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 없는 자전거요? 벽에는 달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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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수 없는 자전거요? 벽에는 달릴 수 있죠!”
“달릴 수 없는 자전거요? 벽에는 달릴 수 있죠!”
2015.10.30 12:00 by 윤민지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자전거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브리스(REBRIS)’
자전거 체인링으로 만든 시계 ‘ChainRing Clock' (사진 제공 : 리브리스)

  힘든 대학시절을 함께 버텨준 동무였다. 자유로움을 알게 했고, 기분 좋은 공기를 느끼게 해줬다. 장민수(28) 리브리스(REBRIS) 대표에게 자전거가 그랬다. 새벽마다 자전거로 한강을 넘나드는 게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을 정도. 시험기간에도 빼먹지 않던 즐거움이었다.

“변함없는 모습이 좋았어요. 처음 발명됐을 때 모습 그대로인 것 중 하나가 자전거거든요. 내가 밟는 만큼 나아가 주는 솔직함도 맘에 들고요. 자전거 타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있어요. 한바탕 달린 후 샤워하고 나면 기분 최고죠.” 그런 장 대표가 자전거에게 받은 위로에 보답하기 위해 나섰다. 버려진 자전거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브리스’를 통해서다.  

‘자전거’와 ‘만들기’를 좋아했던 공대생의 선택

  리브리스(REBRIS)는 폐자전거를 분해해 얻은 각종 부품들로 시계․조명·팔찌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브랜드다. ‘다시’를 뜻하는 ‘Re’와 ‘쓰레기․파편’을 의미하는 ‘Debris’을 합해 만든 이름처럼, 자칫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자전거에게 새 가치를 덧입힌다.

공대생(기계자동차 공학과) 신분이던 장 대표가 ‘스타트업’에 출사표를 던진 건 지난 2013년 9월.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렸던 취미에 특유의 자전거 사랑이 더해져 탄생한 결과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자전거 휠(Wheel)로 만든 시계를 봤어요. ‘저 정도는 만들어 볼 수 있겠다’싶더라고요. 마침 폐자전거가 모이는 곳도 알고 있었고요. 서울에서만 한 해 8000대의 자전거가 버려진다는데,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장민수 대표)  

리브리스의 대표 제품인 체인링 클락, 스프라켓 탁상 조명. 모든 공정을 수작으로 진행한다. (사진 제공 : 리브리스)

공정은 간단하다. 사회적기업 ‘두바퀴희망자전거’(서울 용산구)에 모아지는 방치자전거 중 고칠 수 없는 것들을 재료 삼는다. “고철 값 정도를 주고 구매해온다”는 설명. 이를 ‘밀링(milling)’이라는 공구로 분해하고 세척 및 도색하면 밑 재료가 모아지는 셈이다. 이를 통해 리브리스의 주력제품인 시계, 조명등 같은 것들이 만들어진다.

대량생산이 힘든 만큼,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시간이 늘고, 단가는 높아지는 약점을 안은 셈이다. 통상 자전거 ‘체인링’(자전거 페달 부분 원형 톱니바퀴)으로 만드는 시계가 3~4만 원, ‘스프로킷’(자전거 뒷바퀴를 굴리는 부품)을 활용한 탁상 조명의 경우 5~6만 원의 가격대가 형성돼있다.  

리브리스 장민수 대표의 작업실(사진 제공 : 리브리스)

“분해, 세척, 도색, 마르는 시간을 모두 포함하면 하루 정도 걸려요.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총 개수도 10개 정도 뿐이죠.” 리브리스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는 제품별 완성도. 공대생 출신인 장 대표의 전문적인 손길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가 만드는 시계는 초침소리도 안나요. 이를 위해 일반 제품보다 3배 정도 비싼 부품을 쓰죠. 조명도 상황에 따라 불 밝기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고요. 생활용품인 만큼, 편의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낙하산 줄을 사용해 만든 팔찌

  각종 전시회나 오프라인 편집숍에서 종종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듣는 이유도 그래서다. 리브리스의 제품은 현재 자사 홈페이지(www.rebrisworks.com), 리사이클샵 ‘오브젝트’(Object‧서울 마포구), 커뮤니티 공간 ‘디웰’(D-WELL‧서울 성동구)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불안과 기대의 교차점을 달리다

  어느새 3년차 기업가가 된 장 대표. 하지만 현실적으론 올해 대학을 갓 졸업한 약관(弱冠)일 뿐이다. 마음 맞아 시작했던 동료 한 명이 직원의 전부. 사세 확장은 아직 요원하다. “공부와 준비를 더 하고 시작했으면…”이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리브리스 장민수 대표

  “‘지금 안 해보면 후회 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뛰어 들었죠. 창업자로서, 사업가로서 갖춰야 할 준비가 부족했었단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어려움도 적지 않더라고요. 큰 아들이라 부모님도 걱정을 조금 하세요.(웃음)”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마케팅이다. 아직까진 알음알음으로 판매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자전거 부품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며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기회가 되면 적극적으로 판로 확장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非디자인 전공자로서의 어려움도 크다. 시간 날 때마다 해외제품들을 들여다보고 영감을 얻고자 하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고민을 덮는 보람과 기대도 있다. 특히 세 재품을 선보일 때 희열이 가장 크다고 한다. 더 큰 욕심이 생기는 순간도 바로 이 때다.

“일단 더 많은 제품을, 더 완성도 있게 보여드릴 겁니다. 그러면 자연히 업사이클링 문화도 확산되겠죠. 기술적으론 자전거의 모든 부품을 활용하는 것, 사회적으론 수익일부를 자전거 기부에 사용하고, 취약계층을 고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궁극적인 목표요? ‘업사이클링’ 하면 ‘리브리스’가 떠오르는 게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