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골고 이 가는 자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최현성 바오메디텍 대표 인터뷰
코 골고 이 가는 자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2020.12.08 13:59 by 이창희

[프로듀스 043]은 충북지역 창업 생태계의 허브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 창업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이 배출한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드르렁’하는 코골이 소리처럼 거슬리는 게 또 있을까? 상대는 꿀잠을 자는데, 정작 그 소리로 내 잠을 설치니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하지만 코골이는 단순히 거슬린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수면 시 너무 심하게 코를 골면 체내 산소 결핍이 생겨 심혈관 질환이나 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수면 중 돌연사가 한해 2000~3000건 가량 발생하는데, 이중 상당수가 무호흡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코골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효약이나 해결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골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도구와 민간요법은 넘쳐나지만 사용감이 불편하거나 성능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른 구강구조를 고려해 맞춤형 마우스피스(mouthpiece)를 제작하는 바오메디텍, 이를 이끄는 최현성(37)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현성(가장 왼쪽) 바오메디텍 대표(왼쪽).(사진: 바오메디텍)
최현성(가장 왼쪽) 바오메디텍 대표(왼쪽).(사진: 바오메디텍)

|학교를 등지고 세상을 먼저 배운 사나이
어릴 적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최현성 대표는 대학을 사학과로 진학했다. 나름 가슴에 뜻을 품고 진학했지만 사학도로서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2년쯤 다니고 나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찾아들기 시작했다. 마침 집안 사정마저 시원찮아지자, 자연스레 학업 대신 돈을 보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휴학과 군복무, 그리고 자퇴까지 수순이 마무리된 2007년,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섰다. 마침 당시는 글로벌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점. 모아뒀던 종자돈으로 아마존과 이베이를 넘나들며 ‘팔리겠다 싶은 물건’이면 모두 떼다 팔았다. 컴퓨터 모니터나 의류 같은 것들이었다. 최 대표는 스스로를 ‘이커머스 1세대’로 자부했다.

사업은 술술 풀렸다. 여세를 몰아 일본 법인을 내며 해외 진출까지 시도했다. 당시 일본은 거품경제로 인한 경제난이 끝나고 재부흥기를 맞고 있던 시기였다.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장밋빛 시기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0년대 중반 갑작스럽게 엔저(低) 바람이 불면서 업황이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재팬 드림’은 그렇게 5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에 돌아온 최 대표가 심기일전하여 주목한 분야는 의료기였다. 치아 교정 기기의 원료를 수입·판매하는 등 주로 치과에서 사용되는 각종 재료들을 취급했다. 그 과정에서 시장성을 발견한 것이 코골이 무호흡증 구강 내 장치였다.

“다른 질환들과 달리 코골이는 좀처럼 치유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시중에 여러 제품이 있었지만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없었죠. 문득 ‘직접 한번 개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터뷰 중에도 계속 몰려드는 주문 전화를 받는 최현성 대표.(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인터뷰 중에도 계속 몰려드는 주문 전화를 받는 최현성 대표.(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사실 10년 넘게 무역과 유통 분야만 누볐던 최 대표에게 기술 개발 능력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에겐 그간 쌓아온 폭넓은 인맥과 다양한 인프라가 있었다. 이에 곧바로 관련 분야의 기술자들을 찾아가 설득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한배에 태우는 데 성공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양심’
진로는 정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자금이었다. 특히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상상했던 것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이때 최 대표가 눈을 돌린 것이 정부지원사업이었다.

2018년 1월 바오메디텍 법인을 설립한 최 대표는 곧장 각종 지원사업에 응시했다. 꼼꼼한 사업 준비와 철저한 비전 제시는 엑셀러레이터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충남 청년창업사관학교 8기를 시작으로 충북 스타트업 스쿨 6기, 청주 일자리 지원사업, 충북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선정되며 필요한 지원과 교육을 제공받았다. 특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에서는 전 기수 대상 IR피칭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한국벤처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1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알토란 같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바오메디텍은 올해 개최된 충북혁신창업경진대회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사진: 바오메디텍)
바오메디텍은 올해 개최된 충북혁신창업경진대회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사진: 바오메디텍)

일련의 교육과 지원, 그리고 수많은 연구와 테스트를 거친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개인 맞춤형 코골이 치료 기기 ‘슬립케어’다. 코골이 환자와 직접 상담을 갖고 치아 형태의 본을 뜬 뒤 제작되는 제품이다.

“제품 개발이란 게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더라고요. 1년 간 하루 5시간 넘게 자본적이 없어요. 시제품이 나오면 하루 종일 착용한 채로 생활해보면서 보완해야 할 점도 찾아냈죠. 그렇게 작년 6월10일 새벽 5시, 제가 꿈꾸던 완벽한 제품이 탄생했어요. 그때 아파트 베란다에서 혼자 펑펑 울었죠.(웃음)”

고생 끝에 맛본 열매는 달콤했다. 1년 동안의 인허가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고, 디자인‧상표권‧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이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진출하며 온라인 판로를 닦았고, 충청권 이비인후과 병원 20여 곳에 입점하는 등 오프라인 영업도 병행했다.

슬립케어의 성공적 출시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작도 이어졌다. 이갈이 치료를 위한 키트 ‘티스’의 개발을 완료한 것. 슬립케어와 티스는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발판으로 높은 소비자 만족도를 증명하며 지금까지 각각 500개 이상 제작·판매됐다.

 

바오메디텍의 코골이 치료 기기 ‘슬립케어’.(사진: 바오메디텍)
바오메디텍의 코골이 치료 기기 ‘슬립케어’.(사진: 바오메디텍)

뚝딱뚝딱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그 과정은 지난하고 험난했다. 육체적 어려움보다 ‘과연 제대로 개발해 출시할 수 있을까’하는 내적 갈등이 더 컸다고 한다. 수많은 지원사업에 선정돼 배움과 지원의 혜택을 누린 것도 어느 순간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에요. 냉정하게 보면 사업비가 모두 국민 혈세잖아요. 절대 허투루 쓰면 안된다는 압박과 부담이 항상 따라다녔어요. 그냥 좋은 경험했다 치고 접을 만큼 ‘쿨’한 성격은 되지 못하거든요.”

 

|드디어 보이는 서광…내친 김에 해외까지
최 대표의 올해 목표가 슬립케어와 티스의 성공적인 안착이었던 만큼, 어려운 시기를 잘 돌파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내년을 향해 있다. 프리A 시리즈 투자를 유치해 전국 권역별 이비인후과 내에 상담센터를 구축하고 필요한 인력 배치까지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외부 상황이 그리 평탄하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바오메디텍의 제품 특성상 대면이 불가피한 만큼, 현재의 코로나19 시국은 늘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하지만 그는 정면 돌파할 생각이다. 오히려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적극적인 오프라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1차 목표는 서울 강남의 이비인후과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 이를 거점으로 서울·경기권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

 

슬립케어 제작 모습.(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슬립케어 제작 모습.(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도 모색할 계획. 어느 국가의 누구든, 구강 구조 데이터만 있으면 제품을 제작해 발송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 같은 디지털화(化)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오랫동안 깊이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레 진정성이 생기더라고요. 코 골고 이 갈고… 이런 거 당사자나 옆에 사람이나 모두 괴로운 일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고 싶어요. ‘해결사’ 노릇 열심히 하다보면, 경제적인 부분도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요?(웃음)”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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