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원격의료…세상이 바뀌면 병원치료도 바뀐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파인헬스케어 인터뷰
AI‧빅데이터‧원격의료…세상이 바뀌면 병원치료도 바뀐다
2021.07.26 09:58 by 이창희

무병장수하고 싶은 건 인간이 가진 원초적 본능이다. 이 때문에 의료 기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의료 인력과 장비·물자는 늘 부족하고 서비스 공급은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 이 빈틈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메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파인헬스케어’다.

 

신현경 파인헬스케어 대표.
신현경 파인헬스케어 대표.

|경영과 의료 분야를 두루 섭렵…경험이 창업을 이끌다
파인헬스케어를 이끄는 신현경 대표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석·박사 과정에서 의료경영을 전공했다. 병원의 행정·경영 전문가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한 배경이다. 메디컬 드라마 ‘라이프’에 나오는 조승우 배우의 역할을 생각하면 편하다.

커리어의 첫 시작은 1995년 화상(火傷) 전문병원부터였다. 화상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의 굵직한 업무들을 맡아 25년간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자산이 됐던 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병원에 쌓이는 각종 데이터였다.

“맡은 업무 특성상 국내외 출장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미얀마·두바이 같은 곳의 해외 출장을 아무리 다녀 봐도 유의미한 화상 진료 데이터를 보유한 곳이 드물더라고요. 저희가 가진 데이터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는 화상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과 의료 인력이 어느 나라나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1명의 전문의가 양성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이들 중 화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들은 많지 않고 당연히 전문 병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병원과의 의료 협약.
중국 병원과의 의료 협약.

실제로 우리나라만 해도 전국 일반외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에 존재하는 화상 전문의는 50명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화상 사고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이 턱없는 수준인 것이다. 많은 질환이 그렇지만 화상은 특히 초기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신 대표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평생을 흉터 및 통증으로 후유 장애에 시달리는 안타까운 사례들을 많이 지켜봤다.

“단기간에 의료 인력의 공급을 늘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인력이 아닌 데이터로 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그 고민의 결정체가 바로 2020년 3월에 창업한 파인헬스케어인 셈입니다.”

 

|‘화상’으로 ‘화상’을 치료하는 방법
다양한 화상 환자들의 환부를 촬영한 시각 자료와 치료 과정의 데이터는 신 대표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었다. 이 데이터의 활용법을 고민하던 그에게 2018년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등장은 결정적인 열쇠가 됐다. 이후 화상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돌려 화상의 심도, 즉 경중을 확인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의료경영학 석사 출신의 인력과 함께 사업 전반을 진행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기업 카메라사업부 출신의 전문가도 합류했다.

기존의 화상 심도 체크는 의사가 직접 육안으로 살펴 진단했는데, 그 정확도가 화상 전문의의 경우 70~80%, 일반 의사는 50%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의가 부족하다보니 많은 화상 환자들이 진단 오류로 과잉 진료 혹은 부실한 진료를 받는 실정이었다.

 

화상 이미지의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명도 대비 향상 기법.
화상 이미지의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명도 대비 향상 기법.

파인헬스케어의 피부 이미지 빅데이터 전담 연구팀은 촬영된 이미지를 표준화하며 명도와 해상도를 향상시킨다. 여기에 정상 피부와 화상 피부의 이미지를 함께 대입해 학습시킴으로써 심도를 진단하는 식이다. 이미지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진단의 정확도는 더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심도를 확인하고 치료제와 치료 방법을 추천해줍니다. 환자에게 가까운 전문 병원도 안내하고요. 병원을 가야 하는지, 가지 않아도 되는지도 구분해줄 수 있죠.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병원에 내방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저희 서비스가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진단 보조기기와 AI 챗봇을 통한 상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복합 플랫폼 구축의 밑그림도 그려놓은 상태. 무엇보다 신 대표가 제시하는 중장기적 구상의 핵심은 바로 원격의료 시스템이다.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원격피부의료시스템에 AI 기술을 접목한 ‘K-텔레더마톨로지(Teledermatology)’가 첨병 역할을 맡을 예정. 화상 외에도 욕창·아토피·종양 같은 난치성 피부 질환을 겪는 환자가 점점 더 늘고 있는 시대상도 그들의 행보를 더욱 부추긴다.

 

파인헬스케어의 AI 소프트웨어.
파인헬스케어의 AI 소프트웨어.

|규제 없고 수요 많은…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라
현재 파인헬스케어는 국내 화상 전문병원인 베스티안 병원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강남 한림대성심병원 등과 화상·욕창을 포함한 다양한 피부과 질환을 공동연구 중이다. 복수의 병원들과 함께 원격의료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특히 국내의 까다로운 의료 관련 규제는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난제다. 신 대표가 해외로 먼저 눈길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화상 환자 진료비가 뇌졸중 환자의 6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미국이 첫 번째 타깃. 치료제와 전문 인력의 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진료가 이뤄질 경우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게 신 대표의 판단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구와 섬 지역이 많아 원격의료가 보편화됐지만 AI 기술이 다소 부족한 인도네시아의 대학병원들과는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 K-방역에 관심이 높은 베트남의 병원들과는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구상 중이다.

신 대표가 경계하는 글로벌 경쟁자는 급속하게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들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화상 기술 관련 특허를 내는 곳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보다 앞서가는 서비스를 위해 효과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죠. 하지만 이제 세상은 변했고, 또 변해가고 있어요. 집에서 인공지능이 검사를 진행하는 단계를 넘어 치료까지 가능해지는 날도 곳 올 것이고요. 앞으로 병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고, 이 같은 변화의 핵심은 의료 빅데이터와 AI 기술입니다. 우리의 역할도 딱 그 지점과 맞물려 있고요.”

 

/사진: 파인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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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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