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비즈니스에 집중하세요. 잡일은 제가 합니다.”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 인터뷰
“스타트업은 비즈니스에 집중하세요. 잡일은 제가 합니다.”
2021.03.15 21:05 by 이창희

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이 그 분야의 발전을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찬호·추신수 선수가 야구계를 위해 연봉을 쾌척한 일이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가 한국축구 발전과 유소년 육성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따 재단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화 드림플러스 강남 센터장 출신의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다.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을 대기업 및 투자자, 그리고 해외 기업들과 연결해 사업 기회를 만들고 혁신의 싹을 틔워온 그가 스타트업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우리나라 모든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터뜨리겠다는 야심찬 포부와 함께.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사진: 마크앤컴퍼니)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사진: 마크앤컴퍼니)

|숨 쉴 틈 없었던 지난 5년, 그리고 새로운 출발
이랜드 출신의 홍경표 대표는 2006년 온라인 결제와 모바일 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한 플랫폼 회사를 창업해 7년간 운영해왔다. 여기서 얻은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2013년 한화로 자리를 옮겨 드림플러스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물로 2014년 1월 스타트업 투자 및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브랜드 드림플러스가 공식 출범했다. 이곳에서 홍 대표는 3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했다. 연결과 꿈의 실현이라는 미션과 사회적 혁신이라는 지향점 아래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공존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은 대기업의 인프라 및 자본을 만나 협업을 통해 상생의 길을 열어갔다. 2017년 7월, 15개층 2500석 규모의 매머드급 코워킹 스페이스인 드림플러스 강남센터를 오픈하였으며, 현재 다수의 스타트업과 유수의 대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성과도 쌓여갔다. 드림플러스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스타트업 리포트 2016’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투자를 받고 싶은 곳 1위로 꼽혔다. 인공지능(AI) 기반의 핀테크 스타트업 ‘QARA’와 모듈 기반의 로봇 플랫폼 스타트업 ‘럭스로보’를 비롯해 이곳을 거쳐 간 입주사들은 저마다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홍 대표는 “모든 스타트업과 파트너사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공을 돌렸다.

한화에서 시작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과를 거두자 롯데와 현대자동차 같은 다른 대기업들도 뒤이어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 하에 스타트업 지원 및 연계를 진행 혹은 모색하는 움직임의 시작점이었던 셈이다.

 

드림플러스는 기업과 기업의 연결을 위한 ‘만남의 장’이었다.(사진: 드림플러스)
드림플러스는 기업과 기업의 연결을 위한 ‘만남의 장’이었다.(사진: 드림플러스)

이처럼 눈부신 성과가 쌓여가고 있던 2018년 말, 홍 대표는 드림플러스를 떠나 독립을 선언했다. 그간 스타트업의 성장에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 스타트업과 함께 도우며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직접 뛰어들고 싶었다. 혁신을 원하는 기업들을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마크앤컴퍼니’는 그렇게 시작됐다.

“많은 경험들을 쌓는 동안 어딘가 모를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제가 계획한 모든 것이 완벽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대기업도 실수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럴 경우 이제 막 간신히 자리 잡고 시장이 구축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 스타트업을 돕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 배경입니다.”

 

|스타트업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혁신의 숲’
“좋은 스타트업 어디 없나요?”

드림플러스에 몸담고 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홍 대표가 대기업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문의다. 총괄책임자로서 그는 발품을 팔아가며 최선을 다해 대기업이 원하는 스타트업을 찾고 연계해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는 시간적·물리적인 한계가 있었고,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해외에는 ‘CB인사이트’와 ‘크런치 베이스’처럼 기업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사이트가 도처에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일본은 물론이고 심지어 터키에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몇몇 곳이 있긴 있지만 해외 기업이나 투자사가 참고하기엔 정보의 양과 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는 해외로 뻗어나갈 잠재력과 경쟁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이 많이 있음에도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더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의 각종 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 ‘크런치 베이스’.(사진: 크런치 베이스)
기업의 각종 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 ‘크런치 베이스’.(사진: 크런치 베이스)

마크앤컴퍼니가 그런 고민에서 출발해 무수한 개발과 지속적인 DB 구축을 거쳐 지난 9일 베타 버전으로 출시한 것이 데이터 기반의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이노포레스트(혁신의 숲)’다. 이곳에서는 어지간한 국내 스타트업의 각종 지표를 열람할 수 있다.

스타트업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은 고용 및 매출 등 다양한 지표의 변화가 있고, 이노포레스트는 이러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스타트업의 매출·직원 수·월간 활성 사용자·투자금의 월별 증감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실 사용자의 소비패턴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빈도·활성률·재방문율 등의 성과 지표까지 제공해 성장 지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시장 조사와 업종별 성장률·성장 시점·성장 요인을 비교할 수 있고 투자자는 투자 검토를 위해 정량적인 핵심지표 분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자에겐 스타트업에 대한 세세하고도 복합적인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은 다른 기업들이 회사를 어떻게 키우고 투자를 받았는지, 시장에서 현재 자신들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늘 확인하고 싶어하죠. 액셀러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을 모집하더라도 (잠재력 등을) 일일이 파악해야 좋은 액셀러레이팅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홍 대표에 따르면 정량적 데이터가 중심인 이노포레스트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정보도 더 있다. 그는 올여름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추가적으로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해당 데이터를 영문화해서 해외에 공개하고, 이를 위해 해외 기업 데이터 플랫폼과도 연계할 구상도 갖고 있다.

 

|하는 일은 많아도, ‘only for startup’
이노포레스트는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의 사례를 연구해 자신만의 성장 전략을 세우거나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적잖은 도움이 될 테지만 홍 대표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스타트업은 자본과 인력을 포함해 갖가지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PC 한 대가 필요해도 대기업은 대량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는데 비해 스타트업은 올곧이 제값을 내고 장만해야 한다. PC에서 구동되는 갖가지 소프트웨어 역시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그래서 홍 대표는 드롭박스와 어도비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접근해 협상을 갖고 이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 스타트업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사업 이외 업무에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게끔 그가 직접 개발한 서비스도 있다. 중개법인 ‘스타트업 집사’가 대표적이다. 인기 TV프로그램인 ‘구해줘 홈즈’의 스타트업 버전으로, 스타트업이 입지와 면적 등 원하는 조건을 올려놓으면 통상적인 중개수수료만 받고 사무공간을 대신 찾아주는 서비스다.

“스타트업은 대체로 성장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인원 충원도 잦은데, 이때 사무공간을 넓히고 재정비하는 것이 꽤나 손이 많이 가는 부분입니다. 심하게는 1년에 이사를 3번이나 하는 경우도 봤어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직접 발품을 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우리가 대신해줄 테니 그런 시간도 아껴서 성장을 위해 쓰라는 이야깁니다. 자잘한 일은 우리가 다 해 드릴 테니까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카드 ‘고위드’, 주주명부관리 솔루션 ‘쿼터북’ 등의 서비스 출시 과정에도 홍 대표는 함께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협업과 활동은 뜻만 맞는다면 누구와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마크앤컴퍼니는 DB 기반의 이노포레스트 개발·운영부터 스타트업 집사, 오픈 이노베이션까지 다각도의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사 기능을 갖추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등록까지 마쳤다. 그는 “가끔은 우리가 뭐 하는 곳인가 싶기도 하다”며 웃으면서도 “이 모든 활동과 노력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과 선순환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홍경표 대표(가운데)와 마크앤컴퍼니 구성원들.(사진: 마크앤컴퍼니)
홍경표 대표(가운데)와 마크앤컴퍼니 구성원들.(사진: 마크앤컴퍼니)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근 수년 동안 눈부신 성장과 함께 어느 정도 궤도에 안착한 모습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최근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창업가의 재도전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100명이 창업을 하면 90명 이상이 실패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실패를 경험한 창업가가 주변 이들에게 ‘창업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경우가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장려하는 경우보다 아직은 훨씬 많다. 후자의 사례가 더 많아야 많은 도전자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고, 이 생태계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한 창업가가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재창업으로 일어서는 것뿐입니다. 그들이 다시 일어서려면 다른 기업 및 투자자와의 더 많은 ‘연결’이 일어나야 하죠. 그래야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끝나지 않을 수 있고 경제 전반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한 구조를 만드는 데 저희가 기여하고 싶습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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