금까지 7년간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응원을 거두지 않았던 많지 않은 팬들에게서 용기를 얻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껏 스스로를 괴롭혔던 그 고민을 음악에 투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번 디지털 싱글 ‘프리 버드(free bird)’다. 직접적인 위로와 응원보다는, ‘그래도 괜찮아’ 정도의 공감이 때로는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이 만들어 낸 앨범이다.
그는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한다”며 “힘들고 어려운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노래를 듣고 ‘내 이야기인가’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곡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7년 동안 어떤 고민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고민의 깊이와 이를 딛고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투여됐는지는 이번 앨범을 통해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과거를 가진 한 뮤지션의 잔잔한 부활이 선사할 늦가을의 감상은 과연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