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일상의 변화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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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일상의 변화를 꿈꾸다
2015.07.24 12:00 by 이예림

꾸까(kukka) 박춘화 대표 

꽃을 일상적으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기적으로 꽃을 예약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최근 1년새 부쩍 늘었다. 주 사용자층은 2030 세대 여성들이지만 요즘은 4050 세대의 구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이 꽃 구매 서비스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SNS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반응을 모아 재구성해보았다.  

퇴근 후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오늘은 ‘힐링데이’다. 2주에 한 번 꽃 예약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꾸까kukka’에서 플라워박스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문 플로리스트가 디자인한 꽃다발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쉽게 구하기 힘든 꽃을 접하면 기쁨은 배가 된다. 꽃을 화병에 꽂은 지 만 하루가 지나면, 거실의 향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격 또한 일반 꽃집보다 저렴해 큰 부담이 없다. 이제 내게 꽃은 지칠 때 위로를 건네는 일상의 선물로 자리 잡았다. 피곤할 때 즐겨 찾는 한두 잔 커피처럼 말이다.

꾸까kukka 박춘화 대표

이런 서비스를 최초로 시도한 업체는 ‘꾸까(kukka)’다. 핀란드어로 꽃이란 뜻이다. 꾸까의 슬로건은 ‘Live everyday with beautiful flowers.’ 박춘화 대표(32)는 누구나 쉽게 꽃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꽃이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았거든요. 플라워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업체가 많아졌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꽃 시장 규모는 매우 작아요. 일상생활에서 꽃집을 찾기 힘들고 가격도 비싸죠. 접근성은 높이고 가격은 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꾸까를 창립했어요. 앞으로 한국 사회에 꽃 문화가 정착되면, 더 많은 분들이 꽃을 일상적으로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3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꽃으로 방을 꾸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장이 더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에요.”

박 대표는 지난해 4월 28일 꾸까를 오픈했다. 이제 1년이 넘었다. 그간 꾸까의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는6만 6000명이 됐다. 실제 구매를 마친 공식 홈페이지 가입자 수도 3만 명에 이른다. 처음엔 박 대표와 인턴 한 명이 힘을 합쳤으나 지금은 상주 직원 열 명이 함께 근무한다. 성공의 비결은 차별성에 있었다. “고객들이 꾸까 제품을 보고 ‘어머, 이게 뭐야!’하고 놀라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개성 있는 꽃을 만들기 위해 전문 플로리스트들이 꾸준히 기획 회의를 하고 있어요. 보통 꽃집에선 플로리스트 분들이 도제식으로 일하는데요, 개성을 발휘하긴 어려운 구조예요. 또한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꽃 사진이 담긴 달력 엽서를 990원에 판매한 일도 있어요. 고객 감사 차원에서 진행했는데요, 예상치 못한 수익으로 이어졌죠.”

 

물론 어려운 일도 많았다. 사업 시작 전부터 주변의 비관적 전망에 부딪혔다. “꽃이 아직 사치재잖아요. 주변에선 수요가 별로 없을 거라고 말렸어요. 택배로 배송한다고 하니까 말도 안 된다고 했고요. 그런데 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봤어요. 보통 꽃집에선 재고가 많이 남아요. 고객 요구 사항이 까다로울 수 있어서 수량을 넉넉히 확보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큐레이션을 해드려요. 사전에 기획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수량만 구매하죠. 재고가 거의 안 남는 구조입니다. 배송도 걱정 없었어요. 사업 시작 전에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테스트베드 삼아 실험해봤거든요. 지인 백 분께 꽃을 배송해드렸죠. 별다른 불만 사항이 없으셨어요.(웃음)”

 

 정말 곤란한 상황은 사업 시작 후에 발생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처음 시즌성 상품을 발송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어버이날과 연휴가 몰려있었어요. 택배회사가 작은 곳이라 당일 배송에 한계가 있었죠. 어버이날 자정이나 그 다음날 받은 분들도 있었어요. 꾸까 페이스북 페이지가 불만으로 도배되기 시작했죠. 항의 전화도 하루 종일 걸려왔고요. 고객의 불만을 덜어드리는 방법은 진심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박 대표는 그 날 페이스북에 진심을 담아 장문의 사과 글을 올렸다. 고객 불만에 변명하는 법 없이 사과를 구하는 박 대표의 모습에 고객들도 잠잠해졌다.

꾸까kukaa의 기프트 에디션

한바탕 힘든 시기를 거친 후 박 대표는 바로 택배 회사부터 바꿨다. 조금 비싸더라도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플라워 박스에도 세심함을 더했다. 박스에 단열재를 씌우는 것은 물론 안전하고 신선하게 배송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더 이상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거듭하다 보니, 꽃을 제작하고 배송하는 역량도 크게 늘었다. 예전에 하루 200개의 플라워박스를 배송했다면 이제 500 박스도 문제없다. 제대로 자지도 못 한 채 꾸까의 성장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어느새 꾸까는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성장 가도에 올라섰다.

 

성장을 했다면 조금 안주할 법도 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똑같은 물건을 기존 방식대로 마케팅 한다면, 언젠가 일하는 것이 재미없어지는 날이 꼭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나를 하더라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도전하고 싶어요. 꾸까가 최근 팝업스토어를 열었거든요. 보통 꽃집이라면 꽃을 냉장고에 담아 보관하겠죠. 하지만 저희는 백화점 1층 꾸까 매장 전체를 아예 꽃밭으로 만드는 방법을 택했어요. 고객들이 신기해하죠. 그 분들이 저희를 통해 안 사던 꽃병을 사고 꽃에 대해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신다면, 꾸까가 고객들의 삶에 변화를 전해드렸다고 할 수 있죠.”

박 대표는 꽃 시장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꾸까를 세우면서 결심한 것이 ‘시티 블루밍 프로젝트’다. 힘든 상황에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분기별로 꽃을 선물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 할머님, 유방암 환자, 미혼모에게 꽃을 전달했다. 올해 1분기엔 페이스북 페이지의 고객 의견을 반영해 세월호 유가족에게 꽃을 전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먼저 유가족의 의사를 묻고 차후에 꽃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 떳떳하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일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분기별로 꼭 한 번씩은 시티 블루밍 프로젝트를 실천으로 옮길 거예요.”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꾸까kukka 팝업스토어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해요. 멘티들은 보통 ‘이 아이템 잘 될까요?’하고 물어보세요. 그런데 물건을 내놓는다고 팔리진 않거든요. 아이템보다 설득력이 중요해요. ‘왜 이 사업을 하는지’와 ‘ 사업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세요. 그걸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앞에 앉아있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죠. 그럼 다른 어떤 사람도 설득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업체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거예요.” 박 대표는 부드럽게 조언했다. 그가 그리는 꾸까의 비전 또한 뚜렷했고 설득력이 있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아주 당연한 듯 꽃다발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의 모습을 더 많이 마주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