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시간 없다고요? 점심시간에 함께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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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할 시간 없다고요? 점심시간에 함께 걸어요!”
“운동할 시간 없다고요? 점심시간에 함께 걸어요!”
2015.11.12 14:22 by 조철희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새로운 건강 트렌드 제안하는 그린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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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연습 중이세요?”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의 시선에 한 곳에 꽂힌다. 호기심에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다. 양 손에 스키 스틱 같은 것을 쥐고 10여 명이 줄지어 걷는 진풍경. 지난 11월 10일 정오경 ‘녹색길’(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한강에서 청계산까지 이어진 도심 속 산책로)에서 펼쳐진 행보(行步)다. 이들은 30분간 1.5km 남짓 되는 거리를 왕복했다. 운동 후엔 근처 공원에 모여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쳤다. 각자의 자리로 뿔뿔이 흩어진 시간은 오후 1시 무렵. 눈앞에 펼쳐진 빌딩 숲을 가리키던 윤강호(27)씨가 “이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오후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녹색길에서 포착된 독특한 산책의 정체는 ‘노르딕 워킹(Nordic Walking)’. 전용 스틱을 가지고 하는 특별한 운동법이다. 소셜벤처 ‘그린아워(Green Hour)’가 서울혁신파크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당신이 더욱 건강해지는 점심시간’ 프로그램이다. 주요 타깃 층은 20~30대의 직장인들. 좀처럼 운동할 짬을 내기 힘든 일상 속에서 점심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취지다.

본격적인 워킹에 앞서 강습 중인 이정훈 대표(오른쪽)

“저는 20~30대 직장인들을 ‘건강 취약계층’이라고 불러요. 돈 있고 젊으니까 건강할 것 같은데 실상 그렇지 못하거든요. 예전에 직장생활을 했을 때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자기관리를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역시 과중한 업무에 밀려 점점 운동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이정훈(34) 그린아워 대표의 말이다.

2014년 3월 설립된 그린아워는 세대별 건강증진 캠페인을 전개하는 소셜벤처다. 직장인 및 중‧장년층을 위한 노르딕 워킹 외에도, 학교 체육에 적용이 가능한 ‘뉴스포츠’ 등을 국내에 보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노르딕 워킹은 북유럽 지역을 일컫는 ‘노르딕’을 차용해 만든 걷기 법으로, 동계스포츠인 크로스컨트리의 여름철 훈련 방법 중 하나다. 운동효과가 입증돼 2000년대 초반 북유럽에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일본 등지에서도 대중적인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틱을 이용해 걷기 때문에 하체운동과 상체운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점이 특징이다. 네 발로 걷는 것과도 같아 체중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장시간 걸어도 몸에 무리가 덜해 관절이 약한 장‧노년층이나 디스크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노르딕 워킹은 북유럽에서 대중적인 스포츠다.(사진: Giorgio Minguzzi, flikr)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편. ‘노르딕 스틱’을 등산용 스틱으로 착각할 만큼 저변이 미약하다. 관련 국제단체인 ‘노르딕워킹인터내셔널(NWI)’이 공인한 헤드코치도 우리나라에는 단 3명뿐이다. 이정훈 대표는 2007년 일본에 머물렀을 때 노르딕 워킹을 처음 접하곤 3년간 심취했고, 국내 헤드코치로부터 강사 라이선스까지 취득했다.

이 대표는 “노르딕 워킹이 가슴과 어깨, 골반, 허리 등 전신의 균형을 잡아준다”면서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걷기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칼로리를 소모하는 운동효과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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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처음 노르딕 워킹을 체험했다는 직장인 정시은(22)씨는 “상체를 함께 움직이니 어깨와 등, 팔뚝에 힘이 들어가더라”며 “사무실에만 앉아 있다가 도심 속 숲길을 걸어 몸과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은 운동에 식이요법까지 가미되며 의미를 더했다. 건강한 먹거리를 모토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 혁신기업들도 함께 한 것. 운동을 마친 후 도시락과 함께 제공된 ‘수종주스’의 주스, ‘리얼씨리얼’의 씨리얼바가 그것이다.

수종주스(왼쪽)와 리얼씨리얼(오른쪽)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수종주스는 채소 삶은 물을 베이스로 과일 등을 갈아 넣은 일명 ‘해독주스’를 만든다. ‘엄마 쟤 흙먹어’, ‘소개팅 이틀 전’ 등 독특한 제품명이 특징. 리얼씨리얼은 크리스피오트밀, 아몬드, 캐슈넛 등으로 만든 고단백 저나트륨 에너지바를 만든다. 강남역 녹색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11월 한 달 간(매주 화요일) 이어진다.

그린아워는 지난달 서울 소재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노르딕 워킹 강좌를 열었고, 오는 12월부터는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 조성되는 공익거리 ‘언더 스탠드 에비뉴’에서 상설 프로그램을 전개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