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어디까지 가봤니?
성수동, 어디까지 가봤니?
성수동, 어디까지 가봤니?
2015.07.22 11:50 by 조철희
 

가로수길, 경리단길, 상수동, 연남동….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역 명소로 발돋움한 곳이다. 최근 여기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이 있다. 바로 성수동이다.

  | 성수동, 공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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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만 해도 성수동을 상징했던 것은 공장과 경마장이었다. 서울의 외곽지역으로 분류되던 이곳은 인쇄공장, 신발공장 등이 밀집해 있던 공업지대였다. 90년대 이후 관련 산업이 쇠락하고 성수동이 점점 도심으로 편입되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외곽으로 물러났다. 뚝섬경마장도 과천으로 옮겨 갔고, 그 자리엔 서울숲이 들어섰다.

공간이 변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그 속을 채워가고 있다.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을 운영하는 청년 혁신가들이 둥지를 틀었고, 젊은이들이 골목골목에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을 차렸다. 한켠에는 기존의 색채를 유지하며 변화에 적응한 사람들도 있다. 성수동의 전통적인 구두 산업을 바탕으로 수제화장인, 가죽공예가 등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걸고 매장을 열었다.

  | 커뮤니티 매핑, 공간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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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이 성수동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문을 여는 공방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성수동에서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을 조사하다 보니 이미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곳에 들어와 계셨어요. 이러한 움직임을 읽고 지역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커뮤니티 매핑을 기획했습니다.”(박은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예술나눔본부장)

지난 7월 8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다시, 봄’홀에서 IM성수(아임성수) 커뮤니티 매핑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커뮤니티 매핑 센터가 주최하고 롯데면세점이 지원한 본 프로그램에 20여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은 문자 그대로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커뮤니티 매핑 센터는 웹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 전용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커뮤니티매핑센터의 임완수 센터장. 지난 2012년 미국북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때 커뮤니티 매핑을 통해 주유 가능한 주유소 정보를 제공해 화제가 됐다.


 

“저희가 하는 것은 커뮤니티 파티시페이팅 매핑(Community Participating Mapping), 즉 주민참여형 지도 만들기입니다. 이 지도 만들기를 통해서 우리는 지역 자산을 조사하게 됩니다. 지역 자산에는 문화유산이나 공원과 같은 긍정적인 자산도 있고, 낡은 시설물 등 위험요소가 되는 부정적인 자산도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성수동이라는 지역을 자세히 이해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참여로 또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것이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사전 교육을 담당한 임완수 커뮤니티 매핑 센터장이 말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매플러 K(Mappler K)’의 사용법을 숙지한 참가자들은 회색 티셔츠를 나눠 입고 5개 조로 나뉘어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조사 범위는 지하철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을 중심으로 5개 구역이 설정됐다. 참가자들은 사회적기업, 예술, 먹거리, 문화공간, 빈공간, 기타 등의 기준으로 분류해 매핑작업을 하기로 했다.

고등학생인 김하랑(18)씨가 속한 조는 뚝섬역 근처의 서울숲4길과 서울숲6길을 담당했다. 서울숲4길 입구에는 갈비집들이 모여 있는 일명 ‘갈비골목’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후 5시경, 줄지어 늘어선 야외테이블들이 벌써 저녁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이 갈비집들은 원래 경마장 손님을 상대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숲 방문객과 인근의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 됐다. 한 상인은 “여름이 한창이라 저녁 6시만 돼도 이 가게 저 가게 할 것 없이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매핑작업은 지역자산 혹은 공간을 발굴하고, 웹 혹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사진과 함께 위치·특이사항 등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공간 속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도 이루어지게 된다.


 

하랑씨가 뒤이어 찾은 곳은 ‘소녀방앗간’이라는 작은 식당이었다. 친절하게도도 한창 저녁준비를 하던 직원이 나와 하랑씨 일행에 식당 소개를 해줬다. 청년들이 모여 만든 곳이며, 경북 청송에서 산나물 등 식재료를 직접 공수해온다고 했다.

하랑씨는 이 외에도 도자기공예를 하는 ‘희락공방’, 가죽소품을 만드는 ‘일리일리’, 나미비아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펜두카’, 소셜 카페 ‘그랜드 마고’ 및 ‘뚝떡’‧‘쁘렌디’‧‘앨리버거’와 같이 서울숲 청년상회에 속해 있는 음식점 등 총 12곳을 둘러보고 지도에 입력했다.

한편, 2조에는 특별한 참가자가 속해 있었다. 올해 62세인 이한섭씨는 커뮤니티 매핑 센터의 시니어 프로그램에 몇 차례 참가한 적이 있다고 했다. 유경험자답게 태블릿PC를 능숙하게 다루며 나이차이가 한참 나는 젊은이들을 이끌었다. 그는 커뮤니티 매핑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길 바랐다.

“커뮤니티 매핑을 하면서 사회적인 필요성을 많이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가 자동제세동기에 관한 것인데요.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치를 안내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등 장비 관리에도 효율적입니다. 이 외에도 매핑의 활용도는 다양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지도, 재난 상황시 활용할 수 있는 지도,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담은 지도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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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가량 매핑작업을 한 뒤 참가자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결과물을 공유했다. 하랑씨는 “잠실에서 왔는데, 우리 동네에도 꼭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고등학생 참가자 나영은(18)씨는 “어렸을 때 살았던 성수역 부근을 다녀왔는데 수제화거리가 생겨서 놀랐다”고 말하며, “수제화를 만드는 공간 하나하나가 엮여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원래 가치보다 몇 배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커뮤니티 매핑의 기대 효과를 짚기도 했다. 서울그린트러스트에 근무하는 박양미씨는 참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저도 서울숲 인근지역에서 근무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골목길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오늘 활동을 통해 혁신가를 위한 도서관 등 새로운 곳들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혼자서는 그냥 들어가기 힘들었을 텐데 ‘아임성수’가 적힌 티셔츠를 입으니 용기가 났고, 지역 주민들의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지역 커뮤니티에 녹아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오늘을 시작으로 성수동을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는 아임성수 커뮤니티 매핑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진행한다. 성수동에 살고 있거나, 성수동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함께 지도를 채워가 보는 건 어떨까.

 

이날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지도의 모습이다. 지도 만들기는 현재진행형이다.(m3.mappler.net/imsungsoo)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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