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로 멍들어가는 세상…힐링을 서비스합니다
포스트코로나 특집, 감성 스타트업 열전
코로나블루로 멍들어가는 세상…힐링을 서비스합니다
2021.05.31 13:54 by 최태욱

고난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 첫머리가 ‘코로나19’로 시작된 지 오늘로써 정확히 470일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다. 가장 큰 문제는 고립감이다. 전염병 예방의 기본인 ‘격리’는 어떤 의미에서 또 다른 화근이다. 공황장애, 망상, 무기력, 우울, 신경과민, 집중장애 같은 마음의 병을 만드는 원인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고립감이기 때문이다.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이 배구공 따위라도 친구 삼으려 했던 건 문자 그대로 병들지 않기 위해서다. 오죽하면 교도소 내 가장 무서운 형별이 ‘독방’이겠는가. 

사회적 고립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연구원이 20대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8%가 ‘코로나19로 불안·우울하다’고 답했으며, 8.3%는 ‘코로나19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기간 우울증 치료를 받은 국민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20대 여성이 39.5%나 증가하는 등 20~30대 젊은 층의 마음고생이 특히 심했다. 

고립감과 무력감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는 상황. 위로와 공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의 활약은 그래서 더 반갑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존재감을 뽐내는 테크 스타트업의 화려함 뒤편에서, 따뜻한 발상과 교감으로 코로나 블루에 맞서고자 하는 혁신가들. 우린 그들을 ‘감성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감성 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한다.
감성 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한다.

| 어떤 바이러스도 마음까지 침투해선 안 되기에…
우울증은 일종의 정신 질환이다. 특히 오래 지속되는 우울증은 엄연히 병리적인 상태로, 정신은 물론 신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를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이렇듯 높은 문턱 탓에 치료보단 위로와 공감을 통해 마음 건강을 치유하는 활동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왔다. 짧은 글과 사진으로 사용자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세줄일기’도 그중 하나다. 

스타트업 ‘윌림’이 지난 2017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세줄일기는 단 3줄로 이뤄진 글귀에 사진 1장을 더해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SNS다. 기존 SNS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반해, 스스로를 차분히 돌아보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를 공유하며 위로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2014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면서 400일 간의 세계여행을 시작했어요. 첨엔 매일매일 기록을 남겼는데 너무 힘에 부치는 거예요. 그때 아내가 ‘그냥 간단히 몇 줄만 써보라’고 권하더라고요. 이후 매일 짧게 기록해 올렸는데 생각보다 울림이 있고, 주변 반응도 좋았어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앱을 만들기 시작했죠.”(배준호 대표)

 

'세줄일기'의 서비스 화면
'세줄일기' 앱의 서비스 화면

일기를 쓰는 앱을 많았지만, 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은 없었다. 배 대표는 이를 통해 모든 이들이 아픔과 고민을 드러냄으로써 이내 치유받기를 원했다. 의도는 적중했다. 개개인이 가진 내면의 성찰이 세줄일기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같은 듯 다른 고민에 사람들은 함께 울고 웃었다. 그 사용자는 어느새 30만 명을 훌쩍 넘는다. 배준호 대표는 “장애아 부모, 환경미화원, 택배노동자, 이혼가정의 10대,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 SNS는 이런 분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적합한 무대가 아니지만, 세줄일기에서는 가능하다”면서 “비대면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로 인한 고민과 고충을 토로하는 글들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성패는 사용자가 좌우한다. 세줄일기가 성찰과 위로의 장으로 확산되면서 운영사인 윌림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시선도 크게 늘었다. 서울대기술지주, 스트롱벤처스, 디캠프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서비스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향후 과제는 해외 진출이다. 비교적 감성이 통하는 일본 시장, K-콘텐츠 저변이 넓은 인도네시아 시장, 우울증 인구가 유독 많은 프랑스 시장이 주요 타깃. 영어버전은 이미 개발된 상태며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프랑스어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배준호 대표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만국 공통의 과제”라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줄일기가 은근한 치유라면, 지금부터 소개할 스타트업 ‘마음감기’는 보다 적극적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이용자와 정신과 전문의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위로와 용기에 더해 실질적인 도움까지 제공한다.   

2019년 10월 설립된 마음감기는 자체 보유한 20명의 정신과 전문의 풀을 통해 취합한 정보를 웹툰이나 영상 등의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고덕영 마음감기 대표는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통해서 필요한 도움을 얻고, 전문의들은 신규환자와 만날 기회를 넓힐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론 정신과 진료 이미지 개선을 통해 정신건강 관리의 대중화를 이뤄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마음감기' 앱의 서비스 이미지
'마음감기' 앱의 서비스 화면

마음감기는 대표자 개인적인 경험이 밑거름되었던 플랫폼이다. 실제 집안 문제로 정신적인 고난을 겪은 후, 지인이었던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으며 전문가의 역할을 절감했다고. 코로나 펜데믹 이후 정신적 피로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주목도도 크게 높아졌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에는 국민 투표로 이뤄진 '제1회 창업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얼마 전 출시된 모바일 앱은 일주일 만에 3000명 이상이 신규가입하며 시대의 아픔을 증명했다. 

금번 출시된 마음감기 앱에서는 실제 정신과에서 취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우울증 테스트 ‘마음찾기’의 이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객관적 지표를 확인할 수 있고, 그에 꼭 맞는 맞춤형 콘텐츠까지 찾아볼 수 있다. 향후 예약 진료로 연동되는 시스템까지 구축할 계획. 고덕영 대표는 “정신질환이 무형의 병이다 보니 여전히 어떻게 접근하고 치료해야할지 고민이 많다”면서 “지금까지의 과업이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두었다면, 향후 지속적인 R&D를 통해 전문의료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음감기는 이용자의 고민과 전문 의료진의 솔루션을 비대면을 통해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마음감기는 이용자의 고민과 전문 의료진의 솔루션을 비대면을 통해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 보다 특별한 체험으로 ‘우울의 터널’ 벗어나요
정신건강 의학계의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주변 환경이나 몸의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산책이나 야외활동 같은 신체 움직임을 통해 좋은 호르몬을 보충해줄 수 있다는 것. ‘지역주민이 만드는 로컬 트립’을 선보이는 스타트업 ‘낭만농객’이 주목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지난 2019년 설립한 낭만농객은 한국의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숙박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관광지를 벗어난 여행’을 콘셉트로 유명 여행지가 아닌 생소한 곳에서 현지인들을 만나고 다양한 체험을 펼치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김수완 낭만농객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우즈베키스탄이나 뉴질랜드 등을 자주 여행했는데, 굳이 시골 마을에 찾아가 현지인들을 만나곤 했다”며 “이를 통해 강박 속에서 치러지는 숙제 같은 여행이 아닌, 위로와 치유의 힘을 가진 여행의 참맛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후 1년 여 간 여러 농촌지역을 돌아보며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후 첫 테스트로 이뤄진 ‘인제군 냇강마을’ 프로그램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용자에겐 위로와 힐링을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를 줄이자’는 스타트업으로서의 미션도 공고히 했다. 김수완 대표는 “특색있는 지역일수록, 그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한 체험상품이 많고, 역사적인 공간이나 특산물도 즐비하다”면서 “그런 곳을 선택한 후 서비스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을 사업자와 순수한 개인으로 나눠 모집하고, 함께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대상지를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붐비지 않는 여행, 혼자 고즈넉하게 떠날 수 있는 여행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건 뜻하지 않은 기회요소다. 

 

김수완 낭만농객 대표(왼쪽)와 인제군 냇강마을 전경
김수완 낭만농객 대표(왼쪽)와 인제군 냇강마을 전경

현재 낭만농객은 본격적으로 여행 예약이 시작될 6월을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횡성 고라데이 마을, 정선 덕우리 마을, 춘천 감자아일랜드 양조장 등 다채로운 경험이 오픈될 예정. 김 대표는 “우리 여행은 체험을 통한 성찰과 치유라는 점에서 상업적인 여행과 궤를 달리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낭만농객 가자’는 말이 일반명사화 될 정도로 여행 문화의 한 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자발적 격리가 지속되면서 자유로운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캠핑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런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캠핀’이라는 모바일 앱을 서비스하고 있는 ‘와이즈솔루션’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등록된 2300개 캠핑장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며, 웹 크롤링을 통해 실사용자의 후기를 수집 및 큐레이션하여 이용자 취향에 적합한 맞춤형 추천 정보를 서비스하기도 한다. 

장성식 와이즈솔루션 대표는 “캠핑 산업은 이미 2조6000억 규모로 성장한 거대 시장”이라며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2030세대가 좋아할 만한 감성 캠핑 트렌드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다른 쇼핑몰이나 플랫폼과의 차별을 꾀했다”고 말했다. 경량화 장비가 대세인 시장에서, 원목이나 페브릭, LED조명 등을 활용한 ‘수공예품 기획전’을 개최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캠핀' 앱의 서비스 화면
'캠핀' 앱의 서비스 화면

실제 캠핑 마니아이기도 한 장성식 대표는 캠핑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캠핑장 예약률이 치솟고 관련 장비의 품귀현상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캠핑 콘텐츠가 소개되면서 호기심과 동경을 불러일으켰고, 자연스레 초보자들의 유입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블루로 억눌린 민심과 빠른 디지털화에 대한 피로감 역시 캠핑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이유. 장 대표의 마음이 더욱 분주해지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향후 캠핀은 국내 캠핑장과 관련 장비 정보를 소개하던 기존의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장 대표는 “향후 캠핑카와 카라반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준비 중이며, 개인이 보유한 캠핑 장비를 중고거래로 연결할 수 있는 페이지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각 사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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